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부터 여성의 몸까지…고영미 작가 ‘빨강의 기억’ 색채로 말하는 고통과 생존 담아

고영미 작가는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장 보도 사진을 접하고 작품에 담아냈다. 그는 전쟁 지역에서 피난민들의 모습, 거리에 버려진 시신들, 여성 희생자들의 몸에 남겨진 잔인한 흔적들을 통해 느낀 인간성 상실의 충격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고영미 작가는 “빨강은 전쟁이 야기한 죽음의 이미지뿐 아니라 여성의 몸 즉 월경, 출산 같은 여성의 생리적 경험을 나타내는 색”이라며, “분과 피, 죽음과 생명의 양면성을 지닌 빨강은 작업에서 중요한 서사적 전언이 된다. 오늘날 다양한 갈등과 고통, 성찰에 대해 풀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지난 8년간 여러 차례의 유산, 수술,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며 여성성과 모성, 자아의 위태로운 경계를 직접 체험했다. 이러한 실존적 경험은 작업에서 ‘피의 잔’, ‘성모의 심장’ 같은 상징적 모티브로 작용하며, 고통의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작가는 ‘만딜리온’, ‘TV 화면’, ‘커튼’, ‘삼면화’(또는 이면화, 다면화) 형식을 통해 관람객에게 ‘어떻게 볼 것인가’를 질문한다.
고영미 작가는 빨강을 열은 분홍, 진한 빨강, 검은 빨강에 이르기까지의 스펙트럼으로 변주하며 다양한 감정과 기억을 충만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빨강은 자아 표현의 도구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창구”라며, “고통을 넘어선 의미의 재탄생을 시도하는 서사적 실험”이라고 설명한다.
‘빨강의 기억’ 전시는 서구 미술사의 희생, 구원, 고통과 같은 전통적 시각언어와 현대 사회의 갈등을 중첩하며, 색을 매개로 한 예술의 사회적 성찰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는 단지 상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과한 생존의 이야기를 그리는 시도다.
고영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연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홍익대학교 디자인·공예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번 전시는 서울 서초구 효령로 72길 60 한전아트센터 1층 한전갤러리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매주 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며, 5월 1일과 5월 6일은 정상 개관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