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어’ 허훈 팀 옮기자 김선형→김낙현 연쇄 이동으로 이어져…SK 팬들 ‘영구 결변’ 후보 잃자 반발

#신호탄 쏘아 올린 허훈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은 인물은 수원 KT 유니폼을 입고 있던 허훈이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으로 정규시즌 MVP에 국가대표 이력까지, 현존하는 국내 최고 포인트가드로 평가받는 자원이었다. 허훈을 손에 쥐는 구단은 단숨에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한 허훈은 올스타 팬 투표 상위권에 여러 차례 오르는 등 '흥행력'도 겸비한 인물이다.
다만 허훈의 이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 않았다. KT는 누구보다도 우승이 간절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한 차례 정규리그 우승만을 달성했을 뿐, 모기업이 KT가 되기 이전부터 팀은 프랜차이즈 역사 이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앞서 허훈의 등장과 함께 KT는 강팀으로 거듭난 바 있다. 그의 데뷔 시즌과 상무 복무시기를 제외하면 KT는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참가해 왔다. 지난해에는 챔피언결정전에도 올랐다. 지속적으로 우승을 노리는 위치에 있었다.
향후 우승이라는 염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허훈을 잡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KT는 허훈을 붙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었다. 실제 협상 또한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허훈의 최종 선택은 부산 KCC였다. KCC는 FA영입 등 투자에 적극 나서는 팀이다. 허훈의 친형인 허웅, 대학 시절을 함께한 절친 최준용이 소속돼 있다. 이들 모두 FA 이적을 통해 KCC 유니폼을 입었다. 허웅과 최준용은 구단에 허훈의 영입을 적극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허훈의 KCC 입단은 현실이 됐다. 계약 기간은 5년, 보수 총액 8억 원의 조건이었다.

거물급 스타의 이적에 자연스레 연쇄 이동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KT는 허훈의 공백을 채워야 했다. 허훈을 품은 KCC로서도 샐러리캡 문제가 있기에 선수단 규모를 줄여야 했다. 이전부터 KCC는 스타플레이어가 다수 모인 '슈퍼팀'이었다.
허훈의 이적이 발표된 이후 KT는 곧장 서울 SK의 프랜차이스 스타 김선형을 품으며 가드진 공백을 메웠다. 김선형을 떠나보낸 SK는 또 다른 가드 FA 김낙현을 대구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데려왔다.
'허훈 효과'는 2명의 이적으로 그치지 않았다. SK와 결별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던 김선형은 당초 원주 DB와 협상 중이었다. 하지만 가드 보강이 급했던 KT가 거액의 제안을 한 것이다. 이에 김선형을 놓친 DB는 수원 삼성 소속이던 또 다른 베테랑 가드 이정현을 품었다. DB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관희는 서울 삼성으로 가며 이정현과 자리를 맞바꿨다.
이외에도 KCC는 추가적인 선수단 정리가 필요했다. 허훈을 떠나보낸 KT가 보상 선수가 아닌 보상금(전년도 보수의 200%인 14억 원)을 선택한 탓이다. FA 시장이 닫힌 뒤 KCC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거물급 포워드 이승현에 더해 국가대표 출신 슈터 전준범을 보내고 울산 현대모비스로부터 장재석을 받아왔다. FA 시장에서 보강에 소극적이던 현대모비스는 뜻밖의 수확을 거두게 됐다.

허훈의 이적으로 대형 연쇄 이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 큰 후폭풍을 남긴 쪽인 김선형의 이적이었다. 15년 동안 한 팀에서 활약하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을 떠나게 되자 SK 구단 팬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단순한 작별 그 이상에 있다. 2024-2025시즌 말미부터 SK는 '불화설' 휩싸였고, 김선형 또한 그 중심에 서있었다. 구단이나 선수들은 이렇다 할 진화에 나서지 않았다. 역대 가장 짧은 기간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으나 잔여경기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어수선한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며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맞은 FA 시장, SK는 김선형 외에도 안영준, 오재현 등 주요 자원이 FA 자격을 획득했다. 시장 초기까지는 김선형이 팀을 떠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은퇴까지 긴 시간이 남지 않았고 그동안 김선형과 SK가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타 구단과의 협상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김선형은 SK 유니폼을 벗게 됐다. 지난 15년의 동행이 마무리된 것이다.
팬들의 큰 반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일부 팬들은 16일 주머니를 털어 모기업인 SK텔레콤 본사, 유영상 대표이사 자택 등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 차기 영구결번 유력 후보를 하루아침에 잃은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또한 팬들은 김선형과의 이별 과정을 꼬집는다. 팀 내 불화설이 일부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감독과 구단 수뇌부에서 이를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트럭 시위에서 팬들은 '진짜 영구결번(김선형)을 몰아낸 가짜 영구결번(전희철)'이라며 전희철 감독을 지목했다.
김선형의 이탈 이후 대처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구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선형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새로운 농구 인생을 응원하겠다'는 문구만을 전했다. 같은 그룹 내 축구단 제주 SK FC가 팀을 떠나는 선수와 함께 작별 영상까지 제작해 공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간 스포테인먼트를 내세워 팬들과 적극 스킨십에 나서는 SK였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스포츠에서 장기간 함께하던 선수가 팀을 떠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일부 팬들은 가슴 아픈 이별을 겪었지만 새 시즌은 다시 돌아온다. SK에서 10년 동안 호흡을 맞추던 문경은 감독과 김선형이 다른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난 것은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몰락한 명문’ 서울 삼성의 부활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유독 많은 선수 이동이 있었던 에어컨 리그, 다가오는 2025-2026시즌을 더욱 기다려지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