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조합 논란에 수비진 강화도 필요…차가운 팬심도 시급해 달래야

월드컵 본선까지 어느덧 약 1년 남짓의 기간만이 남은 시점이다.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40년 가까이 통과해온 예선과 달리 월드컵 본선 무대는 다른 차원이다. 앞서 홍 감독은 부임 당시 "8강 이상을 바라본다"는 말을 남겼다. 월드컵 본선까지 1년, 대표팀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이제는 본선을 바라볼 때
홍명보 감독은 6월 6일 이라크전 승리로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곧장 "지금부터 모든 것을 월드컵에 포커스 맞춰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선에서의 성공은 이제 지나간 일이라는 의미였다.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0경기를 치르면서 패배 없이 6승 4무를 기록했다. 허정무 감독 시절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 이후 16년 만의 기록이다.
홍 감독 체제에서 패배가 없지만 대표팀에게 마냥 칭찬만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3차 예선에서 대표팀은 다소 행운이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조편성부터 난적들을 피해갔다. 상대 5개팀이 전부 중동 국가들이었기에 원정 거리는 부담이었다. 하지만 카타르, 호주,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까다로운 상대와 만남을 피했다.
또한 예선 과정에서 무승부가 많아 승점을 빠르게 쌓지 못했음에도 이라크, 요르단 등 경쟁국들이 자멸하며 조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특히 요르단의 경우 2022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에게 4강 탈락을 안겨 경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2024년 10월 요르단 원정에서 이들은 공격진의 절대 에이스 무사 알 타마리와 야잔 알 나이마트가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대표팀은 이재성과 오현규의 골로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예선 무패 기록을 남겼으나 경기력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는 없었다. 패배는 없었으나 무승부(4무)와 실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치른 10경기 중 대표팀이 내준 실점은 7골이다. 이는 20골을 넣는 좋은 득점력에도 무승부가 많았던 이유다. 아시아 강호를 피해간 조편성이었음에도 무실점은 4경기뿐이었다. 1골로는 승리하기가 어려웠다. 실제 대표팀은 2골 이상을 기록한 경기에서만 승리를 챙겼다.
선제 득점을 하고도 추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현대 축구에서 선제골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정말 경기가 여러모로 유리해진다"면서 "선제골을 넣고도 동점골을 내줬다는 것은 경기 운영에서 미숙했다는 것이다. 분명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자연스레 수비 조직력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홍 감독은 지난 10경기에서 많은 시간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박용우-황인범이 중용받은 중원 조합에 대한 아쉬움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팬 사이에서는 박용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그는 3차 예선 10경기 중 8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분명 대표팀의 본선 진출에 기여했으나 일부 장면에서 아쉬움도 남겼다.
대체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격, 수비 포지션과 달리 중앙 미드필더로 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대표 후보군이 많지 않다.
실점을 줄이기 위해선 수비진의 강화도 필요하다.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 등이 확고히 자리를 잡은 공격진과 달리 수비에서는 라인업 변화가 적지 않았다. 홍 감독 부임 초반 신임을 받는 듯했던 이명재와 황문기는 군복무 등의 이유로 대표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오른쪽 측면에선 설영우가 중용을 받았으나 반대편에서는 확고한 주전을 꼽기가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예상보다 부상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이적이 예상되는 핵심 수비수 김민재를 둘러싼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현 체제 대표팀에게는 경기력보다도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팬들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임 당시부터 큰 논란이 뒤따랐다. 이전의 축구협회 논란들과 겹쳐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 감독은 국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굴욕을 겪기도 했다.
팬들의 '냉담'은 이어지고 있다. 6월 10일 국가대표팀은 약 9개월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2024년 11월에는 원정 일정만이 이어졌고 그 전후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 탓에 용인, 고양 등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6만 5000석에 가까운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공식 관중수는 4만 1911명에 불과했다.
한동안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가 '흥행 폭발'을 이뤘던 것과 대조하면 아쉬운 현상이다. 국내외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한때 A매치는 표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축구협회가 자체 사이트에서 온라인 예매를 진행하자 구매자가 몰려 서버가 이를 견디지 못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2022년을 전후로 국내 A매치가 열리는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홍 감독 부임 이후 관중 운집은 내리막을 걸었다. 홍 감독 데뷔전인 2024년 9월 팔레스타인전은 서울에서 열렸음에도 오랜만에 6만 명을 채우지 못했다(5만 9579명 기록). 용인, 고양, 수원에서 이어진 일정에서도 매진에 이르지 못했다. 돌아온 서울에서는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홍 감독을 향한 경기장 일부에서의 야유 역시 여전했다. 그사이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을 향한 팬들의 차가운 시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최종전 이후 이강인의 인터뷰는 기름을 부었다. 그는 "감독님과 축구협회에 대해 공격으로만 일관하시는 분들이 있다. 너무 비판만 하시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이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이 더해질 때 우리는 더 강한 하나의 팀이 돼 결과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항상 믿어왔다"는 말을 남겼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선수들에게는 응원을 보내지만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강인의 소셜미디어에서 지속됐다. 협회는 최근 A매치 구장 선정을 놓고 축구팬들의 반발을 낳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행정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모양새다. 축구협회는 6월 12일 소통위원회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 축구협회 워크숍에서 소통위원회 신설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4명으로 구성된 소통위원회는 행정가, 언론인,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협회는 "축구계와 팬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이들의 바람대로 팬들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