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개발, 모회사 유통 탓 내부거래 비율 높아…“규제가 게임산업 발전 저해” vs “부당 내부거래 가능한 구조”
일각에서는 자회사의 독립성을 제고해 더 많은 게임을 출시하면서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게임사에 대한 오너일가 사익 편취 규제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게임 업계가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에 있고, 부당 내부거래 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구조이기에 다른 기업과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 대상이 늘어나면서 업계 반발이 나왔다. 대표적인 곳이 게임 업계다. 당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돼 있던 넷마블은 개정 전 조항 기준으로 3개 계열사만 규제 대상이었으나 법 개정 후 19곳으로 증가했다.
게임 업계는 개발사를 모회사와 분사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발사가 독립성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 유지,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모회사는 게임에 대한 유통을 담당하고 마케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 자회사 매출은 대부분 모회사와 거래에서 발생한다.
오너일가 사익 편취 규제 조항에 따르면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고,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이 전체 12% 이상이면 그 비중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해당 계열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감시를 받는다. 부당성이 입증되면 시정 명령 및 과태료 부과나 검찰 고발이 들어갈 수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34개 계열사 중 17개 가 오너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17곳의 평균 내부거래 비율은 45.75%에 달했다. 7곳은 내부거래 비율이 90%를 넘었다. 특히 넷마블네오와 넷마블넥서스는 내부거래로만 100% 수익을 올리고 있다. 두 기업을 포함해 5곳은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어 공정위의 감시를 받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게임사들이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가 지속된다는 건 경영진한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게임산업이 대표적 미래 먹거리 산업인 점을 고려해 전통산업 규제 방식이 아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게임 업계가 오히려 오너일가 사익 편취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4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 중 게임사는 넥슨(43위)과 넷마블(46위), 크래프톤(64위)이 포함돼 있다. 넥슨은 지주회사 NXC가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아내 유정현 NXC 의장이 NXC의 지분 34%를 보유하며 넥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넥슨에서 오너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총 18개 중 NXC와 와이즈키즈 그리고 두 회사의 자회사 2곳까지 총 4곳뿐이다. 넥슨의 게임 개발 전문 자회사들은 모두 넥슨 일본법인 자회사로 연결돼 있다. 넥슨 일본법인은 NXC가 최대주주지만 지분이 50%를 넘지 않아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크래프톤도 오너일가 사익 편취 규제를 받는 계열사가 8개 사 중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하나뿐이다. 크래프톤도 동일인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지분 14.89%만 보유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 조항에서 특수관계인은 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한정한다. 이를 다 합해도 지분이 20%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크래프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들은 규제에서 자유롭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까지도 가족경영을 한 게임사가 있었 듯이 창업주 영향력이 큰 게임사도 오너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아야 맞다”며 “규제를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공정‧정당하게 거래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