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검찰·금융위 등 대대적인 개편 예고…국민의힘 “지금은 대통령 권력 분산해야 할 때” 비판

기획재정부는 예산편성 지침 전달, 각 부처 예산 요구 심사 및 조정, 예산안 편성, 예산안 국회 제출 및 예산 심의 지원, 예산 집행 관리 및 감독, 결산보고서 작성 및 국회 제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 부처에 예산을 배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예산편성권을 두고 기재부와 대립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소득 주도 성장 관련 예산, 복지 확대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 정책, 재정준칙 등을 두고 충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갈등했다. 민주당은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지만, 기재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을 주장했다.
재난지원금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있던 시기에 기재부와 이재명 후보도 대립각을 세웠다. 2020년 8월 3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여러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도 재정 건전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자, 홍 부총리는 “아주 철없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재정 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 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4월 27일 기획재정부 개혁 방안에 대해 “기획재정위원회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며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이재명 행정부 리빌딩’ 1순위로 지목된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과도하게 집중돼 있었던 기재부의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4월 28일 정일영 의원은 “예산 편성권을 쥐고 기재부가 사실상 상위 부처로 군림하며 각 부처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고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김대중 정부 때 발생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대중 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운영했다. 경제 정책과 예산편성 기능이 분리돼 비효율적인 정책 조정, 거시 정책 일관성 저해, 정부조직 비대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재정부를 출범시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기재부 개편 움직임 이면에 대통령 권한 강화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4월 29일 “당권을 장악한 채 ‘아버지’로 칭송받고, 거대 의석수를 등에 업고 입법권까지 틀어쥐더니, 이제는 나라 곳간의 열쇠까지 움켜쥐겠다 한다. 예산마저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선포에서 섬뜩함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말장난 그만해야 한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오 의원은 2023년과 2024년 모두 30조 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났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했지만, 기재부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기재부는) 적자성 부채 증가에 대해 설명도 잘 안 한다. 국회 통제도 안 받는다. 마음대로 했던 것에 대해 조직을 분리해서 견제해야 한다. 이런 비판을 지난 국감 내내 이야기했다”며 “당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 기재위 위원들은 분할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저는 아직은 반대 의견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산편성 기능을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로 옮길 경우 책임 소재를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기재부 관료들만 예산편성 책임을 물을 대상으로 지목됐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들은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사권이 대통령실에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기재부에서 대통령실로 예산편성권이 이관되면, 대통령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권 뺏고 공수처 권한 강화
민주당의 오랜 숙적인 검찰도 주요 개편 대상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이를 각각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과 공소청이 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팀장 김용민 의원)는 부패·경제 범죄 등 중요 범죄 직접 수사권까지 박탈하는 내용의 검찰 개혁안 틀을 마련한 상태다. 사실상 검찰을 해체하는 수준의 내용들이다.
이 개혁안이 실현되면 검찰은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와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도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 TF는 검찰총장 직위를 장관급에서 차관급인 ‘공소청장’으로 격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직접 수사권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수청 등으로 분산될 전망이다. 국수본은 강력, 지능, 조직, 생활, 안보, 여성·청소년 등의 범죄를 다룬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본인과 그 가족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주로 직무 관련 범죄, 부패 범죄 등을 수사한다.
중수청은 검찰이 가지고 있던 부패, 경제, 마약,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이관받는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중수청을 ‘한국형 FBI’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중대 범죄에 대한 전문 기관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민주당은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수청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국무총리실 아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공수처 정원은 공수처장을 포함해 25명이다. 현재 신규 검사 임명 지연으로 정원을 다 못 채우고 있는 상태다. 수사관은 정원 약 40명 수준이다. 이재명 후보는 4월 15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대폭 강화하고 수사기관끼리 상호 견제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위헌 소지도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의 기소와 수사 권한을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89조는 검찰총장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 같은 조항 때문에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검찰총장을 공소 청장으로 지위를 격하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번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권한 쟁의를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소수 의견은 (이 헌법 조항을) 근거로 해서 검찰 수사권이 헌법 차원의 권한이라고 했다”면서도 “재판관 다수는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금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몫 2인의 재판관을 임명하게 된다. 그러면 다시 권한 쟁의를 청구해도 인용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기후에너지부 신설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는 경제, 사회, 산업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전담할 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76%가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환경부는 에너지 정책에 영향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관련 업무가 기후에너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환경보다는 에너지에 치중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 온실가스 관련 업무 담당 부서 규모는 1국 3과다. 반면 산업부 에너지 정책 담당 부서 규모는 4국 13과다. 두 부서가 단순 통합되면, 에너지 담당 부서가 부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 설치도 논의되고 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해당 부처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8년 과학기술부총리 폐지 이후 17년 만에 과학기술 관련 부처 부총리 부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과기정통AI부 장관 겸 부총리는 과학기술, 정보통신, 인공지능(AI)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시작됐다. 현재 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이 수행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산하 법인이다. 정부가 금융감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민주당과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관치금융과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창궐의 원인이기 때문에 금융위에서 금감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월 1일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이 같은 부처 개편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개편안 발표 시기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부분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개헌을 해서 권력 분산형 대통령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거의 과거로 회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권이 강화됐을 때 옛날 전제군주 시절이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