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장관 사위, ‘멋쟁해병’ A씨 상대 ‘김용현 명예훼손 고발’ 합의 후 취하…김용현 사위 측 “문제 될 게 없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딸의 남편, 즉 김 전 장관의 사위가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촉발한 '멋쟁해병'의 한 구성원을 형사고발하고, 합의 후 취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 전 장관 본인이 직접 나서는 대신 사위로 하여금 고발하게끔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합의는 '다시는 김용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8월 서울 서부경찰서에는 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고발인은 김 아무개 씨(40), 피고발인은 '멋쟁해병' 구성원 A 씨였다. 멋쟁해병은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및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발단이 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이름이다.
김 씨는 A 씨가 김 전 장관(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멋쟁해병 구성원들이 2024년 6월 나눈 통화 녹취가 일부 언론에 유출됐는데, 여기에 담긴 내용을 문제로 삼았다. 해당 녹취에는 "모든 배경에 김용현 처장, 거기가 다 이렇게 만들어놨다더라고. 김용현이 군 인사와 다른 문제들 다 책임져. 기무사(현 방첩사) 출신도 다 김용현 쪽으로 서거든" 등 내용이 담겼다.
김 씨 고발사건은 수원 중부경찰서로 이첩됐고, A 씨는 피고인 조사까지 받았다. A 씨는 고발인 김 씨와 일면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김 씨 측 변호인과 A 씨는 이후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씨 측은 A 씨에 형사처벌을 거론하며 "발언 전반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A 씨는 "지인과 사담이었을 뿐"이라며 거절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A 씨가 피고발인 조사를 받고 한 달도 채 안 된 2024년 11월 말쯤 양측은 "A 씨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지인에 말한 데 대해 김용현 처장에 사과한다"고 합의했다. 김 씨는 고발을 취하했다. 이를 계기로 A 씨 등은 김 전 장관과 관련한 일체 발언을 이어가지 않았다.
애초 멋쟁해병 일부 구성원과 주변 관계자들은 '채 해병 순직' 및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나름대로 군 안팎 정보를 수집하며 김 전 장관이 배후일 가능성을 의심해왔다고 한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과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같은 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70' 가입자가 경호처란 사실도 멋쟁해병 통화 이후인 2024년 7월 밝혀졌다.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부터 군 인사에 개입해왔다는 부분 역시 최근에야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12·3 비상계엄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중장 진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경호처가 인사에 관여하며 특전사령관에 보임됐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으로서는 진즉 옷 벗었어야 할 장성들을 구제해줌으로써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의문은 김 씨 정체와 그의 고발 배경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 씨는 김 전 장관 사위로 확인됐다. 그의 고발이 김 전 장관 모르게 진행되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 씨 측과 A 씨가 작성한 고발 취하 합의서에 "김용현 전 경호처장님께서 A 씨의 사과를 받아들였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이 해당 고발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합의 여부도 그의 판단에 따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사위 김 씨는 서울에서 농산물 도매업체를 운영해 군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장인의 일을 놓고 허위사실을 다투겠단 자체가 다소 느닷없는 행보인 만큼, 실상은 김 전 장관 의지가 반영된 고발일 개연성도 존재한다.
A 씨도 고발인이 김 전 장관 사위였단 사실을 일요신문 취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지난 일에 대해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김 씨는 김용현 측근 중 한 사람인 줄 알았고, 사위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전 장관이 본인을 둘러싼 의혹의 사실관계 규명에 부담을 느껴 사위가 대신 나섰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만약 김 전 장관이 직접 고소했다면 그는 자신이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배후가 아니란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어야 했다. 또 고발을 취하하지 않았더라도 참고인 조사 등으로 수사 협조를 요청 받았을 수 있다.
검사 출신 박진현 변호사는 "사건이 취하되지 않고 유지됐다면 경찰은 수사를 통해 허위사실 여부를 꼭 확인해야 했다"며 "이 경우 김 전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조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A 씨만 고발했을 뿐 녹취를 보도한 언론사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춰, 김 전 장관 측이 사안 공론화는 최대한 억제했단 시각도 따른다. 김 씨 고발이 사실상 A 씨 '입틀막'(입을 틀어막다) 목적이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김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해 내란 중요업무 종사자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과 함께 본인 기소 역시 부당하다며 연이어 보석을 신청했다. 4월 28일에도 "재판에 이르기까지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시급히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