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성과’ 국정 동력으로 쓰일 듯, 내란특검은 국힘 명운 좌우…사법시스템 공백 등 부작용 우려도

세 가지 이슈와 관련한 특검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인력 수요가 상당할 전망이다. 파견 검사가 내란 특검법엔 60명, 김건희 특검법엔 40명, 채해병 특검법엔 20명이 동원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수는 200여 명,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는 107명으로 알려져 있다. 3대 특검법에 동원되는 파견 검사 규모는 서울중앙지검에 못 미치고, 서울남부지검보다 많은 수준이다. ‘매머드 특검’이 모여 삼각편대를 구성하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 각종 의혹 관련 진상 규명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 유력하다. 새로운 진상을 규명할 때마다, 해당 이슈가 이재명 정부 국정 동력원으로 쓰일 것이란 관측이 뒤를 따른다. 각 특검별로 짚어야 할 이슈들이 워낙 방대한 상황에서, 특검이 ‘속공’을 통해 수많은 핫이슈를 양산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고개를 든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역사상 최장 기간 수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특검에 배정된 수사기간은 170일이다. 채해병 특검 수사기간은 140일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국정 개입 의혹,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을 포함해 총 16가지 사건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특검 1명,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등 수사팀은 총 205명 규모로 동원될 전망이다. 3대 특검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김건희 특검팀도 역사에 남을 만한 규모를 자랑한다.
채해병 특검팀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일어난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수사 과정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8가지 사건을 수사한다. 특검 1명,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등 최대 105명이 특검팀에 합류할 수 있다. 3대 특검 중 가장 작은 규모인 채해병 특검팀 파견 인원과 수사기간은 과거 ‘최순실 특검’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머드 특검 삼각편대’의 규모가 얼마나 방대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대 특검은 특검 추천 과정부터 국민의힘에게 불리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이 특검 후보 추천권을 사실상 독점한 까닭이다.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를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특정 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경우엔 야당이 하는 경우만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권을 쥔 원내1당이 특검 추천 운전대를 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3대 특검 중 내란 특검은 국민의힘 명운을 좌우할 승부처로 꼽힌다. 특검 결과에 따라 정당해산 심판, 대규모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이재명 정부 포석이 있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당 안팎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전열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국민의힘이 특검 유탄을 정통으로 맞을 경우 당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대로 여권에선 ‘역풍’을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이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임기 초반 국정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검이 수사 성과를 낼 경우엔 이재명 정부가 개혁 과제로 내세운 ‘검찰 개혁’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최순실 특검에서 스타로 떠오른 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면서 “특검이 성과를 내면 낼수록 검찰에 대한 정부의 그립감이 약해질 여지가 있다는 점은 면밀히 체크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과오에 대한 맹폭에 집중하다가는 또 다른 리스크가 검찰 내부에서 자라날 수 있다는 측면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안팎에선 대규모 현직 검사 파견이 사법시스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 출범 과정서 빚어질 ‘공정성 시비’ 마찰음이 사법시스템 공백과 맞물린다면, 임기 초 국정 동력 마련에 경고음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기 초반부터 유례없는 매머드 특검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여권 내부 고민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필요하다”면서도 “민생과 경제라는 최우선 과제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균형감을 갖추는 데에도 공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검이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주춧돌이 돼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처럼 ‘전 정부 탓할 거리’를 축적하는 방식이 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다소 이른 ‘정권 심판론’이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6월 10일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각 특검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내란 증거들이 인멸되고 있으며, 김건희·명태균 게이트 등 수많은 국정농단 의혹과 해병대원 순직사건 진실도 하루빨리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박수민 의원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특검은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안적 수단”이라면서 “이제 집권한 정부여당이 왜 민생을 젖혀두고 특검법부터 공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의원은 매머드 특검과 관련해 “별도의 민주당 검찰청을 세우는 수준”이라면서 “1호 법안이 민생이 아니라 정쟁”이라고 비판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 임기 초반 ‘3대 특검 정국’ 본격화와 관련해 “역대 사례를 보면 사정 정국에 돌입하면 지지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란 종식을 바라는 국민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신 교수는 “걱정이 되는 부분은 수많은 검사가 특검팀에 파견된 상태로 시간을 오래 끈다면, 기존 검찰 시스템에 공백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적폐 청산’을 강조한 결과가 어땠는지는 이재명 정부가 반면교사 삼을 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특검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 초반 사정 드라이브는 상당부분 유효할 것”이라면서 “보수 진영이 국민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 행보를 보인 부분이 존재하는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