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축구계에서 가장 착한 남자” 데일리메일 “케인보다 위대한 전설” 가디언 “아시아 선수 인식 바꿔”
토트넘 홋스퍼의 제임스 매디슨(28)이 말한 것처럼 이제는 ‘토트넘의 전설’이 된 손흥민(33)이 10년간 몸담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떠나 미국 프로축구(MLS) LA FC로 이적했다. 손흥민이 영국 축구에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영국인들은 그를 어떤 축구 선수로, 더 나아가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이와 관련, ‘오리지널풋볼’은 “손흥민의 인기는 북런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맨유, 첼시, 심지어 아스널 팬들이 온라인에 작별 인사를 남기면서 따뜻한 말을 건네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손흥민이 가진 특별한 점이다.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것은 마케팅 전략 때문이 아니라, 그의 타고난 에너지 때문이다. 인간미 넘치는 인성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이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 영국 전체가 함께 기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모두가 손흥민에게 찬사를 보냈고, 한때 #SonnyCaptain, #MoreThanAGame 같은 해시태그가 영국 전역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손흥민이라는 한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결국 자신이 전설임을 깨달은 영웅’이라는 기사에서 BBC는 “‘소니’는 토트넘 팬들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축구팬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물이다. 모두가 그의 빈자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손흥민을 가리켜 ‘축구계에서 가장 착한 남자’라고 칭했다. 또한 “손흥민은 축구 경기장을 넘어 많은 곳에서 영향을 미치는 롤모델이었다”고 전하는 한편, “자존심 세고, 목소리 크며, 과시욕이 강한 선수들이 흔한 엘리트 스포츠계에서 손흥민은 조용하고 겸손하며, 항상 예의 바른 태도로 놀라움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1984년 토트넘에서 FA컵과 UEFA컵 우승을 이끈 미키 아자르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낸 10년’이라는 BBC 특집 기사에서 “사실 손흥민이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손흥민은 토트넘에 전설을 남기고 떠난다”라면서 “지난 10년 동안 많은 것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전까지는 자신이 전설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손흥민의 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건배, 손흥민이 운다’라는 또 다른 기사에서 BBC는 “늘 밝게 웃는 손흥민의 천사 같은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분노와 삿대질이 일상인 영국 축구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다”라며 아쉬워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데일리메일’ 역시 손흥민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33세의 나이에 이적을 결정하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약속했던 대로 자신의 전성기를 클럽에 바쳤다”고 밝힌 ‘데일리메일’은 “하지만 이제는 예전만큼 빠르게 달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결코 느려지지 않은 게 하나 있다. 손흥민을 향한 팬들의 애정이 바로 그렇다. 해리 케인, 폴 개스코인, 테디 셰링엄, 다비드 지놀라조차 손흥민에 대한 팬들의 사랑에 비하면 덜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썼다. 또한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게 될 건 선수로서의 면모만큼이나 손흥민이라는 사람 그 자체일 것이다. 손흥민은 스스로에게, 토트넘에게, 그리고 나아가 잉글랜드 축구 전체에게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이에 우리가 진정 느껴야 할 감정은 바로 감사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을 보내서 ‘즐겁다’고 말했지만, 진짜 즐거웠던 건 바로 우리였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역시 헌사에 동참했다.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에게 열광한 이유는 단지 기록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그는 꾸준히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 같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2019년 번리전에서 푸스카스 상을 수상한 골은 손흥민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손흥민의 조용한 리더십에 대한 찬사도 끊이지 않고 있다. AOL은 “손흥민은 리더십이란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억지로 따라오도록 강요하는 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대신 그는 모두와 함께 나아갔고, 결국 우승까지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이브닝스탠다드’는 “비록 지난 시즌 기량은 예전만 못했지만, 경기장 밖에서 손흥민은 여전히 핵심 인물이었다. 주장으로서 라커룸에서의 리더십과 인기는 절대적이었다”고 전했다. BBC는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손흥민은 헌신적인 존재였다. 토트넘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팀을 위해 헌신했고, 주장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이런 리더십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바로 손흥민의 인성이다. BBC는 “그라운드 밖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놀라운 배려심은 동료 선수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경기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자였던 손흥민은 팬들 사이에서는 ‘친절한 남자(Mr. Nice Guy)’ 이미지로 사랑받았다”고 전했다.

‘프리미어리그’는 “해리 케인은 아마도 토트넘 역사상 최고의 프리미어리그 선수일 것이다.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도 손흥민보다 더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세 선수 모두 트로피를 위해 토트넘을 떠났고, 손흥민은 남았다”면서 “2021년 여름, 손흥민은 전성기였고 토트넘은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던 시점에서 그는 이적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4년 재계약을 선택했다. 이 결정이 그를 토트넘의 다른 위대한 선수들과 구분 짓게 했다”고 말하면서 손흥민의 의리를 높이 평가했다.
손흥민이 남긴 위대한 족적 가운데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시아 선수들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을 바꿔 놓았고, 그 이상의 영향력을 남겼다”면서 “손흥민은 오랫동안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이자 대명사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손흥민은 아시아 출신 선수 가운데 최초의 진정한 프리미어리그 스타였고, 클럽의 레전드였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7년 동안 뛰며 우승도 하고 존경도 받긴 했지만, 그는 늘 선발 출전이 보장된 선수는 아니었다. 기술도 뛰어나고 영리한 선수이긴 했지만, ‘세 개의 허파’라는 별명처럼 주로 활동량과 헌신, 체력 면에서 더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비교했다. 또한 2011년 아스널에 입단한 박주영에 대해서는 “그는 프리미어리그 출전 시간이 고작 7분에 불과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토트넘 입장에서는 한국 팬이 떠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영국 내에서는 손흥민의 유명세가 종종 과소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데이비드 베컴 전성기 못지않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토트넘 홈경기마다 700벌 이상의 손흥민 유니폼이 판매된다. 이는 어떤 선수보다 높은 수치”라고 소개했다. 이에 축구 재정 전문가 키어런 맥과이어는 “한국 팬들은 단지 손흥민 유니폼만 사는 게 아니라 손흥민 굿즈로 쇼핑백 두 개를 가득 채운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난다면 일정 부분 재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이제 토트넘은 한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손흥민의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당장은 경기장에서 손흥민 없는 삶에 먼저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라며 짙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