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구단, 시범경기 뛰어난 활약 보고 고심 거듭…관계자 “가능성은 50 대 50”

배지환은 21일 현재 17경기의 시범경기에서 36타석을 소화했고, 16안타(1홈런) 4타점 12득점 2볼넷 6삼진 3도루 타율 0.444 OPS 1.168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12일 피츠버그의 개막 로스터 26인을 공개하면서 배지환을 백업 명단에도 올려놓지 않았다. 배지환은 26인의 주전이 아닌 벤치 멤버 자리를 노리고 있는데 MLB.com은 벤치 멤버로 애덤 프레이저, 자레드 트리올로, 잭 스윈스키 등을 거론했다. 이 가운데 자레드 트리올로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이고, 애덤 프레이저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즉 벤치 멤버 후보 선수들마저 쟁쟁하다 보니 시범경기에서 4할이 넘는 타율을 자랑하는 배지환이지만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말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 피츠버그 훈련장에서 만났던 배지환은 빅리그 진입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매일 로스터 보면서 ‘이제 누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까’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예상해보면 좌타자 외야수 3명이 네 번째 백업 외야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데 내가 다른 선수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빠르게 뛸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발 야구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게 내 장점이고,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선수가 백업 외야수에 더 맞는 스타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경쟁에서 이기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피츠버그 구단은 두 선수 중 한 명만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잭 스윈스키는 배지환보다 파워가 있고, 볼넷으로 출루할 수 있지만 삼진이 많고,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반면에 배지환은 빠른 발과 외야수 외에 2루수로도 뛸 수 있기 때문에 잭 스윈스키보다는 팀에 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피츠버그 구단은 얼마 남지 않은 빅리그 로스터 발표를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취재한 바에 의하면 피츠버그 구단은 배지환의 예상을 뛰어 넘은 맹활약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에만 해도 배지환은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만큼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다. 피츠버그 구단은 배지환이 시범경기에서 이토록 좋은 경기력을 나타낼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개막 로스터 구성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관계자는 배지환의 개막 로스터 진입이 “50 대 50”이라고 귀띔했다.
배지환은 지난해 시범경기 도중 고관절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했다. 트리플A에서 7홈런 포함 84안타 41타점 타율 0.341 OPS 1.667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덕분에 다시 빅리그에 콜업이 됐지만 29경기 74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이후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배지환은 당시 고관절 부상을 당했던 건 타격폼 변화가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구단에서 타격폼 변화를 원했다. 그 변화된 타격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경기에 나서다 보니 근육과 인대가 못 버텼던 것 같다. 이후 재활 과정을 거쳐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트리플A에서는 잘되던 야구가 빅리그 콜업이 되면 이상하게 꼬였다. 나중에 영상을 찾아보니 내가 빅리그 경기 때는 몸이 많이 경직되어 있더라. 스피드로 승부하는 선수가 몸이 경직돼 있다 보니 그 속도가 나오지 않았고, 힘이 좋은 미국 선수들을 상대하는 게 버거웠다. 그래서 이후 긴장되는 상황이나 부담되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배지환은 당시 집에 이런 문구를 적어놨다고 한다. ‘Hit or DFA(양도지명)’. 즉 ‘잘 치거나 잘리거나’. 그만큼 간절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구단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의 시즌이 끝나갈 즈음, 배지환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벤 체링턴 피츠버그 파이리츠 단장이었다.
“단장님의 문자가 떴을 때 순간 ‘아, 나 트레이드 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트리플A에 있는 선수한테 구단 단장이 문자를 보내는 건 그 용건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착잡한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하는데 예상 밖의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 성적은 네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나는 네가 작년, 재작년보다 훨씬 발전한 선수라고 믿는다’라는 글이었다. 단장님이 보낸 그 문자 내용에 큰 힘을 얻었고,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시즌 동안 미국에서 최선을 다해 올 시즌을 준비했다.”
배지환은 남은 시간 동안 더 열심히 치고 달리고 잡을 것이다. 이후 구단의 결정은 그의 몫이 아니다. 그래서 결과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돌아보면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걸 배웠던 것 같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고 트리플A에서 내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 오기 마련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그라운드에서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빅리그에서 좋은 시즌을 보낸 후 새로운 꿈을 키워보고 싶다. 바로 국가대표다.”
배지환은 2026년 3월에 시작하는 WBC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로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