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숨지고 20대 남성 부상…옥상정원 추락지점 CCTV 사각지대, 난간 설치됐지만 화단 밟으면 오를 수 있어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준공된 지 약 1년 6개월 된 신축 건물로 병원이 다수인 메디컬 빌딩이다. 1층 분양사무소 대표는 “‘퍽’ 소리가 났지만 워낙 공사 소리가 자주 발생해 이번에도 인테리어 공사 소리인 줄 알았다. 가보니 천막을 치고 시신들을 덮어놨고 주변에 슬리퍼가 널부러져 있었다”면서 “30년 전 눈앞에서 사람 죽은 걸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어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봤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근무했던 1층 출입구 근처 편의점 직원은 “2시 40분쯤에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신축 건물이고 공사를 자주 해 박스가 떨어진 소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창고 정리를 하고 난 뒤 밖을 보니 담배를 피던 남자분이 전화를 들고 신고하는 듯했다. 그 뒤로 사람들과 경찰과 소방 인력 등이 많이 몰려 나가보려 했으나 건물 관리자분께서 ‘보지 말라’고 하셔서 일부러 안 봤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대략 5시까지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A 양은 사고 당일 저녁에 숨졌으며 중태에 빠졌던 B 씨는 사고 이튿날인 7월 8일 오후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의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D 씨는 물리적인 부상보다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큰 참사로 이어진 A 양의 추락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유서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정황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 진료 기록과 CC(폐쇄회로)TV 카메라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일요신문i’가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폭염 경보로 인해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해당 건물의 방문객은 주차를 한 뒤 후문 출입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해가 중천에 떠있을 2시 30분께는 옥상 쪽을 올려다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 직원은 “원래 그곳(사건 현장)에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면서 “하루에 차량만 약 1000대가 오가며 유동인구도 4000명 정도 된다. 건물에 공실이 많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층 정신과 관계자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없으며, 사고 관련해서도 아는 것이 없어 말씀해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13층에 위치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들은 “근무 중이라 해당 사건에 대해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건물 청소미화원은 “처음에는 애들끼리 장난치다 사고가 난 줄 알았다”면서 “1층에 갔더니 천막을 치고 (사망자들 시신을) 덮어 놓은 모습이 보였다. 소방대원도 많이 오고 완전 난리도 아니었는데, 어린 아이 가여워서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의 관리사무소 직원은 “안전 관리하시는 분은 따로 없지만 방제실에서 CCTV 모니터링은 하고 있다”면서 “하필 화단은 사각지대다. CCTV 카메라를 보면 출입문과 벤치 등은 보이지만 화단은 보이지 않는다. 화단을 넘어 난간으로 올라간 A 양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제실 관계자 역시 “(A 양이) 추락한 지점은 CCTV 카메라 사각지대”라면서 “CCTV에는 A 양이 화단으로 올라가거나 뛰는 장면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리소장에 따르면 건물 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산책 등을 위해 13층 옥상정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A 양이 추락한 지점으로 추정되는 난간은 약 1.6m 높이의 난간 벽에 약 30cm 높이의 울타리가 추가로 설치돼 있었다. 건축법상 옥상정원 주위에는 높이 1.2m 이상의 난간을 설치할 의무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건물 관계자는 “옥상정원과 소방 안전 시설물은 모두 허가받은 합법적인 공용 시설”이라고 밝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난간을 단지 ‘사람이 기대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지켜주는 장치’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난간은 높이의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이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더욱 엄격한 안전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단이 없는 곳의 난간은 벽이 높아 오르기 어려웠지만 화단을 밟을 경우 성인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높이였다.
옥상정원 출입문을 봉쇄하거나 울타리를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공하성 교수는 “보안 시설을 확대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지, 사고가 났으니 아예 폐쇄하라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으니 임시 폐쇄 뒤 안전시설 확충 등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숨진 모녀 측 유족이 A 양의 가족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A 양 가족 측이 A 양의 채무에 대한 상속 포기를 하거나 한정승인(상속인이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할 경우 현실적으로 손해를 구제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한승구 인턴기자 tmdrn304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