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지지율에 국정마비 책임론 역풍 우려…비명계 견제 움직임까지, 탈진영 ‘실용주의’ 강조

최 대행은 “내란 특검법은 이전에 정부로 이송돼왔던 특검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면서도 “이전 특검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치열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특별검사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낼 수 없었다”며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되고 재판절차가 시작됐다. 앞으로는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봐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고 36일 동안 7번째 법안 거부권 행사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거부권 행사 6개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거듭 최 대행에 내란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의 일방 강행 처리로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최 대행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구속기소 돼있는 상태라, 특검을 발족시켜도 수사할 대상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특검 무용론’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최상목 탄핵 추진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양문석 의원은 1월 31일 자신의 SNS에 “내란폭동 동조자 또는 부역자인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이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며 시간 끌 요량으로, 내란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만지작거리며 국민의 불안감을 지속시키고 내외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단호하게 최상목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무회의 무력화’ 방안도 거론된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19개 부처 장관 등 21명으로 구성된 국가 최고 심의기관이다.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가 가능하다. 출석인원이 11명 미만이면 개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15명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으로 직무정지 상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사퇴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월부터 공석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지 12월 23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무위원 5명을 한꺼번에 탄핵해 국무회의를 열리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무회의가 개의되지 않으면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들이 일정 시점을 지나 자동 발효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의원들 개인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권 관계자는 “헌재 재판관 9인 체제만 완성되면, 야권 입장에서는 윤석열 내란 사태를 수습하는데 더 이상 국무회의가 필요하지 않다”며 “12·3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에 책임을 물어 한꺼번에 탄핵하고, 국무회의 개의를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럼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해진다”고 전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1월 23일 최상목 대행을 향해 ‘탄핵’이란 직접적 표현은 피하면서도 “민주당도 비상한 각오와 행동을 안 하면 좋겠지만 약간의 불안감이나 후폭풍이 있더라도 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하지 않나”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공개 지도부 회의나 의원총회 등에서 최 대행 탄핵 가능성을 거듭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최 대행에 대해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단은 “최 대행은 대통령 놀이를 이제 그만 내려놓길 바란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닐뿐더러, 국정을 책임질 자격도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퇴 요구에) 불응하면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 연휴 전 공개된 복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맞붙거나 역전되는 수치를 보였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월 12~14일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44.8%로, 31.7%의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 13.1%포인트(p) 앞섰다(관련기사 [일요신문 여론조사] ‘윤석열 탄핵’ 찬성 51.8% vs 반대 46% 오차범위 내 응답).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도’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1%와 40%로 접전을 기록했다.

‘친문 적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를 향해 지난 총선 과정에 불거진 ‘비명계 공천학살’ 논란에 사과를 요구하며 견제에 들어갔다. 김 전 지사는 1월 29일 SNS에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트레이드마크도 내려놓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이 어렵고 경제적 토대가 훼손됐다”며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기본사회 정책’을 접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이어 이 대표는 1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청하며 “만약 정부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는 태도라면, 우리는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생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면 이 대표의 대표 공약도 포기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당내 친명·비명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방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이 대표가 심상찮은 친문계의 움직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1월 3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1시간 30분 가까이 차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도, 큰 정치적 변화가 생겼을 때도 포용하고 통합하는 행보가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줄여나가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고, 이 대표도 ‘그러한 행보를 계속 이어가겠다’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표결에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국민의힘도 자체 ‘비상계엄 특검법’을 발의했었기 때문. 특검법 관련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야당의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지자, 첫 번째 재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김예지 김용태 김재섭 한지아 의원 등이 반대표를 던졌다.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에 투표했던 안철수 의원마저 입장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기소 전엔 특검이 공수처의 내란 수사권 논란 등을 없애는 목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특검을 만들더라도 수사를 할 수 없고 기소유지 정도만 가능해 사실상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