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비후보 한쪽은 ‘불출마 압박’ 한쪽은 ‘단일화’ 예고…“한덕수 변수 고려보다 당 쇄신이 급선무”

한덕수 권한대행은 과거 보수·진보 정부에서 두루 중용되며 형성된 정치적 ‘중도’ 이미지, 최근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통상·외교 역량, 경제 관료로서 쌓아온 전문성 등을 주목받아 사실상 기존 국민의힘 내 모든 대선 출마자를 대체할 수 있는 ‘범보수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의 한 전직 의원은 지난 14일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언행으로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은 경제 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 가능한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히기 때문에 다른 보수 주자들과 비교해 존재감부터 다르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니 보수 진영에선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는 정서가 강해져 국민의힘 외부 인물인 한 권한대행이 떠오른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의 출마설이 당의 대선 전략이나 열기를 해칠 것을 경계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의) 추가적인 출마설 언급은 국민의힘 경선 흥행은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중요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은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권한대행의) 무소속이라는 여러 경우의 수가 남아있다”면서 “그런데 당으로서는 지금 경선 후보들이 아주 훌륭하다. 대선에 이미 출마했던 후보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 대선 예비후보들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불출마를 압박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권한대행 나와라’ 하는 분들의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현재 한 권한대행의 모습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 출마하고 싶은 내심이 좀 있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갑자기 (한 권한대행이) 부전승으로 기다린다. 그것을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한 경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지난 15일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은 당의 공식 절차를 거치는데 한 권한대행은 검증 없이 구세주 이미지로 포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는 안갯속이지만 일부 예비후보는 출마 현실화를 대비한 단일화 수용 의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김문수 전 장관은 지난 1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한 권한대행 추대론을 이끌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김문수 예비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박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김문수 등 보수우파 지지 후보와 경제전문가 한덕수 대행의 시너지는 필승’이라고 적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대선 캠페인이 ‘극우’ 의존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일례로 나경원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실 폐쇄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혐중’ 여론층의 결집을 유도하는 행보를 보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범보수 진영은 윤 전 대통령, 아스팔트 극우 세력과 절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에 봉착했는데 극우 세력 지지율은 25~30%가 전부”라며 “국민의힘이 여전히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거나 1970년대 냉전식 사고방식을 못 버리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변수를 고려한 전략 구상보다 당의 쇄신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국민의힘은 누군가 당 혁신을 시도하면 배제하려 하지 않나”라며 “당의 미래는 이미 내란 사태로 불투명한데 당의 문제를 고치려 하기보다 외부 인사에 기대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것 자체가 악순환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략적 계산에 의해 일부 정치 세력이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정치가 아니다”며 “범보수 진영은 무엇보다 먼저 국민 혼란과 조기 대선을 초래한 계엄과 탄핵에 대해 진실되게 사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