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박헌영·조용래 “박근혜는 무능, 윤석열은 악랄…대통령에 선 긋지 않는 여당 이상해”

박관천 전 경정은 2014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며 이른바 '십상시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다. 이 문서 유출로 약 500일 옥고를 치렀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며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존재를 처음 드러낸 인물이기도 하다.
박 전 경정은 현 시국을 바라보면서 그저 착잡하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리석었을 뿐 애국심은 있었다"며 "윤 대통령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평소 '우리 아버지가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었는데'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말씀하실 때 늘 '국민'을 얘기했거든요. 윤 대통령은 다른 것 같네요. 자기 정치를 위해 국민을 소모품으로 여긴 듯해요. 비상계엄이란 게 뭔가요. 국민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겁니다. 그에게 이 나라와 국민이 안중에나 있었을까요."
박 전 경정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란 점에 주목했다. 적어도 사리분별은 가능할 텐데, '계몽령' 등을 주장하는 행보를 보니 '악랄하다'는 인상이 짙단다.
"좋은 대학 나와서 검찰총장까지 한 양반이 '계몽령'을 주장하다뇨. 의도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려는 속셈 같은데요."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명확히 선을 긋지 않는 상황도 옛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와 차이점이다.
박 전 경정은 "여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검찰 출신 대통령을 잘못 건드렸다간, 어떤 형태로든 보복을 당할까 겁을 먹었을 수 있다고 본다"며 "결국 내란을 옹호하는 이들이 '세력'을 이뤄 국정농단 사태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박 전 경정은 무엇보다도 김건희 여사가 소위 'V0'로 불리는 현실에 개탄했다. 본인이 박근혜 정부 '비선' 존재를 폭로해 옥고를 치른 만큼, 훗날엔 비선의 국정개입만큼은 없길 바라온 까닭에서다. 그는 현 정부에서 김 여사 국정개입설이 꾸준히 제기된 데 대해 "영부인이 직접 나서는 걸 현실적으로 막긴 어려웠나 보다"라며 "국민들로선 참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청문회 출석과 검찰 조사 등에서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 비리를 적극 증언한 인물이다. 최 씨와 박 전 대통령 관계 및 최 씨의 기업자금 유치 등 그가 한 진술은 이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박 전 과장도 "지금이 국정농단 때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 같다"며 "어떤 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소소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내란' 국면이니까요. 게다가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이잖아요. 그에 비하면 국정농단 사태는 '공인 박근혜와 사인 최순실이 같이 일함' 정도 작은 사건처럼 느껴질 정도랄까. 윤석열에 대해선 '참 나쁜 대통령이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박 전 과장은 과거와 현재 공통점을 눈여겨봤다. 권력자의 무책임한 태도가 선명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꼭 그대로"라며 "부하들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자기부터 살려는 권력자 속성이 어디 안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순실 씨는 그나마 공인이 아닌 사인으로서 자기 변호를 위해 책임을 떠넘겼는데, 윤 대통령은 그게 아니지 않나"라며 "명색이 대통령이란 사람이 평생을 국가에 몸 바친 군인들에 제 잘못을 미루는 행태가 제 눈에는 더 한심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과장도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곧장 국회로 달려갔다고 한다. 가까스로 2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자 안도했단다. 윤 대통령이 별다른 논란 없이 '속전속결' 탄핵될 줄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국민의힘 등 일각에서 탄핵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어안이 벙벙했다고.
그는 "결국 기회주의자들이 문제"라고 봤다. 국정농단 사태 때만 해도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박근혜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이제는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 전부 옳고 그름이 아닌,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행보다.
"하기야, 이해되는 측면도 있어요. 국정농단 사태 때도 용기 내 증언에 나선 이들을 되레 비난하고 모욕하는 방관자나 가담자들이 있었으니까요. 그중 일부는 약간의 죄책감이라도 갖고 살지만, 다른 누군가는 일말의 양심 가책 없이 오히려 더 잘 살고 있거든요. 이런 사례들이 쌓이고 또 쌓여 불의에 눈 감고 문제를 키우는 역사를 재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용래 씨는 '박근혜-최태민 일가' 관계를 폭로한 이른바 '조순제 녹취록' 주인공 고 조순제 씨 장남이다. 최서원 씨 의붓조카이기도 하다. 어릴 적 최 씨와 뛰어놀던 추억이 많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자 박 대통령 탄핵 및 최 씨 처벌 등에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
조 씨는 "박 전 대통령은 능력이 부족했을 뿐 치명적인 정책 실수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나치게 무모하고 과감한 탓에 국민 피해를 훨씬 키웠다"고 평가했다.
"국정농단 사태는 대통령과 사적 친분이 깊은 인사가 국정에 개입한, 역사상 전례가 없는 '당혹스러운' 사건이었죠. 그런데 윤 대통령은 내란성 계엄을 일으킨 데다, 지지자 난동을 통해 자기 세력을 과시하고 위기를 돌파하려는 듯하잖아요. 이건 당혹감 정도가 아니라 공포예요."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비교적 의연하게 탄핵을 받아들였지만, 윤 대통령은 문제를 외면하고 헌재 결정마저 불복하려는 듯하다"면서 "비루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모두 정치 경험이 적은 게 문제 원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부족한 정치 경험을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해 메우려 한 게 아닐까 싶다"며 "각각 최순실과 김건희로 보이는데, 실제 그런 식으로 정치적 난관을 헤쳐 나가려 했다면 국민으로서도 커다란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조 씨 역시 이해 못할 현상은 많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수진영 저항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 게 참 이상하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 응집해온 보수 쪽 저항 에너지가 이제 폭발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며 우려했다.
조 씨는 오랜 기간 홍콩에 살며 증권업에 종사해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자 한국에 입국했고 이때부터 국내에 자리를 잡았다. 조 씨는 미래 한국 정치가 '기본'만이라도 하길 바란다.
"박근혜, 윤석열 둘 다 권력에 대한 충만한 의지로 대통령이 됐겠지요. 하지만 국민을 위한 아이디어는 부족했고, 그저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과 유지에 골몰했다는 인상이 커요. 앞으론 국민과 소통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부디 대통령이 됐으면 합니다. 그동안 국민들도 자존심 상처를 많이 입었으니까요."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