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타율 1할 이정후 “아웃돼도 합리화하며 안일해졌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5월을 지나 6월에도 부진의 늪에 빠졌고, 김혜성(LA 다저스)은 불규칙한 출전 기회 속에서도 타율 0.386(6월 19일 현재)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몸값 비싼 선수들이 많은 다저스에서 주전으로 뛰기란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번 주 빅리그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은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통증으로 다시 재활 중이고,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잭슨빌 점보슈림프의 고우석은 6월 18일 방출 통보를 받고 팀에서 나왔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부진이 깊어지면서 타순이 점점 내려가는 중이다. 6월 19일(한국시간) MLB 데뷔 후 처음으로 6번 타자로 나섰다가 20일에는 7번에 이름을 올렸다. 7번은 KBO리그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타순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20일 경기를 앞두고 ‘NBC스포츠 베이 에어리어’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기 위해 7번으로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날 타순 조정을 앞두고 멜빈 감독은 이정후와 직접 대화를 나눴고, 약간의 변화가 선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부진 원인으로 “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욕심을 내고 있다”면서 “약간 서두르는 경향이 있고, 예전에는 필드 전체로 타구를 날렸다면 지금은 땅볼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4월까지만 해도 3할 타율에 OPS(출루율+장타율) 0.9가 넘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5월 월간 성적이 타율 0.231 3홈런 13타점 OPS 0.612에 그쳤다. 상대 팀들마다 이정후를 분석하고 약점을 파고들면서 바깥쪽 공략에 집중했고, 일부 경기에서는 애매한 심판 판정으로 선구안이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정후는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썸타임즈’의 ‘이영미의 MLB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힘들었던 5월을 보내고 6월을 맞이해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달이 바뀌면 새로운 분위기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6월 20일 현재 월간 타율이 0.185(54타수 10안타)에 불과하고, 5월 초까지 3할대를 유지했던 타율이 6월 20일 현재 0.259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샌프란시스코 팀 타선마저 침체에 빠져 있는 터라 이정후의 부진이 뼈아프기만 하다.
이정후는 부진을 걷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좋은 카운트에 좋은 공이 왔을 때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게 목표고, 그게 안 되면 빨리 수정해서 좋은 타구를 만들려고 한다”며 타석에서의 접근법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자신이 갖고 있던 마인드에 대해 솔직한 고백을 곁들였다.
“혼자 합리화하려 했다. 한국에서는 아웃이 되면 분하고 그랬는데 여기서는 ‘메이저리그잖아. 좋은 투수들이 있는 어려운 리그니까 괜찮아’라고 합리화했다. 선수라면 분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합리화하면서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하고, 안일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자신에게 ‘정신 차려’라고 말했다.”
MLB 2년 차이지만 이정후는 올 시즌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KT 위즈 코치는 이정후가 지난해 5월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37경기밖에 치르지 못한 터라 올 시즌 처음 만나는 팀, 처음 상대하는 투수, 처음 경험하는 원정 경기장 등 다양한 면에서 ‘처음’을 경험하는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선수라면 이 또한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이걸 이겨내야 하는 것도 이정후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LA 다저스의 김혜성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데 상대 투수보다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수 기용 및 작전과 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혜성은 19일 4경기 만에 샌디에이고전에 선발 출전해 1-1로 팽팽하게 맞선 5회 1사 1루 상황에서 우익선상을 타고 담장을 넘는 인정 2루타를 터트렸다. 하지만 김혜성은 7회 자신의 타석을 앞두고 엔리케 에르난데스로 교체됐다. 올 시즌 유독 김혜성에게 ‘좌우놀이’를 적용 중인 로버츠 감독이 샌디에이고 마운드에 왼손 완디 페랄타가 올라오자 오른손 타자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대타로 내보낸 것이다. 결과는 우익수 뜬공 아웃.
김혜성은 선발 출전보다 벤치에서 기다리는 삶에 익숙하다. 빅리그 콜업 이후 31경기 27안타 11타점 2홈런 타율 0.386 OPS 0.984(6월 19일 현재)를 기록 중이고, 경기 상황에 따라 2루수와 유격수, 중견수 세 포지션을 맡고 있다. 만약 김혜성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면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혜성은 지난 1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난 한국 취재진에게 “내가 나간다고 잘 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내가 준비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경기에 나가면 좋겠지만, (경기에 못 나가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다저스 팀에)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나가게 되면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든 역할을 수행하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이 나가도 벤치에서 후반에 투입되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며 준비한다. 감독님도 다 뜻이 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혜성은 최근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의 전문 패널 34명이 참여한 양대 리그 신인왕 모의 투표에서 내셔널리그(NL) 투표 결과 1위 표 3장을 받았다. 1위 표 24장을 쓸어 담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포수 드레이크 볼드윈에 이어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매체는 “데뷔 후 70타석 이상을 소화한 빅리그 신인 중 (김혜성은) 해당 기간 타율 2위(1위는 애슬레틱스의 제이콥 윌슨 0.396)에 올랐다”면서 “특히 주루에서 6차례 도루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켜 가치를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불규칙하고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서 3할대 후반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김혜성을 향해 이정후는 최근 LA 다저스 원정 경기에서 만난 한국 취재진에게 “(김혜성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존경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오른쪽 햄스트링 긴장으로 트리플A 팀에서의 재활 경기 출전을 중단했던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이 다시 탬파베이 산하 트리플A 팀 더럼 불스에 합류해 원정 경기 출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지난해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고 순조로운 재활 훈련 끝에 5월 27일 더럼 불스 소속으로 첫 재활 경기에 출전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이후 6경기 동안 무안타로 속앓이를 하다 6월 6일부터 5경기 연속 멀티 출루 행진을 이어가며 6월 셋째 주 빅리그 복귀를 예고했다. 수비도 2루수와 유격수까지 소화해 빅리그 복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김하성은 트리플A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꼈고, 즉시 경기 출전을 중단한 채 탬파베이 홈구장이 있는 플로리다로 이동했다. 플로리다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시 재활 훈련에 돌입한 김하성은 최근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 곧 트리플A 팀에 재합류할 예정이다. 트리플A에서 재활 경기에 나서며 타격감만 회복하면 빅리그 복귀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늦어도 6월 말 전에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는 김하성의 활약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