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제외 최태원 회장 29.4% 지분 향방 주목…SK그룹 “최 회장이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한 것”

매각 대상 지분은 SK(주)가 가지고 있는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19.6% 등 70.6%다. 시장에서 평가되고 있는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는 5조 원 수준이다. 시장의 평가대로 매매가 이뤄지면 SK(주)는 3조 50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은 SK그룹의 ‘알짜회사’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을 인수한 이후 SK실트론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SK실트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 1268억 원, 영업이익 3155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매출액 8362억 원, 영업이익 340억 원에 견줘 연간 매출액은 2.5배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9.2배 늘었다.
이번 SK실트론 매각 추진은 그룹 전체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SK렌터카, SK스페셜티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해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TRS 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는 이번 매각 대상에 제외된다. 최태원 회장의 지분을 SK(주)와 같이 매각하면 그 자체로 잡음 여지가 생긴다. 기업지배구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분 동반 매각을 진행할 때 지분을 적게 보유하고 있는 쪽이 이익을 보는 것으로 인식된다”면서 “만약 최태원 회장이 SK(주)와 함께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면 그만큼 최태원 회장이 이익을 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을 제값에 매각하기는 어렵다. 경영권이 없는 소수 지분이라 인수를 원하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SK실트론이 상장을 하고 최태원 회장이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오너일가인 최태원 회장이 구주매출을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
SK(주)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털어낸 SK실트론이 상장하면 이 같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외부 자본인 사모펀드 주도로 진행되는 상장에 최태원 회장의 소수 지분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처분하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사모펀드가 SK실트론 지분 매입비용 이상의 차익을 거둬야 하는 만큼 기업공개 흥행에 성공하면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한 SK(주)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하는 길도 열린다.
이런 가운데 이번 매각을 두고 SK실트론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실트론 노동조합은 지난 4월 10일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매각 자체를 원천 반대한다”며 “지주회사인 SK Inc는 조합과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회사 명운과 수천 명의 노동자 생존, 미래가 걸린 회사 매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보유 과정도 재조명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4월 11일 논평을 통해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는 대표적인 사업기회 제공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SK실트론 지분 29.4%를 SK(주)에 증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K그룹 측은 이번 매각이 최태원 회장에게 유리한 딜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실트론에 대한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최태원 회장이 이번에 지분 매각을 하지 않으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것”이라며 “이는 (일반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게 아니라) ‘대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각 후) 상장 시 최태원 회장의 지분을 구주매출로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것보다는 (가치가) 무조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