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분당 사태 등 가는 곳마다 트러블 일으켜…국민의힘과 연대 여부 대선 레이스 변수 전망
#3월 31일이면 ‘만 40세’
이준석 의원은 1985년 3월 31일생이다. 2011년 12월 2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 러브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올해로 14년 차 정치인이 됐다. 3월 31일이 되면 만 40세가 돼 대선 출마 자격이 생긴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그로부터 60일 안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이 의원도 출마할 수 있다.
2월 2일 이 의원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기자회견 슬로건은 ‘세대교체, 이제는 우리’였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앞장서는 ‘퍼스트 펭귄’이 되고자 한다”며 “차가운 바다 속에는 범고래와 같은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반드시 건너야 할 바다라면, 저는 주저 없이 먼저 그 바다에 뛰어들 것”이라고 외쳤다.
이 의원은 ‘세대교체론’을 거론하며 자신이 생물학적으로 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30대에 국민의힘 당대표가 됐고, 지역구에서 당선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케네디, 오바마 등 40대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들을 열거하며 ‘40대 기수론’을 띄웠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 의원은 거대 양당을 향한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진영에서 나왔던 ‘천안함 음모론’과 ‘광우병 음모론’으로 한국 사회가 퇴행을 겪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진영에서 나오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폭동은 반헌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더 이상 낡은 틀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철 지난 노래를 엇박자로 부르는 이 두 세력을 과거로 남겨두고, 우리는 미래의 노래를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개혁신당 안팎에선 기자회견을 통해 ‘새 정치’ 메시지를 던진 이 의원이 정작 낡은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개혁신당은 내홍 사태를 겪고 있다. 허은아 대표 측과 이 의원 간 파워 게임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개혁신당은 두 개의 지도부로 쪼개졌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주축이 된 새 지도부는 1월 26일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허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 퇴진을 의결했다. 이런 과정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에서 축출될 때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주류였던 친윤계는 비주류 이준석 전 대표를 밀어냈다. 이는 개혁신당 주류인 이준석계가 비주류 출신 허은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과 유사하다.
허은아 대표는 “이준석과 같은 방식으로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이 의원 측이 주도한 당 대표 해임 투표 효력을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 의원은 과거 이준석 지도부 붕괴 이후 꾸려진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 여의도 ‘트러블 메이커’
개혁신당 내분 사태 이후 이 의원이 몸담았던 당의 분란 사건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함께 탈당했고,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바른정당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다.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에서 최고위원을 맡았다. 이 의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마찰을 빚었다. 당 쇄신을 요구하며 손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는 당무 보이콧도 했다. 2019년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가 이 의원에게 ‘당직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 주관 청년정치학교 입학식 관련 행사에서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은 2020년 해산됐다.
보수대통합 기치 아래에서 이 의원은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돌아왔다. 미래통합당은 2020년 9월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꿨다. 이 의원은 36세로 헌정사 최연소 당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 의원의 리더십 문제는 계속 도마 위에 올랐다. 2021년 7월 13일 이 의원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합의했다. 당내에서는 토론이나 소통 없는 합의라는 반발이 거셌다. 그러자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말 바꾸기라고 비난했다.
대선 정국인 2021년 11월 30일엔 당무 거부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친윤계가 당대표인 이 의원을 패싱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은 스마트폰을 끄고 잠적했다. 당시 이 대표가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과 윤 후보 측 책임이라는 옹호 의견이 함께 나왔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의원은 친윤계에 밀려 대표직에서 축출됐다. 이후 정부·여당을 ‘양두구육’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보기 좋아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의원이 ‘내부총질’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을 꾸렸다. 개혁신당은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합당했다. 그러나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을 두고 이준석 의원과 이낙연 대표가 충돌했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팬덤’도 합당에 불만을 표출했다. 양당은 합당 11일 만에 다시 둘로 갈라섰다.
이처럼 이 의원은 물밑 조율보다는 문제를 외부로 표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며 언론과 여론의 시선을 끌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조치를 불공정하다고 비난했다. 여성 할당제를 반대한다고도 했다. 여성이 군 복무를 해야 경찰·소방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혁신당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해서는 서울 시민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했다. 노인무임승차는 불공정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줄곧 실력이 있으면 ‘특정 사람과 집단을 잠정 우대하는 행위’는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최근에는 한 민주당 의원이 동덕여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소통의 부재에서 동덕여대 사태가 비롯됐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게 서부지법 폭동은 나쁜 폭력이고, 동덕여대 폭동은 불쌍한 학생들의 착한 폭력이라는 것입니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극우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고 공공질서를 유린한 행위와 학생들이 대학 당국의 불합리한 행태에 맞서 항의한 사건을 동일 선상에 놓고 ‘수법과 본질이 같다’는 이 의원의 주장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 의원은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인과 청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갈라치기 화법을 구사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강자와 약자를 나눈 다음 약자 혐오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2024년 6월 2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 주요 정치인 6명 중 가장 높은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이 의원 지지율은 줄곧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비호감도와 낮은 지지율은 이 의원의 대권행보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명태균 리스크’도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명태균 리스크는 명 씨가 22대 총선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명 씨와 이 의원이 긴밀하게 소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의원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창원지검 수사팀은 강혜경 씨가 제출한 미래한국연구소 PC에서 명 씨와 여권 정치인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상당수를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과 오갔던 대화도 상당수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합당할까
이 의원은 “간다면 끝까지 간다”고 공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합당설이 제기되고 있다. 허은아 대표 측 관계자는 “(합당) 이야기들은 계속 듣고 있다. 한두 군데서만 듣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캠프들이 있는데, 그곳 다수에서 들어오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친한계는 이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월 3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이준석 의원이 본가로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총장은 “만약에 조기 대선이 이루어지고 이준석 의원이 생각하는 세대교체 흐름이 국민의힘 내에서도 나타나면 같이 연대 못 할 게 없다. 그리고 지금 개혁신당도 당권 싸움으로 시끄럽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의원과 합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높다. 그동안 이 의원이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을 향해 수많은 독설을 날렸고, 몸담은 당마다 분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은 이 의원에게 ‘감정이 상한 상태’라는 후문이다. 다만 대선이 시작된 다음 총력전이 시작되면 합당 거부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준석 의원이 들어올 공간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대선이라는 민주당과의 일대일 구도에서는 올 수 있다. 이 의원도 오고 싶다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보수 정당의 정권 재창출 차원에서 이 의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