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조사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권만 있어 할 수 있는 부분 없어”…정권 바뀌면 폐지 수순 밟을 수도
이런 가운데 경찰국 신설에 앞장섰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가담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경찰국이 있어도 행안부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 장관 스스로 경찰국 존재 필요성을 부정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 전 장관은 경찰 등과 사적인 끈끈함은 지킨 듯하다.

행안부에 소속된 경찰국은 윤석열 정부인 2022년 출범했다. 설립 추진 때부터 논란이 컸다. 정부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비대화한 경찰을 견제 혹은 통제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은 군사정권 유물 '내무부 산하 치안국'이 부활했다는 등의 비판이 확산했다.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설립에 가장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2022년 5월 13일 장관으로 취임한 첫날부터 행안부 간부들에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본인 직속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도 꾸렸다. 장관에 임명된 목적 자체가 경찰국 설립을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마저 나왔다.
경찰 조직은 크게 흔들렸다.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이 경찰국 설립에 반대한다며 중도 사퇴했다. 일선에선 경찰 노조 격인 경찰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이 전국에서 삼보일배 투쟁과 삭발시위 등에 나섰다. 전국 경찰서장(총경)들이 모여 경찰국 반대 회의도 진행했다. 류삼영 전 총경 등이 징계를 받고 제복을 벗은 계기가 이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경찰들의 이 같은 반발을 '12·12 군사쿠데타'에 빗대기도 했다. 그해 7월 25일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 "경찰은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특정 집단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회 수준" 등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국은 이 발언이 나오고 불과 약 일주일 흐른 8월 2일 '속전속결'로 신설됐다.
공교롭게도 이 전 장관은 12·12 군사반란을 떠올리게 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해 '법무법인 김장리'로 재취업할 길이 열렸다. 김장리는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까지 대표 변호사로 있던 곳이다.

이 전 장관은 정작 본인 수사에선 그간 직접 주장해온 경찰국 설립 취지인 민주적 '통제' 등을 외면하는 듯한 주장을 폈다. 행안부 지휘 아래 경찰국을 뒀어도 본인은 경찰 통제수단이 전혀 없다며 거리를 뒀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24년 12월 16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이 전 장관 피의자 진술조서에 나온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피의자는 어떤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이 전 장관은 "그 역할을 전부 다 경찰청에서 가져갔다"며 "1991년 경찰청이 독립되면서 치안업무를 다 가져갔고, 저는 경찰 고위직 간부 인사권만 갖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은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됐을 때 직무권한이 무엇인지' '장관으로서 대처나 지시 등을 하지 않는지' 등을 연달아 물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장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현저한 곤란이 생겼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되풀이했다.
경찰은 '치안 질서 유지는 경찰청에서 독립적으로 하고, 행안부는 안 한다는 말인지'를 재차 질의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에 건의는 할 수 있겠지만 지휘할 권한은 없다"며 "그래서 경찰국 개설할 때도 이 부분을 메우려고 법률 개정 제안을 건의했으나 현재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권한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대통령에게 건의한 사례가 있는지'까지 물었다. 이 전 장관은 이때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도의 사실적인 건의를 말한 것일 뿐, 법률상 건의권이 따로 있진 않다"며 본인의 권한과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저의 경찰과 접점은 총경 이상 승진, 전보권은 없고, 경무관 이상 전보권만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계획을 몰랐다면, 사실상 대통령이 본인을 패싱하고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에 직접 지시를 한 셈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행안부 장관으로서 경찰을 지휘할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에 패싱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법적으론 그렇더라도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묻자, 이 전 장관은 "제가 경찰국 만들 때 그런 오해가 있기 때문에 반대의견이 있었다"며 "윤희근 전 경찰청장과 조지호 경찰청장한테 한 번 물어보셔도 좋은데, 저는 한 번도 (경찰을) 지휘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나름의 카드를 꺼냈다.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 34분 이 전 장관과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이 통화한 기록을 제시하며 대화 내용을 물었다. 이 전 장관은 "제가 무슨 상황인지 묻고자 걸었는데, 청장님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느라 저와는 얘기를 못 나눴다"며 "기분이 조금 나빠서 아무 대화도 못 나눈 채 끊었다"고 해명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도 함께 이뤄졌다. 조 전 청장은 이 전 장관이 직속상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은 "경찰청장은 직속상관이 행안부 장관이라고 진술했다"며 "전화통화로 업무지시도 몇 번 받은 적 있다고 진술했는데 맞는지"를 이 전 장관에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저는 경찰에 업무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조지호 경찰청장님은 8월 취임 직후 축하 만찬을 한 게 마지막이었고, 평소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경찰청장이 행안부 장관의 부하를 자처하고, 행안부 장관은 이를 부정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연출된 셈이다.

