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공급 확대 분양가 상승 압력 피하기 어려워…“결국 수요 억제 나설 가능성” 회의론도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부동산 공급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임기 내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해 총 250만 가구를 공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오래된 아파트나 노후 주택을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노후화된 1기 신도시를 정비하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 개발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신도시는 신규 택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을 건설할 수 있어 공급 효과가 크다. 이에 더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중심 교통 인프라도 확충해 서울과 경기를 잇는 통근 시간을 줄임으로써 경기권으로 주택 수요를 분산할 방침이다.
주목받는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세제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세금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려 했으나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장이 몸살을 앓았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은 기존의 민주당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선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진보 정권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소유를 제한한다든지 하는 수요 억제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시장이 이걸 이겨내더라”라며 “이제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학환 전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현재 집값 상승의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진단하는 만큼 공급 중심으로 풀어가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는 옳고 타당하다. 정부가 재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를 윤석열 정부 당시처럼 유지하며 가급적 추가 규제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급 실행 방안이 중요하고 또 시장 반응에 따라 정책을 바꿀 것이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끝까지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6월 첫째 주까지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24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 토지거래허가제를 확대 재지정했지만 잠시 주춤했던 상승세는 강남권을 넘어 서울 외곽 지역까지 확대 추세다. 6월 9일 기준 5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월(5368건)보다 늘어난 5482건으로 집계됐으며 최종 거래량은 7000~80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고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3년 이후 최소치이고 내년에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3기 신도시에서는 인허가와 보상 절차 지연 등의 문제로 아파트 건설 일정과 입주 시기가 뒤로 밀리고 있다. 2024년 말까지 착공한 3기 신도시 주택 물량은 1만 1000가구로 전체 공급 물량인 17만 4122가구의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택을 공급해도 가격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3기 신도시는 그래도 이미 택지를 조성했고 아파트 짓는 데 통상 3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내 얼마든지 입주할 수 있다. 결국엔 가격이 문제가 된다”라며 “신도시를 조성하든, 부수고 다시 짓든 결국 개발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주택이 등장하는데 집값이 안 오른다면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분양가는 지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5~2024년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들의 3.3㎡(약 1평)당 평균 분양가는 2.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건설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건설원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만 해도 준공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전체 사업비가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9월에는 분양가 산정에 근간이 되는 국토교통부 기본형 건축비가 발표될 예정인데 공사비와 건설현장 안전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형 건축비는 2020년 9월 이후 계속 상승세다. 김학환 전 회장은 “올해 6월부터 유예기간 적용이 만료되는 제로에너지빌딩(ZEB) 인증 의무화 제도 역시 이슈다. 경제구조를 저탄소 모델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30세대 이상 민간 아파트에 일정한 수준의 에너지자립률을 요구하게 되는데 당장 초기 건설비용이 상승한다”라며 “분양가 상승 압력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주택이 공급돼도 가격이 오르니 참 어려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 중인 기본소득 공급과 시장의 금리 인하 등으로 유동성이 늘어날 가능성 또한 변수로 지적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대출을 완화해주면서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몰려 주택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시장의 과잉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유동성 공급이다. 공급은 공급대로 하면서 시장에 흘러나온 유동성이 주택 시장으로 향하지 않도록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시기가 늦어지면 팬데믹 때처럼 또다시 ‘진보정권이 집값 올렸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표면적인 주택담보대출만 통제할 것이 아니라 전세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주택을 구매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강력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급 중심으로 풀어간다는 기조는 옳다. 그런데 집값 상승 압력이 워낙 높고 시장은 기다릴 인내심이 없다”라며 “이론적으로 옳아도 현실이 결코 쉽지가 않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 후에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정부도 결국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같은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조치로도 과열이 잡히지 않는다면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는 방식으로 수요 억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나온다. 임재만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서울에 계속 공급하면서 집값을 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다. 수요를 다른 곳으로 분산하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라며 “HMM(옛 현대상선)이나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구상은 상징성이 있지만 직장만 있으면 그냥 왔다갔다하고 끝이다. 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해서 살 수 있게끔 실질적인 인프라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