오세훈 서울시장 해제 시사…‘규제 불필요 vs 양극화 우려’ 의견 분분, 실제로 해제될지 의구심도
#강남권 안에서도 온도차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권을 포함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월 안에 잠실·삼성·대치·청담(잠삼대청)에 걸쳐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약 4년 8개월 만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 토지 등을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역이다. 구입 후 허가를 받지 못하면 거래는 무효화된다. 주택의 경우 실거주 의무 2년이 적용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도 불가능해진다.
송파구 잠실동 대장아파트(해당 지역에서 가장 가격이 높고 인근 시세를 이끄는 아파트)로 꼽히는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인근은 구역 해제 가능성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다. 엘스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소장은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호가도 조금씩 오르는 분위기고 매수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잠실동에서는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미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리센츠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장은 매물 현황이 적힌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매물을 보류하는 케이스가 생겼다. 한 주 동안 저희가 담당하는 33평 아파트만 3개 정도 보류가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반면 잠실을 제외한 지역 부동산 분위기는 아직 잠잠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이 아직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어차피 국토부가 막으면 끝 아닌가. 1년마다 해제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아직까지 안 됐기 때문에 기대감이 별로 없다”라며 “싸게 나오면 모를까 굳이 정상가로는 매매도 잘 안 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동 힐스테이트1차아파트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장은 “가격은 조금 오르긴 했는데 이 지역은 원래도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 곳이라 의미가 없다.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매물 보류도 없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의 청담자이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여기도 매매가 빈번한 지역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특별히 모르겠다. 아파트도 많지 않아서 변화가 생겨도 반응이 느리다”라고 말했다.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송파구 잠실동과 달리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모두 아파트 세대 수가 많지 않다.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의 경우 세 아파트를 합해 약 1만 4937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검토가 있기 전에도 거래가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동의 경우 1000세대를 넘는 대단지 아파트는 힐스테이트밖에 없다. 인근 아파트인 래미안라클래시와 삼성센트럴아이파크, 힐스테이트 2단지까지 모두 합쳐도 3165세대밖에 안 된다. 한강변에 인접한 청담동 대장아파트 청담자이도 708세대, 인근 청담아이파크아파트는 108세대, 청담래미안로이뷰아파트는 177세대다.
학군지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도 높은 아파트 가격과 의과대학 입학전형 변화 영향으로 현재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아직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보류하는 움직임도 없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 잠실동 아파트들보다 10억 원 이상 가격이 나가기 때문에 매수희망자들도 움직이기 쉽지 않다”라며 “특히 전통적인 학군지라서 의대 정원 확충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내신 따기 쉬운 경기나 지방 쪽으로 빠지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대치동 아파트 수요도 영향을 계속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
현재 서울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020년 6월 지정된 '잠삼대청' 등 국제교류복합지구(MICE)개발 주변 지역, 2021년 4월 지정된 여의도·압구정·목동·성수전략정비지구 등 재건축·재개발 지역, 2020년 5월 지정된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그리고 공공재개발과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모아타운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예정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어차피 최장 지정 기간이 5년이고 국토부에서 재지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 집값 폭등기도 아니니 그럴 유인이 크지 않다. 서울시에서 모니터링해보고 크게 가격 변동 없으면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오세훈 시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만큼 보수당 텃밭인 강남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서 얻는 정치적 이득이 상당하다. 조만간 해제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분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경우 실거주 2년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은 오르고 거래 조건이 완화되면서 거래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늘어나도 이 지역에는 영향이 없다. 대출규제 때문에 일희일비하기에는 매물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에도 해당 지역에서 신고가가 끊임없이 나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근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풍선효과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왔기 때문이다. 김인만 소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가락동 헬리오시티랑 신천동 파크리오가 가격이 올랐다. 오히려 실거주 의무 때문에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세가격도 올랐다”라며 “부작용만 생기고 실질적으로 효과는 없기 때문에 해제하는 게 맞다”라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또한 “서울 강남 집값이 안정되면서 분산효과가 폭넓게 나타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라며 “어차피 살 사람은 계속 사고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는 푸는 것이 낫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다고 해도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전체 부동산 시장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서울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가 아파트 가격만 부양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주었는데 고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까지 풀어주면 안 그래도 심각한 부동산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밖에 낳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