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회장 딸 이서정 전무가 최대주주, 5000억 지원…부영그룹 “수익화 작업중, 부실회사 아냐”

부영크메르2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이서정 전무 46%, 이중근 회장 9.8%, 부영주택 39.2%, 정덕순 씨 5% 등으로 구성됐다. 정덕순 씨는 부영그룹 측 관계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서정 전무는 2023년 12월 부영크메르2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12월 말까지만 해도 부영크메르2의 최대주주는 부영크메르 법인장으로 알려진 황금연 씨였다. 황금연 씨는 2015년 51%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2017년 5%포인트 지분을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46%로 낮아졌다. 이전 최대주주는 김정환 전 부영씨앤아이 대표(51%)였다. 황금연 씨가 김정환 전 대표에게 부영크메르2 지분을 넘겨받은 것으로 보인다.
부영크메르2는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을 위해 2007년 설립됐다. 1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회사가 운영됐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13년 기공식까지 치렀지만 캄보디아의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적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13년부터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현금흐름은 역시 마이너스(-)였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부영크메르2는 지난해에도 525억 4714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부영크메르2는 자본총계 -3728억 원이다.
부영그룹은 부영크메르2에 대여금 투입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는데, 해당 대여금 역시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부영주택이 부영크메르2에 투입한 대여금은 51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3149억 원 대비 63.3% 급증했다. 부영주택이 적립한 대손충당금도 1460억 원으로 전년 1087억 원 대비 372억 원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부영그룹이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의 시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인이 회수가 불가능한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다 상환받지 못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실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다 배임이 된 판례가 있다”면서 “만약 부영크메르2가 파산 신청을 하면 해당 부실법인 주주인 이서정 전무 등은 채무 책임이 없지만 채권자인 부영주택은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해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회사에 자금을 대여해줘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구조 사정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부영크메르2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황이라 자금 수혈이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원금을 날릴 위험을 감수하고 자금을 빌려주는 것인데 보상은 이자 정도에 그치는 구조라 일반적인 자금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영크메르2 최대주주 이서정 전무는 아버지 이중근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3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서정 전무는 18개의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남매 가운데 가장 많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남매 중 유일하게 지주사 부영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부영크메르2는 지난해부터 수익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부영크메르2는 지하 4층~지상 21층 총 4개 동에 전용면적 65㎡ 568가구, 85㎡ 608가구, 117㎡ 298가구 등 1474가구에 대한 분양을 진행했다. 총 223개 점포 규모의 중대형 상가 쇼핑몰도 분양한다. 부영그룹은 부영크메르2를 통해 캄보디아 내에 총 2만여 가구의 미니신도시 ‘부영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부영크메르2의 현금흐름은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 부영주택이 부영크메르2에 빌려준 대여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리는 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서정 전무가 부영크메르2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3년에는 이미 만성 적자로 기업 가치가 크게 낮아진 시점이라는 점이다. 2023년 기준 부영크메르2의 자본총계는 -2773억 원 수준. 부영주택이 보유중인 부영크메르 지분 가치를 ‘0’ 이하로 계산했던 시기였다. 이서정 전무가 큰 자금을 들이지 않고 부영크메르2 지분을 확보했다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영크메르2 관련 수익화 작업은 진행 중”이라면서 “사업특성 상 적자가 누적돼 있을 뿐 실제 회사가 부실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