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2만 편 이상 출연한 그가 전하는 일본 AV 남자배우 삶…“지금은 동양의학적 기 흐름으로 보기 시작”

4월 13일 대만 한 호텔에서 만난 겐진은 트레이드마크인 뽀글뽀글한 머리와 둥근 안경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겐진의 대만 방문은 한국 성인 콘텐츠 제작사 ‘MIB’의 대만성인엑스포(Taiwan Adult Expo, TAE) 참가 일환으로 이뤄졌다. 겐진은 일본 유튜브 계정이 폐쇄된 후 한국의 ‘바람의 겐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로운 팬층을 만나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그는 이제 단순한 AV 배우를 넘어 섹스 교육자이자 철학자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실용적인 성 지식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접근법은 서양의 기능적 테크닉이 아닌, 동양의학적 관점에서 에너지 흐름과 호흡법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동경대를 가장 많이 가는 최고 명문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들었다. 어떻게 AV 업계에 입문하게 됐나.
“중고등학교는 츠쿠바 대학교 부설 코마바 고등학교였다. 우리 학교는 학년 50% 이상 현역으로 도쿄대에 입학하고, 재수까지 합치면 70%가 넘는 숫자가 도쿄대에 간다. 사실 고등학교 입학 후 공부보다는 AV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대학은 센슈대학 심리학과에 진학했는데, 재미가 없었고, 친구도 없었고, 장래 하고 싶은 것도 특별히 없었다. 그저 성욕만 가득했던 시절이었다.(웃음) 그러다 20세 때 우연히 V&R 플래닝이라는 회사 남자 배우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친구 중에 도쿄대 출신 교수, 박사들이 많은데 ‘여자를 만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네가 가장 성공했다’며 나를 부러워한다.”
—지원 과정은 어땠나.
“면접이 있었다. 특이했던 건 학력이나 경력 같은 걸 전혀 묻지 않았다. 그저 성적 취향이나 페티시만 물어봤다. 그때는 성병 검사도 없었다. 완전히 야만적인 시절이었다. 채용된 이유는 아마도 내가 20세 젊은 배우였기 때문일 것 같다. 당시에는 젊은 남자 배우가 거의 없었다. 동정 역할, 학생이나 아들 역할, 신입 사원 역할 같은 걸 할 수 있는 젊은 배우가 필요했다고 본다.”

“처음 2년 동안은 대학에 다니는 척하면서 배우 활동을 했다. 결국 대학교 출석일수가 모자라 집으로 통지가 가면서 들키게 됐다. 처음에 부모님은 내가 무슨 이상한 종교에 빠졌거나 다단계 혹은 사기를 당하고 있는 줄 알았다. 부모님이 뭐 하고 있냐고 물어보셔서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아버지가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그냥 멍하니 계셨다. 그래서 이렇게 설득했다. ‘이 일은 야쿠자도 아니고, 마약도 없고, 사채를 쓴 것도 아니다. 범죄도 아니고 언제든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배우 생활 2년이 지난 뒤였고, 남자 배우 수입도 좋은 시대라 매달 60만 엔에서 80만 엔을 벌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독립하게 됐다.”
—진정한 인정은 어떻게 받게 됐나.
“서른 살 쯤 됐을 때 일반 여성과 결혼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대방 부모님이 ‘AV 배우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우리 딸을 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 얘기를 제 부모님께 상담했더니, 어머니가 ‘네 부모가 그만두라고 할 때는 안 그만두더니, 다른 부모가 그만두라고 하니 그만두려고? 네가 말한 프라이드는 사실이 아니었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비로소 어머니에게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결혼은 어떻게 됐나.
“결국 결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직업에 대한 확신이 더 커졌다.”
—뽀글머리 헤어스타일이 트레이드마크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는 곱슬머리가 아니었다. 젊었을 때는 스포츠머리를 많이 해서 빡빡 밀고 다녔다. 그런데 15년 전쯤, 어떤 미해결 살인 사건 범인 몽타주가 나와 똑같아서 경찰에 불려간 적이 있었다. TV에서 ‘이 범인을 찾아주세요’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누군가 ‘AV 배우 중에 본 것 같다’고 제보한 것이다. 다행히 사건 당일 내가 촬영 중이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결국 내가 범인이 아니란 걸 확인했고, 그 뒤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사람들은 헤어스타일을 얘기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안경이 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26년 동안 많은 여배우와 함께 작업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나.
“정말 많다. 요시자와 아키호, 미사키 칸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분들은 진정성 있는 배우였다. 단순히 돈이나 인기만 바라보지 않고, 정말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엔 ‘사이보그’ 같은 배우들이 많다. 돈이 필요하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 또는 빨리 촬영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 그런 건 티가 난다. 진심으로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이 좋다.”
—여배우들이 선호하는 배우로 겐진을 자주 꼽는다. 비결이 있을까.
“그건 아마 ‘일하기 쉬운’ 스타일이기 때문일 거다.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니까 여배우 입장에서는 편할 것 같다. 물론 그분들이 나와 데이트하거나 사귀고 싶어하진 않는다(웃음). 그건 젊고 잘생긴 다른 배우들과 한다. 난 비즈니스 파트너 같은 존재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어릴 때부터 전혀 인기 없는 남자였다. AV 여배우들이 날 좋아한다고 말해줄 때 정말 기쁘다.”
—일본 AV 업계에서 선배나 롤모델이 있나.
“많다. 이미 은퇴한 요시다 준, 타부치 마사히로, 오시마 조, 요시무라 타쿠로 등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옛날에는 남자 배우들 사이에 선후배라기보다는 스승과 제자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사제관계도 없고 상하 관계도 거의 없는 편이다.”

