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김동준 대표 대신 이현 부회장 선임…키움증권 “이사회 효율성 제고 기대”

키움증권이 키움저축은행,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할 때 대표이사로 선임돼 시장을 개척했다. 키움증권에 돌아온 그는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다우키움그룹 금융계열사 다수를 거치면서 이들 계열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26일 열린 키움증권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다만 사외이사 의장 시대에서 다시 사내이사 의장 시대로 전환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전 이사회 의장은 이군희 전 사외이사였다. 그는 지난 3월 28일 임기만료로 회사를 떠났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이사회 독립성이 강화돼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유리하다.
지배구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키움증권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로 시장에 읽혔다”면서 “하지만 김익래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이현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역행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군희 전 의장 직전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것은 김익래 회장이다. 줄곧 이사회 의장을 맡아오던 김 회장은 지난해 SG증권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키움증권은 “원만한 이사회 소집 및 주재와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사내이사인 이현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면서 “이현 부회장은 당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현 부사장은 금융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쌓은 지식 및 노하우를 토대로 규제·환경 변화와 시장경쟁에 유연하게 대응해 장기적인 성장과 비전을 실행할 수 있다”며 “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원만하게 조율하고, 선임 사외이사와 협조하여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사회 의장 후보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준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현 부회장이 연임을 결정짓는 주주총회 안건에 김동준 대표를 사내이사(비상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같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PE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영리법인을 이끌고 있는 김동준 대표가 금융사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뒤따랐다.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PE의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두 회사의 대표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김동준 대표가 사내이사 사장으로 이사회에 합류했지만 의장직은 이현 부회장이 가져가면서 비판을 피해간 모습이다.
그간 김동준 대표의 키움증권 합류 시기가 관심사였다. 키움증권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키움증권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오너일가이기도 하지만 그가 이번에 받은 사장 직급은 키움증권을 이끌고 있는 엄주성 대표이사 사장과 동일한 직급이다. 김동준 대표보다 높은 직급인 인사는 이현 부회장이 유일하다.
다우키움그룹은 김동준 대표에게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다우키움그룹은 '김동준 대표→이머니→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룹 지배력은 아버지 김익래 회장보다 김동준 대표가 높다.
1984년생인 김동준 대표는 미국 남가주대(USC)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김동준 대표는 2009~2011년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했다. 그룹에 합류한 것은 2014년이다. 주요 계열사 다우기술, 다우데이타 등의 경영에 참여했으며, 2018년부터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 합류해 회사를 이끌었다. 2021년부터는 키움PE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다만 이번 김동준 대표의 키움증권 사내이사 합류를 두고 경영능력이 입증이 안 됐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PE의 실적은 최근 주춤하기 때문이다. 키움PE 2024년 영업수익은 85억 원으로 전년 128억 원 대비 3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로 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11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2022년 25억 원, 2023년 33억 원, 2024년 67억 원 등으로 예전 수준의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준 대표가 지배주주 일가이기 때문에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합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가총액 2조 원을 웃도는 상장사 사내이사인 만큼 경영능력이 입증된 뒤에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김동준 대표가 키움증권의 경영에 참여해 성장세를 유지시킬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키움증권은 연결기준 1조 9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 5646억 원 대비 큰 폭 증가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김 대표는 앞으로 사내이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라며 “키움증권의 글로벌 투자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과 역량을 쌓아온 김동준 대표 선임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 전략 추진이 가능하도록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강화해 균형잡힌 이사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