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 취소 청구 인용, 검찰 즉시항고 포기…국힘 대선 경선 영향력, 민주 대선 오히려 유리 분석도
서울구치소를 나온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띠고 주먹을 쥐어 보이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윤대통령이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뜨겁다. 또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분주하게 움직였던 여야 잠룡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2월 4일 법원에 구속 취소를 청구, 20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구속 취소 심문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검찰이 구속기한이 만료된 뒤 윤 대통령을 기소했으므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했고,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유효한 구속기간 내 적법하게 기소했다’ ‘여전히 증거인멸의 염려가 크다’고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하며 구속취소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 입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통상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해왔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으로 수사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만큼 구속기간이 연장되는 것도 ‘날’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또한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 시점에서 9시간 45분을 초과해 공소를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고위공직자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공수처에서 검찰로 사건을 넘기면서 신병인치를 거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변호인 측 주장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게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출신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해온 것에 대한 논쟁은 과거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법원이 수십 년 동안 날로 계산해 내린 법률적 결정·합의가 있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가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한 첫 판례를 남긴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단순한 피의자가 아니다. 헌정체제를 파괴하려 한 내란수괴다. 헌법을 수호하는 법관이 윤 대통령을 석방했을 때 생길 여러 부작용과 헌정체제의 재위기를 왜 고려하지 않고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윤 대통령에 적용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구속 취소 인용 즉시 석방되지는 않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7일 이내 즉시항고를 할 수 있기 때문.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면 서울고법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다. 서울고법에서도 인용 결정을 내리면 검찰은 대법원에 재항고까지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은 서울고법을 거쳐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구속 상태가 이어진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지휘를 해야만 윤 대통령이 풀려나올 수 있다.
검찰은 즉시항고 여부에 대해 하루 이상 고심을 거듭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숙고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즉시항고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앞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윤 대통령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석방지휘서를 써서 법무부에 제출하고 서울구치소에 가서 윤 대통령을 데리고 나와야 한다. 이는 검찰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잘못된 기소를 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 된다. 이런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즉시항고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은 법원의 결정 26시간 만에 윤 대통령 석방지휘서를 법무부에 접수했다. 대검은 “법원의 인신구속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시 집행을 정지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이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현행 법률 규정은 물론 법원과 검찰 실무례에도 부합하지 아니하는 부당한 결정이므로 즉시항고를 통해 시정하여야 한다는 특수본의 의견이 있었다”며 “헌재 결정 등을 감안해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검찰의 공소제기 과정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공수처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해 10일 동안 조사하고, 검찰이 넘겨받아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통해 10일 추가 조사를 할 거라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 계속 불응했고, 결국 공수처는 8일 만에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위해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공수처법상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규정돼있지 않다”며 두 차례나 불허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그럼 검찰이 공수처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바로 윤 대통령을 기소했으면 됐다. 그런데 심우정 검찰총장은 대검 차장 및 부장,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추가로 고심을 거듭하며 하루 반나절을 보냈다. 결국 검찰이 ‘공소청’으로 전락할까봐 우려하며 시간을 끌어, 윤 대통령 측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석방 절차를 밟으면서 변호인을 통해 “불법을 바로잡아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도 대통령실이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석방은 당연한 결과이며, 왜곡된 법치주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법원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은 만큼, 헌재의 평의 역시 원점에서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지층을 향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거나, 보수 집회 연단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등 외부 활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52일간 수감 생활을 한 만큼 당분간 몸을 추스르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헌재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조기 대선이 열리면 윤 대통령은 여당 후보 경선에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보수 진영에선 여전히 윤 대통령에 지지세가 강하다. 윤 대통령은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내며 여당에 대한 그립감을 쥐고 갈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장관, 원희룡 전 장관 등 ‘친윤’ 잠룡들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한동훈 전 대표에게는 악재로 작용할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결정 후 내놓은 메시지에 시선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더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취소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심신이 많이 지치셨을 것 같다. 건강을 잘 챙기면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실 수 있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다.

윤 대통령 석방이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졌을 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마냥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7일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 석방으로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대선 승리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최고위원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저절로 차기 대선주자로 구심점이 옮겨가고 있었는데, 국민의힘은 다시 윤석열이 구심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은 ‘윤석열 블랙홀’로 대선주자들은 존재감이 없어지고, 지리멸렬하게 극우들의 난동 속에 당은 먹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구속과 국민의힘의 극우화 등으로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이 느슨해진 면이 있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석방 복귀로 긴장감이 다시 고조됐다. 지지층의 재결집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비명계가 이 대표를 향해 통합·개헌·오픈프라이머리 등 요구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차피 대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당내 경쟁을 노린 것”이라며 “외부에 윤 대통령이라는 강한 적이 돌아와 비명계의 목소리도 힘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