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이탈리아의 조각가 파올라 그리지의 거대한 작품을 보면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마치 책의 페이지 속에서 사람 얼굴이 솟아오르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이모가 점토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던 그리지는 점차 점토라는 재료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늘 점토를 만지는 게 즐거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창작 분야에 도전해 봤지만, 결국 조각이 내 열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그리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나갔고, 마침내 책과 인체를 융합한 독특한 조형미를 탄생시켰다.
책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문학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책은 나의 예술적 비전을 담아내기에 완벽한 매체였다. 넘실거리는 페이지, 수수께끼 같은 얼굴, 과거와 미래 사이에 걸쳐 있는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면서 펼쳐지는 여정 등 그런 흐름을 담고 싶었다”라고 풀이했다.
조각이 완성되면 청동으로 주조한 후 직접 손으로 책의 페이지에 글귀를 새겨 넣는 작업을 한다. 이 글귀들은 ‘꿈의 덧없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경이로움, 사랑의 깊은 강렬함’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지는 “내가 추구하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듯하면서도 견고하고 표현력이 살아있는 조각이다. 즉, 변화와 영속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무언가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파올라그리지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