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특위 “주민 반발 예상하고도 협약 체결” vs 하남시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
업무협약서가 공개되기 전, 이현재 하남시장은 2024년 7월 공보담당관 명의로 "한국전력이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동일부지 내 HVDC(직류전기공급) 변환소 설치'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저도 증설이라는 부분에 있어 처음에 놀랐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남시의회 행정사무조사에서 시 관계자는 '동서울변전소 증설' 관련 인지 시점에 대해 "2022년 11월 한전의 GB 관리계획 변경 신청 시점에 파악했으며 그 당시 이현재 시장에게 보고가 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한 바 있다.
하남시는 업무협약 체결 전, 한전이 감일 주민 대표들을 대상으로 4차례 사업설명회(2023년 5~6월)를 진행했으며,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 공람·공고 및 하남시의회 의견 조회 과정에서도 공식적인 반대 의견이 접수되지 않아 한전과 2023년 10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입수한 하남시-한전의 업무협약서의 제3조 4항에는 '향후 지역주민과 이해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업추진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하남시가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대해 반대특위는 "이현재 시장이 증설계획에 따른 시민들의 반발을 예상했고, 주민들과의 충돌을 하남시가 대신 해소해 주겠다고 약속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전과의 업무협약 해지 역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현재 시장은 지속적인 민원과 사업설명회 무산 등을 이유로 주민수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2024년 8월 23일 한전과의 업무협약을 해지하고, 변전소 건축허가 신청 4건을 불허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불허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한전의 청구를 인용하며 이 사업은 논란과 상관없이 현재 진행 중이다.
변전소 증설과 관련한 '대가성 지원 사업'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하남시는 변전소 증설의 대가로 원도심 지중화 사업을 지원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남시 측은 "지중화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된 것으로, 변전소 증설과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무협약서 제3조에는 특별지원사업을 시행함을 기재돼 있고 '주민 편익시설 및 송배전 선로 지중화 특별 지원사업'이라는 지중화 사업이 포함돼 있어, 변전소 증설과 연계된 보상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무협약 체결 전 하남시가 한전에 보낸 공문에 의하면, '지중화 요구사항에 대해 적극 검토하여 정부 정책 사업이 지역주민과 이해 협조를 통해 갈등 없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나와 있고, 시 관계자는 이 문구에 대해 "지중화 사업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반대특위 관계자는 "하남시는 변전소 증설을 승인하는 대가로 주민 지원사업을 거래한 것"이라며 "하남시가 변전소 증설 사업에 단순히 협조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2023년 10월 하남시와 한전이 체결한 업무협약서 제2조에는 '동서울변전소 구내 500kV 12VDC 변환설비와 관련 500kV HVDC 송전선로 신설 공사'로 명시돼 증설공사로 추정할 수 있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대특위와 감일지구 다수의 주민들은 이현재 시장이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변전소 증설 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하남시는 변전소 문제를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