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하이방 지도부 연이어 숙청, 위에잔방 장유샤 급부상…베이다이허 회의 결과 따라 전면 재해석될 듯

타이하이방의 대표 격 인물은 허웨이둥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먀오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상장(국군 대장 격)이다. 중국에선 타이하이방을 푸젠방이라 부르기도 한다. 파벌 수장 격인 허웨이둥의 고향이 푸젠인 까닭이다.
타이하이방은 해군, 공군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타이완 무력침공을 준비하는 전략 실무자들이 포진해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전과 공중전, 해상전을 중시하는 성향을 띠는 계파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에잔방은 중국-베트남 전쟁 참전 군 장성 중심 네트워크다. 위에잔방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장유샤와 류전리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 등이 꼽힌다.
1979년 발발했던 중국-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노장들이 파벌을 이끈다. 중국에선 위에잔방을 산시방이라고도 부른다. 이 역시 파벌 좌장격인 장유샤의 고향과 관련이 있다. 위에잔방은 실제 전쟁 참여 경력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위상을 자랑한다.
그러나 위에잔방은 퇴역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징성만 남아 있는 계파로 분류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 가지는 위상과 달리 실권은 작다는 평가였다. 지상전과 게릴라전, 산악전, 장기전에 익숙한 위에잔방 스타일이 현대전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실권 축소 배경이란 분석이다.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은 타이하이방과 위에잔방을 상호 견제시키는 전략을 통해 군부를 통제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두 파벌 사이 경쟁이 군부 균형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시진핑의 군부 장악 핵심 비결로 꼽혀왔다.

그런데 2024년 말부터 흐름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위에잔방이 타이하이방을 밀어내고 군부 중심 세력으로 부각되는 양상이 펼쳐졌다. 가장 큰 변곡점은 타이하이방 수장 격인 허웨이둥과 먀오화의 실각이다.
2024년 11월 28일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먀오화가 심각한 규율 위반 혐의로 직무정지됐다”고 밝혔다. 2025년 4월 30일엔 먀오화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직에서 파면됐음이 확인됐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먀오화의 전인대 대표직 상실을 공식화했다. 5월 16일엔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중앙군사위원회 명단에서 먀오화 이름이 사라졌다. 6월 27일엔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5차 회의 표결에서 먀오화의 위원직 면직이 결정됐다.

중국 당국 홈페이지에 여전히 이름은 남아 있지만, 4월 25일 정치국 집단학습에 허웨이둥만 불참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4월 초 중앙군사위 부주석 2명의 ‘필참 행사’였던 나무 심기 행사에도 허웨이둥은 불참했다. 그는 3월 초 양회 이후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치고 있지 않다. 숙청설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타이하이방이 위에서부터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군 권력 무게추는 위에잔방으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시진핑이 군부를 통제하기 위해 맞춰놓았던 군부의 균형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중국 당국은 ‘실각설’을 의식한 듯 시진핑 공개 행보를 부각시키고 있다. 6월 30일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제21차 집단학습회의에서 단호한 표정으로 연설했다. 리창 총리 등 상무위원 6명은 시진핑 연설 내용을 일제히 받아 적었다. 권력투쟁설 중심에 서 있는 장유샤 역시 받아쓰기 멤버 중 한 명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실각설을 불식시키려는 듯한 연출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당 중앙 정책결정 및 사안조율기구 업무조례를 심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 중앙이 중대한 업무에 대해 집중적이고 통일된 영도를 실시하고, 중대 과업 실행을 추진하기 위한 중요 제도적 조치”라고 부연했다.

중국 한 소식통은 “새로운 의사결정기구가 생기는 일련의 움직임은 집단 지도체제로 회귀하며 시진핑 권한이 약화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지도체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수단의 출현으로도 읽히기도 한다”면서 “군내 파벌 판도 변화 역시 군 장악력 상실인지, 군 비리 척결을 통한 그립감 강화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6월 중순 시진핑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것을 두고 ‘건재설’이 돌았지만, 7월 초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불참을 두고 ‘실각설’이 부각되는 복잡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7월 7일 시진핑은 또 다른 공식 행보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7월 7일 시진핑은 산시성 양취안시 소재 밸브제조회사를 시찰하며 국가부강 및 번영달성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후엔 산시성 양취안시 백연대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주요 회의를 직접 주재할 뿐 아니라 지방 시찰을 나서며 건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시찰 지방이 군부 핵심 장유샤의 고향인 산시성이라는 점에 묘한 해석이 고개를 들었다. 시진핑 실각설 진위는 8월 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앞서의 중국 소식통은 “베이다이허 회의는 ‘제20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라면서 “이 회의에서 시진핑이 질서 있는 퇴진을 할지, 리더십을 더욱 강력하게 가져갈지에 대한 답안지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의 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실각설’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들이 전면 재해석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바라봤다.
소식통은 “실각설 진위를 단정 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72세인 시진핑 건강상태가 중요한 정치적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그래도 아직은 시진핑의 시대라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 시진핑 실각설이 다시 부각되면서 왕양의 복귀설도 맞물리고 있다. 왕양이 중국 권력승계의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시진핑 권력이 위협받는다는 소문은 빈번하게 있어왔던 이야기”라면서도 “이번 소문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점이 지난 사례들과 약간 차이점이 있다.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어떤 사실관계가 표출되기 전까진 쉽게 어떤 상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