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 밀린 정산 일부 매장만 이뤄져 분통…인력 부족 탓 운영 시간 축소 요구에 홈플러스 ‘난색’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 지점에서 임대 매장을 운영 중인 B 씨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4일 오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을 뉴스로 접한 뒤 정오쯤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당일 지급돼야 할 1월 정산 대금 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B 씨는 “은행 적금을 해지하고 대출을 급하게 받아 직원 월급을 주고 운영자금을 확보했다”며 “홈플러스가 (미정산) 대금의 일부를 이달(3월) 분할 지급한다고 하는데, 정상적 매장 운영이 불가할 정도로 부족한 돈”이라며 “그 지급 계획도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매출 2위인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발생할 유동성 부족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지난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날은 홈플러스 내 임차 매장(업체)들에게 1월 정산 대금을 입금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회생절차 개시로 지급되지 않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1일 홈플러스 매장 임차인들에게 올해 1·2월분 미지급 정산대금 총 1127억 원을 변제하라고 승인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이달과 다음 달, 두 번에 나눠 정산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현재까지 대금을 지급 받은 매장은 극히 일부다. 전국 126개 홈플러스지점 입점 업체 약 8000곳 중 13일 오전까지 1월 정산 대금을 지급 받은 매장은 약 1000곳에 불과하다. 정산을 못 받은 업체에는 올리브영·다이소·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기업 소속 점포가 일부 끼어 있지만 대부분 꽃집·안경점·음식점·카페·미용실 등 소규모 자영업자 업체다. 해당 점주들은 “당장 지불해야 할 인건비와 물품 구매비 등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며 호소하고 있다.

이번에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한 입점 업체는 ‘임대을’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곳들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갑 계약 방식으로 입점한 업체들은 결제대금을 지킬 수 있어서 위험 방어가 가능한 반면 대부분 임대을 계약을 체결한 경우로 이들 사이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홈플러스가 상거래 채권을 먼저 변제할 수 있도록 법원이 조치하면서 입점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11일 홈플러스가 낸 조기변제를 위한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매장 임차인들에 대한 지난 1월·2월분 미지급 정산대금으로 전체 변제 신청 규모는 총 1127억 원에 달한다.
점주들은 홈플러스가 미지급 정산대금을 일괄이 아닌 분할 지급하기로 해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2일 식·음료와 패션·잡화 등 리빙 매장 점주들에게 각기 다른 지급 일정 계획을 전달했다. 이번 주에 미정산 대금 일부를 지급받는 점주도 있지만 이달 말과 다음 달 말 분할해 대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통보 받은 점주들도 있다. 한 점주는 “지금 당장 직원 월급이나 카드 대금 지급에 어려움이 있어 주변에서 자금을 융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모든 상거래채권을 순차적으로 지속 상환 중”이라며 “지불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측도 운영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급 시기의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업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점 업체들의) 어려움은 확인했다”며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신속히 대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마트의 협력·입점업체 정산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받는다. 또 정산금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현행 ‘’대규모유통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특정규모 이상 대형유통사에게만 정산기간을 ‘40일(특약매입·위탁판매)~60일(직매입)’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대규모점포 입점점주협의회 등은 지난 11일 입장문에서 “지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통해 대규모유통업법이 입점업체들의 정산금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정산기간 단축과 정산금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법 개정으로 법 적용 대상을 늘리고, 정산기간도 1주 이내로 단축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산대금의 유용이나 기업회생절차에 대비해 협력업체들의 정산금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특별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티메프 사태처럼 소상공인이 얽힌 문제여서 정부가 관련 소상공인 생계 지원과 위기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