경찰국 존폐 논의 핵심은 정치권력과 수사기관의 관계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사기관은 단연 독립성 확보가 기본이다. 정부에 종속되면 수사 칼날이 정치권력 앞에서 유독 무뎌지거나, 아예 유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장관과 경찰은 공과 사 어디쯤에서 모호한 관계를 유지해온 정황이 보인다.
이는 2024년 12월 23일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이뤄진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J 준장 조사에서 드러난다. J 준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여러 행보를 진술하며 이 전 장관과 우종수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의 관계성을 설명했다. 이들이 서로를 '같은 편'으로 여기며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J 준장에 따르면 2024년 3월에는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장관, 우 전 본부장이 저녁 늦은 시각까지 방첩사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여 전 사령관이 "이상민 장관, 우종수 본부장이랑 저녁에 모여서 술 세게 마셨어"라고 말한 적도 있다. J 준장은 이를 '사적으로' 모인 자리라고 증언했다.
실제 이 전 장관 진술조서에도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경찰이 '방첩사 방문 배경' 등을 묻자, 이 전 장관은 "여인형 사령관은 잘 모르던 (충암고) 후배인데, 먼저 저녁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며 "둘이서 보기 좀 그래서 국수본부장과 같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니, 다들 좋다고 해서 저녁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행안부 장관이 방첩사령관을 사적으로 만났고, 이 자리에 국수본부장을 데리고 나갔다는 의미가 된다. 경찰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기관의 정치적 독립'을 기치로 세워진 기관이다. 경찰청장 지휘도 안 받는다. 그런 국수본 수장이 행안부 장관의 사적인 술 모임에 불려나간 데 대해서는 비판이 나올 여지가 크다.
J 준장은 특수본에서 또 "2024년 3월 외에도 그해 세 사람이 사적 술자리를 가진 적이 두 차례 정도 더 있었다"며 "여 사령관과 우 본부장은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로 생각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여 사령관은 평소 우 본부장 관련 언급이 나올 때 친분을 과시하며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다"고도 증언했다.

이번 대선 유력후보들 사이에서 경찰국 관련 공약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5월 1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공동주최한 '차기 정부 국가개혁과제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 등은 경찰국을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경찰 통제 및 견제는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5월 6일 주최한 '차기 정부 경찰개혁 토론회'에서도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 교수는 "새 정부에서는 경찰을 정부 하수인으로 만든 경찰국을 최우선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는 아직 공식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조금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다만 한 예비후보의 경우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로서 경찰국 신설의 국무회의 통과 및 시행을 공포한 당사자인 만큼, 이제 와서 폐지를 주장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편 경찰 '싱크탱크'로 불리는 경찰대 부설기관 치안정책연구소는 최근 학술지(제39권 제1호)에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경과에 관한 소고: 2022년 경찰국 설립 과정 당시의 문제점' 논문을 게재했다. 추진 과정부터 숙의가 없었고, 결과적으로도 조직 갈등을 심화시키는 등 여러 문제점이 담겼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