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콤보’ 충전기 늘리며 ‘차데모’ ‘AC3상’ 충전기 철거…이용자들 “고속도로 밖에서 충전기 찾느라 불편”

새로 설치된 충전기는 이전 모델에 비해 전기 공급 용량이 훨씬 커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기업 ‘SK시그넷’의 충전기를 기준으로 EV6(배터리 용량 84kW) 차량 배터리 잔량을 20%에서 80%까지 충전하려면 50kW급 충전기는 약 1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200kW 충전기는 약 15분 내 충전이 가능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사용 연한이 지나 고장이 빈번한 차데모‧AC3상 노후 충전기를 철거하고 DC콤보 신규 충전기를 확충해 더 많은 고객에게 쾌적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DC콤보’ 타입 1가지로만 돼 있어 ‘차데모’와 ‘AC3상’ 등 2가지 타입 단자를 쓰는 차량은 사용할 수 없다. 서로 호환 사용이 안 된다. 스마트폰의 C타입, 5핀, 8핀 충전단자가 서로 호환이 안 되는 것과 같다.
2017년 DC콤보 방식이 국내 ‘표준’ 전기차 급속 충전 방식으로 채택된 뒤 이 방식의 충전기를 장착한 차량이 빠르게 늘면서 충전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DC콤보방식은) 급속과 완속 충전을 자동차 충전구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점, 충전 시간이 AC3상보다 빠르고 충전용량이 큰 점, 차데모 방식에 비해 차량 정보 통신에 유리한 점 등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대부분은 DC콤보로 충전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슈퍼차저’로 불리는 테슬라의 급속 충전기에 적용되는 충전 방식인 ‘NACS’ 방식을 사용하지만, DC콤보 어댑터를 장착하면 DC콤보 충전기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
‘일요신문i’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를 찾아 확인한 결과 총 8기의 급속충전기 모두 DC콤보 방식만 충전이 가능했다. 본래 3가지 방식 충전이 모두 가능한 충전기 2기가 있었는데 도로공사가 이를 모두 철거한 후 DC콤보 전용 충전기 4기를 설치한 상태였다.

이들 차량은 대부분 1세대 전기차로 묶이는 차종이다. ‘차데모’ 충전 방식은 기아의 ‘레이EV’와 ‘쏘울EV’, 현대차의 ‘블루온’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닛산의 ‘리프(Leaf)’ 등이 있다. AC3상 충전단자를 쓰는 전기차는 르노 ‘SM3 Z.E’가 있다.
이들 차종 이용자들은 평소 이용하던 휴게소 내 급속충전기가 사라져 충전 필요 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충전기를 찾기도 하는 등 여러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쏘울EV 차주 A 씨는 “평소 고향에 다녀올 때 갈 때는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 올 때는 문막휴게소에 들러 충전했는데 최근 두 곳 모두 차데모 방식 충전이 가능한 충전기가 사라졌다”며 “이를 몰라 고속도로 밖으로 나가 관공서에서 충전한 뒤 다시 돌아오는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A 씨는 “DC콤보 방식 전기차가 대다수니 그에 맞춰 DC콤보 전용 충전기를 늘렸겠지만 아직 차데모‧AC3상 방식 전기차가 있는데도 해당 충전기를 없애면서 신규 충전기를 설치했다니, 이동 권리가 침해받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쏘울EV 차주 B 씨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제기한 불만 민원에서 “지난해 말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내 차데모 방식 충전기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며 “아직 차데모 전기차 있으니 휴게소에는 되도록 유지돼야 하는 것 아니냐. DC콤보 전기차가 아니면 고속도로를 다니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남아 있는 초기 충전기들의 관리 상태가 갈수록 부실해지는 것도 문제다. 고장 상태인 경우가 잦은 데다 바로 수리 조치가 안 돼 이용자들이 관련 업체에 직접 연락해 수리 요청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보통 30km 간격으로 있는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옛(초기) 충전 방식 충전기들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다만 “고속도로 휴게소는 10분 미만으로 빨리 충전하고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DC콤보 급속 충전기로 전환하는 방향성이 맞다”며 “휴게소 공간에 한계가 있으니 기존 충전기를 둔 채 신규 충전기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가 ‘010’이 대세가 됐음에도 ‘011’이나 ‘017’을 계속 사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통신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통신망을 유지하는 것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차데모‧AC3상 방식의 충전기를 어느 정도 유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호응하며 전기차를 구매한 차주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로공사에도 분명 책임이 있다”며 “잘 쓰고 있는 기존 충전기를 철거하는 것은 1세대 전기차 차주들에 대한 정부의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차데모‧AC3상 충전 방식 차량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충전 수요도 줄어들고 있지만 해당 차량 이용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사용 연한이 지난 충전기 일부를 철거하지 않고 운영할 계획”이라며 “해당 차량들의 운행 가능 거리를 고려해 올해 중 일정 거리 간격으로 휴게소에 차데모‧AC3상 충전기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