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수비수·미드필더 주인공 찾기 집중할 듯…숙명의 라이벌 일본전은 넘어야 할 산

#수면 위로 드러난 홍명보 감독의 고심
6월 23일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대회에 참가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A매치 기간을 앞두고 명단을 발표하며 홍명보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던 것과 달리, 이번엔 서면을 통한 엔트리만 공개됐다. 별도의 설명은 없었으나 각각의 면면만으로도 홍명보 감독의 의중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숫자는 최초 23인이었다(추후 대회 엔트리 확대로 3인 추가). 23인 체제에서는 통상적으로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포지션별 2배수의 선수를 선발한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다소 다른 선택을 했다.
4백을 즐겨 사용하는 홍 감독이 이번 대회 명단에서 선발한 수비수 숫자는 9명이었다. 그중에서도 왼쪽 측면 수비수 위치에서 주로 활약하는 인원만 3명이다. 김태현(전북), 이태석(포항), 조현택(울산)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 포지션에 3명의 선수가 선발된 것이다.
왼쪽 수비수는 홍 감독의 고심이 깊은 자리다. 10년 이상 국가대표팀 왼쪽 자리를 책임졌던 홍철(강원)과 김진수(서울)는 지난 시즌 부침을 겪어 대표팀과 멀어졌다. 이에 홍 감독은 부임 초기 울산 HD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던 이명재를 선발했고 그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겨울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하며 출전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주전 선수들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왼쪽 수비수의 주인은 비교적 희미한 상황이다.
미드필더진에서는 측면보다 중앙에 초점이 맞춰졌다. 추가된 선수를 포함해 총 11명이 선발된 미드필더 중 측면에 전문성을 가진 선수는 나상호(마치다 젤비아), 문선민(서울), 전진우(전북), 모재현(강원) 등 4명뿐이다.
대표팀의 측면 포지션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황희찬(울버햄튼) 등이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영건' 배준호(스토크시티) 역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백업 자원까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서 국내파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다. 발탁된 선수 인원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물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임 이후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 아인)를 제외하면 이 포지션에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받은 선수를 찾기 어렵다.

동아시안컵에 나설 대표팀에서 생애 첫 발탁을 경험한 이는 9명이다. 강상윤(전북), 동명이인 김태현 2인과 모재현(강원), 변준수(광주), 서명관(울산), 서민우(강원), 이승원(김천), 이호재(포항)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눈길을 끈 자원은 이호재다. 아버지인 이기형 옌벤 감독에 이어 '부자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 데뷔 시즌부터 포항이 공들여 키운 공격수 이호재는 올 시즌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리그 일정 절반을 소화한 시점에 지난 시즌의 9골에 육박하는 기록(8골)을 남겼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호재는 차근차근 성장해온 공격수다. 월드컵이 열리는 1년 뒤에도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중앙 공격수 자리에 단 두 명만 뽑혔다. 이호재는 이번 대회에서 분명 기회를 받을 것이다.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뽑혔다는 것은 그만큼 포지션에 빈틈이 있다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팀이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해설위원은 대표팀 신입생 외에도 최근 출전 기회를 얻은 선수들을 언급했다. 그 주인공은 이태석과 전진우였다. 그는 "이태석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월드컵 명단에도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포지션 경쟁자들에 비해 스피드가 다소 부족한데 이것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진우에 대해서는 "기존 손흥민, 이강인 등에 비해 비교적 정통 윙어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가 전진우다. 해외파가 합류했을 때 주전을 차지하기는 어렵더라도 그런 유형의 선수를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것은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태석은 올해 홍명보호의 주력 자원으로 부상했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전진우는 최근 기세가 가장 무서운 선수 중 한 명이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득점 1위(19경기 12골)에 올라 있다. 최근 A매치에서도 2경기 모두 그라운드를 밟으며 도움 1개를 기록하고 자책골을 유도했다.

동아시안컵은 국내파 선수들의 시험무대로 간주되지만 대회 성적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대표팀의 최대 라이벌 일본과의 만남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한일전이 과거에 비해 색채가 옅어 졌다지만 여전히 많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경기다.
2022년 동아시안컵에 나섰던 파울루 벤투 감독의 경우 한일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둔 이후 최종전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급격한 전술적 실험을 시도했다. 중앙 수비수와 측면 공격자원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등 예상하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 결과는 0-3 완패였다.
당시 축구계는 '벤투이기에 할 수 있었던 선택'이라는 평이 뒤따랐다. 외국인 감독이기에 한일전에 대한 민감한 여론을 일부 뒤로하고 자신만의 실험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표팀은 당시 시점으로부터 1년 전에도 한일전 0-3 패배를 겪었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만일 국내 지도자였다면 안정적인 전술에 최상의 전력으로 한일전에 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벤투 감독과 같은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홈 감독은 과거 선수시절과 감독 시절에도 한일전에 강한 승부욕을 보여왔다. 국가대표선수로서 첫 한일전에서 패배한 뒤 '다시는 일본을 상대로 패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실제 그는 1994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에 0-1로 패한 이후 선수시절 세 번의 한일전에서 2승 1무를 기록했다. 감독으로서 큰 성공을 안긴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의 상대도 일본이었다.
그는 감독으로서도 한일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13년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에도 동아시안컵에 나섰다. 호주, 중국과 연속 무승부 이후 일본에 1-2로 패했다.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과 함께 임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친선대회'로 간주되지만 질 수 없는 한일전이 포함된 동아시안컵에서 홍명보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시선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