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법적 기준으로 공정위 감시 대상서 제외…광고업계 ‘일감 떨어질라’ 쉬쉬하며 한탄

이들의 실적 대부분은 특수관계자와 거래에서 나왔다. 제일기획의 2024년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은 약 3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20%에 달한다. 이노션은 73.04%로 좀 더 높은 편, HS애드는 80.23%로 가장 높다.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도 2023년 기준 47.31%로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외 헬스케어, 자동차 등 광고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계열사 물량에 의지하기보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다른 광고주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광고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20년 65.09%에서 지난해 69.20%로 늘었다. 이노션은 2020년 69.47%에서 지난해 73.04%로 증가했다. HS애드도 73.37%에서 80.23%로 내부거래 비중이 커졌다. 대홍기획도 2020년 36.93%에서 2023년 47.31%로 상향했다.
일반 광고회사들은 높아지는 대기업 내부거래 비중을 체감하고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어차피 갤럭시는 제일기획이 가져가고 빼빼로는 대홍기획이 가져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며 “일반 광고회사들은 대기업 광고 계열사보다 더 창의적인 제안으로 대기업들을 설득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정위 감시대상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동일인 단독 혹은 다른 특수관계인(친족에 한함)과 합해 계열사 지분이 20% 이상이거나 그 계열사가 단독으로 지분 50% 이상을 소유한 계열사만 내부거래 감시를 받고 있다. 제일기획은 2024년 기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지분(25.24%)이 50% 미만이며, HS애드는 최대주주인 (주)LG 지분이 35%에 불과하다. 이노션은 오너일가 지분이 19.69%로 공정위 감시 대상에서 제외다. 대홍기획은 2023년 기준 롯데지주가 지분 68.70%를 보유 중이지만, 오너일가의 롯데지주 지분이 20%를 넘지 않는다.
대기업과 광고 계열사 간 광고 수주 과정에서 부당성이 입증된다면 공정위가 ‘불공정 거래 행위’로 판단해 이들을 제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PT(프레젠테이션)를 통해 대기업 광고 계열사와 일반 광고회사 간 경쟁을 붙인 뒤 심사 방법·절차에 포함되어 있는 정성평가로 일반 광고회사를 최종 탈락시키거나 자발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게 하는 방식으로 이 제재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2023년 A 광고회사는 B 기업 광고 수주를 위해 PT를 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얼마 후 B 기업 임원은 A 사에 그룹 내 C 광고 계열사와 경쟁을 붙여 2차 PT를 요구했다. 2차 PT 결과 B 기업은 C 사와 최종 광고 계약을 맺었다. 2차 PT 과정에서 A 사는 B 기업 임원에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 내용의 피드백을 받으며 10차례가량 PT를 반복하다 지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스스로 지위를 포기한 만큼 B 기업과 C 사 간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고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 계열이 아닌 한 광고사 관계자는 “PT는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가림막과 같다”면서 “기업이 일을 주지 않으면 광고회사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여서 일감 몰아주기에 의견을 낼 수 없다”고 한탄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는다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라도 도덕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공정거래법상 감시 대상이 아니더라도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으면 경고장을 보내는 등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S애드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내부거래 비중 80%는 해외 특수관계자 매출을 포함한 수치”라며 “총매출액에서 국내 특수관계자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9%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홍기획 관계자는 “각 거래에 대해서는 내부의 준법감시 관리조직을 통해 모든 거래를 투명, 공정하게 관리하면서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