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발언, 구체적 사실 공표에 해당”…12명 대법관 10대 2로 유죄

이 후보는 2021년 대선을 앞두고 출연한 토론 방송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다. 김 전 처장과의 사진에 대해선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2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했다. 다음달인 2015년 3월 성남시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지역을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수용한 바 있다. 이 과정에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었다.
앞서 1심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인정하고 이 후보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의 법리를 오해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봤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이나 인식 표명이 아닌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발언들이 모두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골프를 친 적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전 처장과) 교유행위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해야한다”고 하면서 “해당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해외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에 국토교통부 협박이 있었다고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의무조항을 들어 압박한 일이 전혀 없었다”며 “피고인은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발언을 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며 “이는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하다”고 봤다. 앞서 이 후보의 발언이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한 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은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허위사실 발언으로 판단된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표현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허위의 사실’ 판단에 관해선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여했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에는 12인 중 10인이 동의했다.
한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2명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 후보의 골프 발언,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검찰 공소사실과 같이 해석해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