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0만 명분 코카인’ 등 부산·울산·강릉서 적발…한국은 아직 최종 목적지 아닌 중간 기착지

2024년 4월 5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항에 2만 5000톤급 화물선 한 척이 정박했다. 아연·납 등의 광석을 운반하는 싱가포르 선적의 선박으로 멕시코 만사니요항에서 출발해 캐나다 밴쿠버항을 거쳐 울산 온산항에 도착했다. 이후 일본을 경유해 뉴질랜드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4월 6일 잠수부가 화물선 씨체스트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발견해 신고했다. 코카인 28.43kg이 1kg씩 나뉘어 28개의 블록 형태로 포장돼 있었다. 시가 약 142억 원 상당으로 9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2025년 4월 2일에는 역대급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3만 2000톤급 벌크선이 강릉시 옥계항에 입항했다. 선적지가 노르웨이인 벌크선은 멕시코에서 출발해 페루, 파나마, 중국, 우리나라 당진항 등을 거쳐 옥계항에 들어왔다.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한 동해해양경찰청과 서울본부세관은 집중 수색해 선박 기관실 뒤 밀실에서 1kg 단위의 코카인 블록 수십 개가 들어 있는 박스 57개를 발견했다. 무려 2톤이나 된다. 시가 1조 원 상당으로 6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역대 최대 규모 마약 단속이다. 종전 최대는 2021년에 적발된 필로폰 404kg이었다.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2월 8일 페루에서 파나마로 항해하던 도중 코카인을 실은 보트와 접선해 코카인 약 2톤을 넘겨받은 뒤 선박 기관실 뒤 밀실에 은닉했다. 코카인을 싣고 대한민국 당진항, 중국 장자강항, 자푸항을 거쳐 강릉시 옥계항에 입항했다.
이들은 당진항과 장자강항, 자푸항 등을 오가는 해상에서 총 5차례 코카인을 다른 선박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기상 여건 등으로 실패해 옥계항까지 왔고, 옥계항에서 출항한 뒤 다른 배로 코카인을 옮길 계획이었다. 구속된 필리핀 선원 2명은 300만 페소(약 7635만 원)씩 받고 중남미에서 가져온 코카인을 동남아시아 마약상에게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의 최종 목적지는 수사 중이다.
5월 10일 오전에는 부산신항에 접안 중이던 몰타 국적의 9만 5390톤급 컨테이너 선박에서 코카인 720㎏이 적발됐다. 시가 3600억 원 상당으로 24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옥계항에서 발견된 코카인 2톤보다 적지만 부산항에서 적발된 마약 사건 중 최대 규모다. 해당 컨테이너 선박은 에콰도르에서 출발해 일본과 한국, 중국 등을 거친 뒤 다시 에콰도르로 향하는 정기선이다.
정밀한 단속이 가능한 것은 미국 수사기관의 정보력 덕분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강릉시 옥계항에 입항한 벌크선에 마약이 실려 있다는 정보를 동해해양경찰청과 서울본부세관에 전달했다. 최근 부산신항에 접안 중이던 컨테이너 선박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는 미국 마약단속청(DEA)에서 제공했다.
단속 이후 수사도 국제 공조를 통해 이뤄진다. 2024년 1월 부산신항에 입항한 7만 5000톤급 화물선에서 코카인 100㎏이 적발된 사건의 경우 2024년 11월 관련 조직원 6명이 브라질에서 검거됐다.
당시 남해해양경찰청은 압수한 마약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3명의 DNA와 지문 51점, GPS 8개 등을 확보했다. 해경은 수집 증거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미국 마약단속국(DEA), 브라질 연방경찰 등과 공유하며 국제 공조 수사를 진행해 2024년 11월 8일 브라질 현지에서 국제 마약조직원 6명을 검거했고, 조직원 3명을 수배 중이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이들 일당이 중국과 스페인 등 해외에서 유통하려던 마약류 1톤을 추가로 발견해 압수했다.
비록 우리나라가 최종 목적지가 아닌 중간 기착지라지만 거듭 대량의 코카인이 우리나라 항구를 거쳐 가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중남미 마약 조직이 우리나라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량 코카인의 한국 상륙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제 공조를 통한 적극적인 단속과 적발이 절실하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