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복직 심사엔 이견 없어…“안심하고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 지적

물론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교원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5년부터 부적격 교사에 대한 퇴출 작업을 진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2006년부터는 각 교육청별로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교원의 교직수행 여부를 판단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질환교원심의위원회에서 교원의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청에서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으로 인한 휴직 교원의 경우도 단순 질병 휴직과 마찬가지로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소견서만 있으면 바로 복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울증으로 휴직했던 교사가 진단서를 제출하고 복직 의사를 밝히면 위원회가 열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질환교원심의위원회 0건, 경남교육청의 경우도 20년간 12차례 열린 게 전부였다. 김 양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관할하는 대전시교육청에서는 2015년 도입 이후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딱 한 번 열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여야 정치인 등은 ‘하늘이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주호 부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휴직 등 필요한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교사들의 정신건강 및 인력 관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교원 임원 전후 정신질환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관련 증상 발견 시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야권에서도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늘이법’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이 추진 중인 하늘이법은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심의를 의무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신질환 휴직 후 복직 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현직 교사인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들의 복직 심사는 지금보다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진단서 한 장만으로 복직이 결정되면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면서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울증은 수많은 분들이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우울증을 앓고 계신 분들이 (대전 초등생 사건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잘못된 접근”이라면서 “우울증이 어느 정도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병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과 판단”이라고 말했다.
표 소장은 A 씨가 동료교사를 폭행했던 점 등을 언급하면서 “A 씨는 이미 공격성과 폭력성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그런 부분들이 결국 (A 씨를) 범행으로 이끈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교정학과 교수는 13일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경찰에서 (A 씨에 대해)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던 사람이라고 발표했는데, 우울증은 폭력 행위와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1년에 거의 2만 명 이상의 교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 이런 식의 발표는 그분들을 다 교직 부적응자로 낙인 찍을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제일 눈여겨보는 것은 ‘짜증이 났다’는 표현”이라면서 “A 씨는 우울증보다는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여러 에피소드를 관찰해보니 지속적으로 폭력과 연관된 문제가 있던 사람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사람을 선별하지 못한 시스템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복직 후에 짜증이 났다. 교감 선생님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앞서의 천경호 회장 역시 “교원들이 조금 더 건강한 정신 건강을 갖고 교직에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데 교육부가 관심을 갖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정신질환을 얻은 사람들을 가려내고 치료하고 처벌하는 데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이 정신질환을 숨기는 이유는 ‘업무 경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병을 공개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면서 “안심하고 (정신질환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