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이지만 일부 이재명 호감 기류, ‘대세론’은 아냐…“보수정당 이기더라도 근소한 차이일 것”
이런 행보가 실제 대세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요신문은 이 후보가 지나간 '험지 접경벨트' 일부 지역을 다시 돌아봤다. 현장에서 '미세한' 변화는 감지됐다. 보수정당 텃밭으로 분류된 곳에서 "이번엔 이재명도 고려 중"이란 목소리가 꽤 들렸다. 물론 그간 보수정당을 선택해온 투표 관행을 깨기까지 한계도 엿보였다.

이 후보는 5월 1일 경기 연천군 전곡전통시장을 찾았다. 연천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투표 참가자 53.67%(1만 5325표)가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이 후보는 42.07%(1만 2013표) 득표에 그쳐 10%포인트(p) 넘는 차이로 패했다. 전국 투표에서 윤 전 대통령(48.56%)이 이 후보에 불과 0.73%p로 승리했던 점에 견줘보면, 연천도 보수 성향이 뚜렷한 셈이다. 연천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 때도 33.59%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며 문재인 후보를 4.13%p 차이로 앞질렀다.
일요신문이 5월 15일 다시 가본 연천 전곡전통시장 기류는 다소 모호해 보였다. "여기는 누가 뭐래도 국민의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엔 이재명 찍을 수도 있다"는 말도 없지는 않았다.
한 분식집 업주는 "한나라당 시절부터 늘 보수정당을 찍어 왔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문수나 이재명에 대해 하는 말들이 워낙 다르다"며 "일단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인근 쌀집 업주의 경우 "이 동네는 원래 보수정당을 찍게 돼 있다"면서도 "근데 이번 대선은 누굴 찍고 말고를 떠나 투표를 꼭 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김문수 후보에 대해 '과거 노동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 게 없다"며 "김 후보가 비상계엄에 대해 정확히 어떤 입장인지도 헷갈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 후보 대세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국밥집 업주는 "이재명 후보가 사람 자체는 선하고 괜찮아 보이더라"며 "뉴스에서는 범죄자처럼만 비쳐졌는데 직접 보니 소탈한 서민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쎄, 저는 이재명을 찍을 수도 있겠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군 출신이 많아서 북한에 우호적인 민주당에 아직은 거부감이 강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후보와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상인들 인상평이 그나마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상호와 업종 등은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입을 열었다. 전부 "검소해 보였다" "똑똑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우리 시장에 온 적이 있는데,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좀 세 보이는 느낌은 들었다"는 소감도 있었다. 이렇게 말한 업주는 "그래도 이 후보가 강단 있고 업무 추진력이 있을 것 같다"며 "이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또 다른 한 상인은 "입을 꼭 다문 쪽은 아무래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봐야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기자가 둘러본 상점 업주나 종업원 대부분은 "정치에 관심 없다"며 입을 닫았다.
투표 성향과 별개로 대부분 일치하는 전망이 한 가지 있었다. "보수정당이 다시 이기더라도, 초박빙으로 이길 것"이란 분석이었다.

강원 화천군 화천전통시장과 그 옆 한 경로당은 이 후보가 5월 2일 찾은 곳이다. 화천은 강원 지역에서도 조금 특수한 지역으로 꼽힌다. 보수성향이 강하지만, 16대 대선과 19대 대선 때는 '근소한 차이'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통계상으로는 2000년 이후 모든 대선 적중률 100%다.
일요신문이 5월 15~16일 다시 찾은 화천에서 이 후보 인기는 비교적 높아 보였다. 연천에선 "이재명 찍을 가능성 있다" 정도 얘기가 나온 데 반해, 화천에선 "이재명 찍겠다"는 목소리가 꽤 나왔다.
이 후보와 경로당서 마주 앉아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한 노인은 "그 양반(이재명) 괜찮더라"고 호평했다. 이 노인은 "원래 이 후보 찍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만나서 얘기해보고 생각이 달라졌다"며 "이 후보가 쓰는 말들이 아주 친서민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후보가 떠난 후 딸이 보내준 유튜브들을 좀 봤는데, 다른 건 모르겠으나 경기지사 시절 계곡 불법시설을 정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김문수 후보도 아주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이지만 이번엔 이재명을 한 번 밀어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는 있었다. 그는 "민주당이 걸핏하면 탄핵하고 으름장 놓는 모습은 영 보기 안 좋다"며 "이재명 당선 후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면 더 막 나가진 않을까 걱정은 된다"고 부연했다.


이들에 따르면 화천은 군부대 때문에 강원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표심이 유동적이라고 한다. 타지에서 온 군인 가족들과 교류가 많아 "우리는 보수"라는 관념이 틀에 박히지 않았단다.
이 시장 한 옷가게 업주는 "화천군이랑 바로 옆 인제군이 가끔 민주당도 찍는다"며 "인제는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라 김대중 씨를 기억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옛 자유당 시절 세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했다. 그러다 호적을 인제로 옮겼고, 여기서 1961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34세 나이에 첫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정작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에서 인제군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더 많은 표를 줬다. 이회창 후보 32.96%(6153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29.54%(5515표) 득표율을 기록했다. 단 16대 대선 때는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 48.23%(8124표)에 힘을 실어줬다. 이회창 후보는 45.56%, 7674표를 받았다.
이번 대선을 내다보는 화천군민 관측도 연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누가 이길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설령 국민의힘이 이겨도 민주당과 득표율 차이가 이전보다 크지는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는 화천전통시장 한 상인은 "문재인 정부 때 ('국방개혁2.0' 탓에) 화천 27사단이 없어졌다"며 "이 동네는 군인들이 먹여 살리는 곳인데, 27사단이 해체되는 바람에 인구도 소비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문수를 찍기야 할 텐데 권영세, 권성동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문제"라면서 "지도부가 먼저 윤석열과 거리를 둬야 대선후보도 절연을 하지, (지도부가) 그러질 않으니까 김 후보가 부담을 짊어지고 선거를 불리하게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에 이재명 보니까 사람들도 많이 몰리고 인기는 좋아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화천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향한 기대감도 일부 드러났다. 경로당과 전통시장에서 모두 "이제 젊고 똑똑한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며 이준석 후보를 거론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에 투표할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은 경험을 쌓을 때" "묵직함(품위)이 조금 부족" "나중엔 대통령 될 사람" 등 반응이 주를 이뤘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