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매각 철회 ‘직접 개발’ 선언, 다시 매물로…경기 침체로 가격 40% 내렸지만 인수자 찾기 쉽잖아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자리한 기존 빅마켓 킨텍스점을 다시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킨텍스점은 연면적 5만 1003㎡에 달하는 지하 4층~지상 3층짜리 대형 점포로 인근 코스트코 일산점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한다.
롯데쇼핑이 빅마켓 킨텍스점 매각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빅마켓은 롯데마트가 운영하던 창고형 할인매장 브랜드로, 부진이 이어지자 폐점·매각이 이어진 후 현재는 전 점포가 ‘맥스(MAX)’ 브랜드로 전환된 상태다. 킨텍스점은 2020년 영업 종료 이후 자산 유동화 계획에 따라 매각 대상으로 분류됐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2년 킨텍스점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한 바 있다.
그런데 롯데쇼핑은 돌연 매각을 철회했다. 롯데마트는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매매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을 물더라도 해당 부동산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입지여건이 뛰어난 킨텍스점을 팔기보다는 자체 개발을 통한 수익 창출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당시 킨텍스점의 매각 예정금액은 1500억~1600억 원 정도로 장부 가격 850억 원의 2배 수준이었다. 지하철 3호선 주엽역과 대화역과 도보 10분 거리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일산 호수공원과 대규모 주거단지가 인접해 ‘개발 이익’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룹 유동성 위기설 이후 롯데쇼핑이 부실 사업과 점포의 정리에 나서면서 빅마켓 킨텍스점 역시 매각예정자산으로 재분류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다시 시장에 나온 빅마켓 킨텍스점의 매각가는 950억 원으로, 2022년 당시와 비교해 최대 650억 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선 여전히 가격이 높다는 반응도 나온다.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 자체는 입지도 좋고 규모도 크지만, 지금 시세 기준에선 너무 비싸서 잘 안 팔릴 것 같다. 상황이 예전같지 않은데 이 시점에 950억 원을 주고 매수할 곳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내에 매각이 성사되기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건설 경기를 봐야 한다. 경기가 좋다면 이런 대형 부지를 허물고 새로 짓거나 리뉴얼해서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침체된 환경에서는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며 “홈플러스 같은 경우도 같은 이유로 점포 매각을 못 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됐다. 결국 이 부지도 당분간은 유보되거나 가격을 더 낮추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업계에서 인수하기에는 이미 상권이 과포화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로 옆에 홈플러스 킨텍스점이 붙어 있고, 현대백화점 킨텍스점과 대형 복합문화시설인 원마운트몰도 인접해 있다. 약 1km 거리에는 이마트가 지난 6월 26일 리뉴얼을 통해 오픈한 스타필드마켓 킨텍스점이 입점해 있는 등 대형 유통시설이 포진해 있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킨텍스 일대는 과거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유입되는 수도권 대표 상권이었지만, 최근 들어 경쟁 상권이 다수 형성되면서 유입 인구가 분산됐다. 서울 내에서는 MZ세대들이 연남동, 성수동, 명동 등으로 빠지고 인근에서는 파주, 운정, 김포, 상암, DMC, 삼송, 은평뉴타운 등지에서 상권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데이터를 보면 파주 쪽은 2040대 ‘가성비 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자층, 운정은 3040대 신혼·육아 가족, DMC나 은평 등은 직장인 수요 중심으로 나뉘며 고객군도 분산됐다. 특정 거점에 고객이 집중되던 시대는 지나면서 그만큼 킨텍스 일대의 상권 가치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빅마켓 킨텍스점은 영업 종료 후 매각 뿐만 아니라 여러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개발 등을 검토하기 위해 매각을 잠시 보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매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현재 국내 점포들을 대거 매물로 내놓으며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롯데백화점 마산점을 폐점했고 올해 하반기 롯데백화점 미아점 매각에도 나설 전망이다. 부산 센텀시티점과 일산점 역시 매각 추진 중이다. 마트 역시 지난해 수원 영통점을 매각한 데 이어 올해 김천점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비핵심 점포들을 중심으로 매각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여파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도 함께 떨어졌으며,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도 역시 줄줄이 한 단계씩 강등됐다. 그룹 전반의 조달 여건이 악화된 만큼 유휴 자산 매각 등 현금 유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이 유통과 화학인데,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할 케미칼 사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이 심한 만큼 유통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통도 이커머스에 밀리면서 매출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면초가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유동성에 지금 당장 큰 이슈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마트도 성장산업이 아닌데 지방에 점포가 너무 많고 백화점도 마진이 안 나오는 부진 점포가 적지 않아 정리 추세다. 지방 백화점은 위약금 물고 임차 매장 철수하고 있고 인구가 빠져나간 곳에 있는 대형 점포들은 다 줄이려 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양적으로 성장하던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투자를 보수화하고 긴축 압박을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비용 통제를 강화하면서 영업이익을 개선 중인데 연말까지도 계속 그런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가 현재 플러스 경영이 아니라 마이너스 경영을 하고 있다. 과감하게 투자하고 신규 사업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비용을 덜어내고 자산을 매각하는 기조를 고수 중”이라며 “그런데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해도 매각 대상 대다수가 유동인구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이나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인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산 유동화 역시 계획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