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산 매각 추진에 안팎에서 우려 목소리…석유화학 업황 악화 고전 속 “공시 외 답변 어렵다”

올해 시설투자(CAPEX)에만 12조 원을 집행하는 LG화학은 회사채 발행 외에도 다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81%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유동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물적분할·중복 상장 논란에 시달렸던 LG화학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혹시나 했던 석유화학 사업도 도통 정상화하지 못하면서 결국 유망 사업을 매각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매각 아깝다” 분석 나오는 까닭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부 매각이 아쉽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정 연구원은 “담수 사업은 중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스페셜티 화학 분야의 하나”라며 “담수 사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선도 화학사 듀폰과 도레이의 주가이익비율(PER)을 보면, 담수사업의 높은 수익성과 장기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두 회사의 기업가치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지부진한 석화 설비 매각보다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사업 매각을 통한 재원 확보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2차전지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스페셜티 화학 부문의 확장 등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LG화학은 현재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데, 노동조합에서도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을 취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주 공장과 본사 앞에서 매각을 철회하라는 시위가 진행 중인데, 노조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장기룡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은 노조와의 면담에서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화학 내부에서는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양극재 판매 또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이어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으로 당장은 실적 호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선택한 것이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비핵심 자산 정리다. 사실 LG화학이 가장 팔고 싶어 하는 매물은 2조 6000억 원을 투자한 NCC 2공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NCC 2공장은 나프타를 열분해해 기초유분인 에틸렌을 연간 80만 톤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매각가로 처음 거론된 가격은 약 3조 원인데, 2년 가까이 안 팔리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가는 이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에스테틱 사업 부문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로 자금 조달이 필요하면 반도체 소재 사업 매각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도 담수 사업 매각 검토한 바 있어
두산그룹도 2019~2020년 그룹 사정이 좋지 않았을 때 담수 사업을 매각 대상으로 올려놨다가, 결국 매각하지 않은 적이 있다. 당시 산업은행과 자구안을 수립할 때 매각하겠다는 계획안을 올렸지만, 다른 자산들을 먼저 파는 방식으로 담수 사업은 지켜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증발식과 역삼투압식 기술을 토대로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22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으로부터 8400억 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사실 두산에너빌리티 기업가치에 있어 담수 사업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는 명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발전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가스 터빈, 각종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담수 사업에 주목해 투자하는 투자회사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2005년 1만 원대였던 주가가 담수 사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2007년 14만 원대까지 치솟은 전력이 있다. 당시는 이른바 ‘담수 테마’가 불었고,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도 TV 광고 등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었다.
전문가들은 담수 사업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에 LG화학의 딜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사모펀드(PE) 대표이사는 “담수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시장이 만개하는 것은 늦어질 수 있다. LG화학도 이 때문에 파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GS건설이 최근 발간한 한 리포트에 따르면 해수 담수화 시장은 2018년 145억 달러에서 2024년 203억 달러로 성장했다. 6년간 연 평균 6.7% 성장한 꼴인데, 기대만큼은 성장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이는 생산단가가 예상했던 것만큼 빠르게 낮아지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력이 충분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달리 아프리카 물 부족 국가들은 담수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없는 이유다.
#알짜 매각하는 대기업들
한편 GS건설도 수처리 사업을 하는 GS이니마 경영권 매각을 검토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국영 기업 타카가 1조~2조 원대 가격에 GS이니마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중동지역 경제 전문 매체 미드(MEED)가 보도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까지는 알짜 자회사 매각에 수동적이던 대기업들이 올해 들어서도 업황이 나아지지 않자 외부에 팔릴 만한 매물을 내놓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LG화학만 해도 석화 설비 매각을 추진하다가 도통 진척이 되지 않자 워터솔루션 사업을 매각하는 상황이고, GS건설도 처음에는 GS이니마 지분 일부만 매각하려다가 입질이 없자 아예 경영권을 팔기로 선회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유통과 건설, 석유화학 등은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대기업들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알짜 자산을 내놓은 상황”이라며 “사모펀드들은 불황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각 대기업에 알짜 자산을 매각하라고 수시로 제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팔라는 사모펀드들의 제안에 몸살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사업 매각과 관련한 질문은 공시를 통한 답변 외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