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트레이드설에 “일어나지 않은 일 고민 할 필요 없다”

송성문은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 신청 자격을 얻는다. 처음에는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선배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과의 전화 통화에서 심경의 변화가 왔다고 한다. 송성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송성문은 2015년 넥센(키움 전신)의 2차 5라운드 49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 실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좌타자라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수비에 비해 타격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19홈런 21도루 104타점 8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27 등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홈런 1개가 부족했지만 데뷔 10년 만의 20홈런-20도루 도전도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FA) 선수가 되는 송성문한테 성적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송성문은 4월 한 달 동안 타율 0.200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잠깐의 슬럼프를 겪은 송성문은 5월 반격에 나섰고, 6월 한 달 동안 모든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얼마 전 (김)하성 형이 전화를 해주셨다. 아마 내가 MLB 포스팅 신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보신 듯했다. 내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나 정도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지 않느냐고, 용기를 내라고 말씀해주셨다. 포스팅을 신청한다고 해서 다 미국에 가는 건 아니니까 일단 해보고, 결과를 받은 다음 미국에 갈지 말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4년을 뛴 선배가 그렇게 말해주시니까 무조건 마음을 닫아두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지금과 같은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성적을 거둔다면 포스팅 신청 정도는 해볼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송성문은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유명한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나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경기 영상은 찾아봤지만 메이저리그 경기를 일부러 챙겨보는 열정은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적어도 나한테는 메이저리그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래서 6월 초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를 통해 나의 MLB 포스팅 신청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때도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했는데 MLB에서 4년을 뛴 (김)하성 형의 조언이 결정적으로 생각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송성문은 키움에서 동고동락했던 후배 김혜성이 LA 다저스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조금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다.
“(김)혜성이도 MLB에 도전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익숙한 KBO리그를 떠나 슈퍼스타들이 모여 있는 다저스에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혜성이를 통해 용기를 얻는 점도 있다. 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혜성이처럼 도전을 결과로 만들어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송성문에게 김혜성은 물론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각별한 후배다. 이정후가 5, 6월 깊은 슬럼프에 빠졌지만 송성문이 보는 이정후는 한국 최고의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다. 분명 슬럼프에서 벗어나 이정후다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는다.
송성문은 앞서 언급한 대로 MLB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다. 그래서 친한 후배들이 MLB에서 활약해도 그들에게 따로 MLB 관련 질문을 하거나 궁금증을 물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야구와 관련해서 대화를 나눈 건 이번 (김)하성 형과의 통화가 처음이었다. 만약 하성 형이 먼저 전화를 주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MLB 도전 관련해 마음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올 시즌 마치고 무조건 포스팅 신청할 거란 말보다는 ‘지금과 같은 성적을 유지했을 경우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송성문은 시즌 초반부터 5월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6월 반등의 서막을 알리면서 한때 트레이드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송성문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소문이 날 때마다 아예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다. 어차피 야구를 하는 건 어느 그라운드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닌가.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염려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위치에서, 지금 내가 소속돼 있는 히어로즈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시즌 초반 송성문이 타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송성문은 그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시즌 초반에는 미세한 변화를 주려고 했다. 자꾸 지난해 좋았던 모습을 떠올리며 타석에서 지난해 성적에 매달렸다. 그렇게 해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나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타석에서 어떤 변화를 주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걸 만들려고도, 바꾸려고도 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는 걸 느꼈다.”
송성문이 올 시즌을 마치고 MLB 도전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최근 송성문의 경기를 체크하고 있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한 스카우트는 송성문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송성문이 올 시즌 성적이 좋아야 포스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해선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얻기 어렵다. MLB도 9월, 10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체크하는데 송성문이 그때쯤 포스팅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다. MLB에서는 미국에 올 만한 선수를 두고 꾸준히 체크하고 스카우팅 리포트를 만든다. 그래서 미리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게 좋다.”
그 스카우트는 MLB의 관점에서 송성문은 아직까지 매력이 많은 선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송성문이 김혜성처럼 발이 빠른 것도 아니고 지난해 홈런 19개를 쳤지만 올 시즌 그 정도의 파워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물론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을 배출한 키움 선수라는 점에서 MLB의 관심은 얻겠지만 김혜성보다 좋은 조건의 계약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1+1 계약이나 스플릿 계약(Split Contract, 메이저리거 신분일 때와 마이너리거 신분일 때의 계약 내용이 다른 형태) 정도라고 예상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