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유상증자 150억 투입, 양극재 수직계열화…본업 정상화 시급 지적엔 “수익성 개선 가시화” 답변

지난 3월 엘앤에프는 JH화학공업에 유상증자 자금 150억 원을 투입해 JH화학공업 주식 1000만 주를 취득했다. 엘앤에프의 JH화학공업 지분율은 2024년 12월 말 65.20%에서 현재 72.23%로 높아졌다.
2000년에 설립된 엘앤에프는 범GS가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GS가 4세인 허제홍 의장이 엘앤에프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허제홍 의장은 GS그룹 창업주인 허만정 명예회장의 증손자다. 엘앤에프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주력 품목은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양극재다. 엘앤에프는 새로닉스가 14.29%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새로닉스의 최대주주는 21.04%를 보유한 허 의장이다. 허 의장이 새로닉스를 통해 엘앤에프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대신 JH화학공업은 양극재 후방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JH화학공업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엘앤에프가 투입한 유상증자 자금도 JH화학공업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 당초 투자 계획보다 자금이 더 필요해지면서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제홍 의장은 2011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JH화학공업 대표이사를 맡다가 2023년 10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올해 3월 허 의장은 JH화학공업 사내이사로 다시 취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사용 후 배터리, 스크랩(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 등에서 니켈·코발트·리튬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이다. JH화학공업은 폐배터리를 파쇄해 블랙 매스(재활용 광물 파우더)를 생산하는 전처리 사업을 시작으로, 블랙 매스에서 유가 금속을 추출하는 후처리 사업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양극재 업체 중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진출이 늦은 편이다. 에코프로와 포스코는 각각 2020년과 2021년에 설립된 에코프로씨엔지와 포스코HY클린메탈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본격화했다. 수직 계열화와 관련된 만큼 각 사는 사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19일에 포스코HY클린메탈은 75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지분 100%를 보유한 포스코지에스에코머티리얼즈가 전액 참여했다. 다만 아직은 모두 적자를 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앞서의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중국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많이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JH화학공업의 매출은 2023년 716억 원, 2024년 320억 원, 2025년 1분기 26억 원으로 감소 추세다. 당기순손실은 2024년엔 54억 원, 올해 1분기에만 23억 원에 달했다. 아직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자리 잡지 않은 데다, 엘앤에프 NCM 양극재 판매가 줄어들며 JH화학공업이 납품하는 전구체 물량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증권사 한 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1차적으로 엘앤에프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향후 외부 고객사를 확보할 수도 있겠으나 쉽지 않거나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순도 높은 소재를 많이 추출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매출 의존…“본업 정상화해야”

엘앤에프의 적자가 이어지는 것은 양극재 주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대규모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만 재고자산평가손실이 747억 원 인식됐다. 2022년 11월 kg당 580위안을 넘었던 리튬 가격은 올해 5월 28일 60위안 아래로 떨어졌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엘앤에프의 재무건전성도 악화했다. 엘앤에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267%에서 올해 1분기 367%로 높아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엘앤에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8만 원에서 4만 원으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엘앤에프의 매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80% 이상을 차지했다며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신규 고객이 없는 상황에서 엘앤에프의 제품 차별성이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엘앤에프는 양극재 본업부터 정상화해야 전후방 사업을 통해 본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엘앤에프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로 품목군을 확장하겠단 계획이다. LFP는 NCM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산 LFP 양극재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단 전망이다. 지난 6월 16일 엘앤에프는 3000억 원 규모의 공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주주에 우선 배정한 후 일반에 공모하는 방식이다. BW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중 2000억 원은 LFP 양극재 법인 설립과 투자에, 1000억 원은 NCM 양극재 사업 운영에 쓸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엘앤에프 관계자는 “엘앤에프는 올해 상반기부터 신제품 출하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등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LFP 신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나 신규 고객사 확보 등 중장기 성장 모멘텀도 계속해서 축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