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 ‘신곡 음원 점수’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 만점…독주 이어가 되레 화제성 약화

수험생이라면 당연히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겠지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도 있다. 난이도가 낮아 점수 변별력이 없는 과목보다는 난이도가 높아 점수 변별력이 높은 과목을 잘 봐야 더 높은 등수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 과목은 1등과 2등의 점수 차가 단 2점에 불과한데 수학 과목은 1등과 2등 점수 차가 27점이나 된다면 영어보다 수학을 잘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박서진의 우승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박서진은 결승전 1라운드에서 779점을 받아 7위에 머물렀다. 1위는 에녹으로 976점을 받아 점수 차가 197점이나 벌어졌다. 결승전 2라운드의 1위는 신승태로 1098점을 받았고 7위에 그친 박서진은 995점을 받았다. 결승전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더한 점수’에선 에녹이 2014점을 받아 1위에 올랐고 박서진(1774점)은 7위에 머물렀다. 1위 에녹과의 점수 차는 조금 더 벌어져 240점이 됐다.
5000점 만점인 결승전에서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더한 점수’는 44%가 반영돼 2200점 만점이다. 그런데 이 과목은 점수 변별력이 매우 낮다. 1위 에녹(2014점)과 2위 신승태(1967점)의 점수 차는 불과 47점, 2200점 만점인 시험에서 큰 의미가 없는 점수 차다. 7위 박서진(1774점)과는 240점, 10위 신유(1703점)와도 311점 차이가 났을 뿐이다. 100점 만점인 시험으로 환산하면 1위와 2위는 단 2점 차, 10위와의 점수 차이도 14점 차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꼴찌도 86점을 받은, 점수 변별력이 매우 떨어지는 시험 과목이라는 의미다.
#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 ‘신곡 음원 점수’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 연속 1위
두 번째 과목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10%)는 500점 만점으로 1등이 500점을 받고 순위 별로 30점씩 차감돼 10위는 230점을 받는다. 100점 만점의 시험으로 환산하면 1위는 100점, 10위 46점으로 점수 변별력은 좋은 편이지만 총점 반영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박서진이 1위로 500점을 모두 받아갔고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더한 점수’ 과목에서 1등을 한 에녹은 6위로 350점을 받았다. 두 번째 과목에서 150점 차이가 나면서 박서진과 에녹의 점수 차는 240점에서 90점으로 줄었다.
세 번째 과목은 ‘신곡 음원 점수’(6%)는 300점 만점으로 총점 반영 비율이 더 낮다. 또 1위에 오른 박서진이 300점을 받고 순위 별로 10점씩 차감돼 10위도 210점을 받아 간다. 100점 만점의 시험으로 환산하면 꼴찌가 70점으로 점수 변별력도 크지 않고 총점 반영 비율도 낮아 최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 에녹은 4위로 270점을 받아 박서진보다 30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제 에녹과 박서진의 점수 차는 60점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서도 박서진은 1위를 기록해 2000점(39만 6359표)을 모두 챙겼다. 2위 진해성은 1463.95점(29만 124표)을 받았는데 1~2위 점수 차가 무려 536.05점이나 된다. 100점 만점의 시험으로 환산하면 1~2위 점수 차가 27점이나 된다. 신유가 636.54점(12만 6150표)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점수 차는 무려 1369.46점이나 된다. 100점 만점의 시험으로 환산하면 무려 70점 차다. 1등이 100점, 2등은 73점, 꼴찌는 30점을 받았을 만큼 점수 변별력이 매우 높고 반영 비율도 높은 주요 과목이다. 사실상 승부는 마지막 과목인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에서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녹은 3위를 기록했지만 점수는 1014.76점(20만 1104표)으로 박서진보다 985.24점이나 적게 받았다. 앞선 세 과목 총점까지는 에녹이 60점 높았던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다. 에녹은 2위 자리까지 진해성에게 내주며 3위가 확정됐다.
#끝내 아쉬웠던 연예인 판정단 점수
박서진은 네 과목 가운데 세 과목에서 만점을 받으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비록 한 과목은 7위에 그쳤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다만 7위를 한 과목이 주요 과목이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예인 판정단이 두 번의 결승전 무대를 두고 직접 평가한 점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만점을 받은 세 과목은 시청자들이 준 점수다. 팬덤의 영향력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목들인 터라 박서진 본인이 아닌 팬덤이 시험을 잘 본 것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현역가왕1’ 우승자 전유진은 달랐다. 전유진 역시 매주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1위를 독주한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박서진처럼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와 ‘신곡 음원 점수’,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게다가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더한 점수’까지 1위를 차지하며 네 과목 모두 수석을 기록하며 우승자가 됐다.
가요 관계자들은 프로그램의 성격상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더한 점수’는 결승전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예선과 본선, 준결승전을 거쳐 결승전까지 진출한 참가자들은 이미 가창력과 음악성 등 실력에 대한 검증이 끝난 이들이다. 1위부터 10위까지 실력 차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실제로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더한 점수’에서 2014점으로 1위를 기록한 에녹은 준결승전에선 890점으로 10위였다. 9위까지 결승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에녹은 추가 합격자로 선정돼 힘겹게 결승전에 진출했다. 누구나 1위도 될 수 있고 10위로 밀려날 수도 있을 만큼 실력 차가 크지 않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결승전은 실력을 기본으로 깔고 스타성을 검증하는 무대”라며 “아무리 음악성이 뛰어나고 노래를 기막히게 잘해도 다 스타가 되진 못한다. 결국 스타성까지 겸비한 가수가 스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서진과 달리 전유진이 ‘현역가왕1’에서 우승할 당시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는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과목은 아니었다. 전유진은 33만 5924표를 받아 1위에 올라 2000점을 받았는데 2위 마이진도 32만 2772표를 받아 1921.70점을 가져갔다. 1~2위 점수 차가 고작 78.3점밖에 나지 않았다. 3위 김다현이 1415.86점(23만 7811표)으로 큰 차이를 보인 만큼 점수 변별력이 높은 과목이었지만 1, 2등이 모두 이 과목에 특출나게 강했다. 다시 말해 둘 다 확실한 스타성을 갖춘 참가자였다.

반면 ‘현역가왕2’에선 박서진이 스타성 부문에서 사실상 홀로 빛났다. 만약 ‘현역가왕1’의 마이진처럼 스타성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면 자칫 우승의 영광을 가져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박서진이 독주를 이어가며 우승까지 차지하는 흐름은 프로그램의 화제성 약화로 이어졌다. 최종회에서 기록한 13.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현역가왕1’의 17.3%에 비해 3.4% 포인트나 낮다. 경쟁 프로그램 TV조선 ‘미스터트롯3’은 이미 2회에서 15.1%를 찍었고 결승전까지 가면 시청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 하락에는 신유와 환희의 TOP7 탈락도 일조했다. 박서진과 함께 예선전을 거지치 않고 ‘미스터리 현역’으로 본선 1차전부터 투입된 신유는 결승전 최종 점수에서 10위를 기록하며 TOP7에 오르지 못했다. ‘미스터리 현역’ 두 명을 깜짝 투입으로 화제성을 높여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던 제작진의 의도가 빗나가고 말았다.
‘현역가왕1’에서 린이 맹활약을 하면서 타장르 출신 가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쟁쟁한 가수들이 제작진에 연락해 출연 의도를 밝혔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제작진의 선택은 환희였다. 그렇지만 환희 역시 9위에 그치며 TOP7에 합류하지 못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