“특정 부위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에너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예전에는 나도 신경과 혈액의 흐름, 특정 부위 등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접근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기’의 흐름으로 인간을 보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철학적 접근법이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이런 철학을 어떻게 적용하나.
“여배우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녀의 호흡 리듬에 맞추려고 한다. 안아주면서 상대의 호흡을 느끼고, 점점 편안하고 천천히 호흡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사람이 이완 상태일 때 감각이 가장 예민해진다. 아침에 막 잠에서 깬 상태처럼 의식과 무의식 사이 상태가 가장 좋다.”
—이런 연구가 단순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된 건가.
“내가 탑 남자 배우가 됐을 때도 여배우들은 ‘남자친구와 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내가 기술도 있고, 경험도 많은데 왜 그럴까 고민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애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더라. 그래서 여러 가지 연구를 시작했고, 서양적인 테크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동양 의학적인 내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접근법이 실제 AV 업계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나.
“솔직히 말하면 잘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대부분은 그냥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일해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깊이 연구하거나 독창적인 접근을 하는 건 오히려 예외적이다. 감독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옛날에 비해 일본 AV 업계는 훨씬 비즈니스적으로 변했다. 무엇이 팔릴지만 생각하지, 무엇이 정말 좋은 작품인지를 추구하지 않는다.”
—AV 배우로서 생활 관리는 어떻게 하나.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우고, 마약도 당연히 안 한다. 단 음식은 좋아하지만, 몸에 안 좋은 건 가급적 피한다. 그런데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은 먹는다. 야키니쿠(구운 고기), 스시, 한국 음식 중에서는 김치찌개, 짜장면를 좋아한다.”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탑 남자 배우 페이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작품에 5만 엔 정도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괜찮은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직업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일반적인 남자 배우라면 아마존 배달부가 더 많이 벌 정도다. 그래서 많은 배우들이 부업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2개월 동안 일을 못 했을 때, ‘남자 배우 일도 언젠가 끝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우 활동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성 만족도는 어떤 상황인가.
“약 20년 전 듀렉스(콘돔 회사)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섹스 횟수와 만족도가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었다.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었고, 섹스 횟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그리스였지만 만족도가 가장 높진 않았다. 이런 결과는 유교 문화 영향이 크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은 여성이 성에 대해 주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화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남녀 모두 성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다.”
—‘바람의 겐진’ 유튜브 채널을 통한 한국 활동은 어떤가.
“정말 즐겁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안이 왔을 때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망설였지만 한국이란 나라를 좋아해서 수락했다. 한국에 와서 보니 제작 환경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스태프들이 너무 젊고 열정적이다. 일본 촬영 현장은 40대 이상 아저씨들뿐인데, 한국은 20대 스태프들이 많아서 신선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유튜브 콘텐츠는 무엇인가.
“너드 같은 동정남에게 키스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영상이 하루 만에 1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신고가 많이 들어왔다고 이틀 뒤 영상이 삭제됐다. 실제로는 좋은 성교육 콘텐츠였는데 아쉽다.”
—감독으로서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나.
“나는 일본과 한국, 더 나아가 전 세계 섹스 문화를 바꾸고 싶다. 성을 좀 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내 최종 목표는 행복한 섹스를 하는 사람들을 늘리는 거다. 듀렉스 조사처럼 한국과 일본의 섹스 만족도가 최하위에 머무는 게 아니라, 노르웨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이 되길 바란다. 섹스 후에 건강해지고 웃음이 나오는 그런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바람의 겐진’ 채널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 예정이니 많이 지켜봐 달라. 그리고 성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궁극적인 꿈은 단순히 테크닉을 넘어, 한국과 일본 섹스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두 나라가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인 이유는 분명히 문화적 요인들이 있다. 여성이 자신의 성적 욕구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남성도 여성의 필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만족도는 높아질 수 없다. 나는 단순히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철학을 나누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대만=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