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복 안한다”지만 윤 정부 각종 의혹 겨눌 듯…‘특검+국정조사+공수처’ 삼각편대 띄울까

박용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메시지단장은 논평을 통해 “내란인지 아닌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영역”이라면서 “처벌은 재판부만 할 수 있다는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실상의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했다.
박 단장은 “(이 대통령이) ‘정치보복은 꼭꼭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몰래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면서 “이재명 DNA엔 정치 보복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 보복이 또 다시 자행된다면, 대한민국 통합은 완전히 물 건너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5월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치 보복은 없다’고 아무리 약속해봤자 공허하게 들린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우리 편에 불리한 판결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판사 수와 자격 요건을 고쳐버리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면서 “그런 발상은 법치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특검 브레이크 페달은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 공세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권 초반부터 무더기 특검을 통해 윤석열 정부 관련 의혹 진상규명에 돌입한 뒤, 정국 주도권을 강력히 가져오려고 할 것”이라면서 “민생과 경제를 우선적으로 살피겠다는 약속보다 ‘제2의 적폐청산’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취지로 추진됐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논란, 순방 중 민간인 비선 보좌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이 추가돼 사실상 ‘종합 특검법’으로 격상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해병대 제1사단 일병 사망 사고와 관련해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발의됐다.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로 이어지는 지휘계통에서 사건을 은폐 및 무마, 회유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지 규명하자는 취지였다. 역시 윤 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무산됐다.

명태균 특검법이 현실화될 경우 보수진영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력 인사들 이름이 대거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 ‘명태균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윤 핵심으로 급부상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명태균 씨와 접점이 있다는 의혹에 서 있다.
내란 특검법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과정을 심도 있게 규명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내란 특검법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전 부총리는 최근 내란 혐의 관련 수사를 받으며, 출국금지 조치된 상황이다.
민주당이 발의했던 특검법들은 대통령 및 대통령 권한대행 거부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검 정국이 궤도에 오르는 것이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엔 성공했지만, 여전히 비호감 기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정부 비리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이를 일부 희석시키는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권 초반 강력한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 전 정부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오랜 전통과도 같다”면서 “특검을 중심으로 한 사정 드라이브는 입법부 통제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조사, 특검, 국정조사, 공수처 조사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정 정국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의 ‘검찰 해체’를 공약한 상황에서 공수처가 사정 드라이브 원톱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수처 권한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무용론’ 중심에 서 왔던 공수처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 초반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는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선 전에도 내란 척결, 내란 잔당 세력 소탕 등을 얘기했다는 점은 정권을 잡으면 사정 정국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사정 정국 본격화는 경제와 민생을 우선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사정 정국이 계속되면 정치 불안이 크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데,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와 민생 회복을 투트랙으로 작동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