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출 규제로 9억 이하 거래 늘고 강남·핵심지 신고‧신저가 섞여…1주택자나 신축 분양 중도금·잔금 대출은 규제 완화 검토해야”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일요신문i’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출 규제 효과가 최소 6개월간 지속돼 시장 혼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 절벽으로 인한 전세값 급등과 월세 시장 불안도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약갱신권(2+2)’ 제도를 포함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대료 상승이 한 번에 4년치씩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한 데다 전세사기 피해 등으로 빌라‧오피스텔 같은 이른바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상당부분 이동해 아파트 전세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서 교수는 신안산선, GTX-A‧B‧C노선 등 신규 수도권 광역전철망 개통시 수도권 외곽지역과 서울 간 출퇴근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맞지만 실제적 거리나 교통비용 부담 등 현실적 제약으로 서울 거주수요의 분산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서울의 부족한 신규 주택 수요는 결국 서울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식의 주택 개발은 부적절하며, 도심 콤팩트시티 등 고밀 개발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재건축‧재개발은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의 분담금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반면 지역에 따라 사업성(수익성) 편차가 큰 상태로, 집값 상승 힘이 센 지역 위주로 좁혀 정상 추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6·27 대출 규제 시행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5주 연속 둔화하다 8월 들어 다시 꿈틀하는 모양새다. 주로 어떤 지역‧가격대 아파트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나.
“6·27 대출 규제로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했다. 거래가 줄어들면 가격 상승·하락 판단이 어려우며 통계 왜곡이 나타난다. 같은 단지에서도 신고가와 신저가가 공존하는 혼조 양상이다. 일부 통계에서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대출 한도가 6억 원이어서 실수요자들이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강남 3구 등 상승 기대 지역을 매입해 신고가가 나오는 반면 일부 급매물은 신저가로 거래된다. 대출 규제 효과는 약 6개월간 지속돼 혼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강남 3구나 경기도 핵심 지역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집값 급등기에도 비교적 잠잠했던 수도권 비인기 지역이나 지방 광역시의 주택 매매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이나.
“수도권 외곽은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수도권 가격은 서울·강남 접근성에 좌우되는데 하남·과천·남양주(왕숙) 등 신도시가 들어설 지역이나 서울로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혼조세를 보이며 시장이 안정되겠지만, 기타 외곽지역은 상승 여력이 부족해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수도권(지방)은 광역시와 소도시 모두 시장 회복이 쉽지 않다. 인구·가구 수 감소, 지방 소멸 우려 등 구조적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지방을 살리려면 산업을 특화해 인구를 유입시키고, 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한다. 현재 지방은 악성 미분양(준공후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데 정부가 취득세·양도세 면제 같은 특별 조치를 취하면 거래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월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심각성을 어떻게 진단하나.
“전세값 상승은 ‘1가구 1주택’ 정책으로 인한 (다주택자의)임대 물량 감소, ‘임대차 보호 3법’으로 전세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 제도가 시행되며 임대료를 한 번에 4년치를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나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전월세 가격차가 발생한다. 전세사기 피해 공포로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 전세수요가 급감하고, 전셋값 불안으로 월세 수요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 월세도 급등 중이다. 현재 비아파트 공급은 거의 없고, 신축 아파트 공급량도 정상 수준 대비 20% 수준으로, 착공 물량(인허가 건수)도 감소해 당분간 전월세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안산선, GTX-B‧C‧D노선 등 수도권 광역전철망 추가 개통 시 서울로 집중됐던 거주수요가 경기‧인천 등 외곽지역으로 일부 분산되는 효과는 없을까.
“GTX노선 추가 개통시 해당 지역 거주자들의 서울 접근성은 나아지지만 서울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서울 밖으로 급격히 이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주나 동탄 사례에서 보듯 실제 서울로 출퇴근하려면 생각했던 것보다 먼 거리, 높은 교통 비용 등 불편함이 존재해 거주 수요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를 지을 땅이 거의 없는데, 그렇다면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하거나 서울‧경기 경계지역을 ‘영끌’해서라도 집을 지어야 하나.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미 훼손된 일부 지역은 개발할 수 있지만 대부분 도시확산 억제와 휴식공간 제공이란 기능이 있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인구·가구 수가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인데 무분별 개발은 미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공급 확대는 외곽 개발보다는 도심 콤팩트시티 같은 고밀개발 방식이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람직하다.”
―공실률이 높은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텔과 비슷한 생활숙박시설 등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주택 공급 대안으로 얼마나 현실성이 있나.
“신축 아파트 공급 절벽 상황이어서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생활숙박시설은 모든 시설이 공유구조여서 주거용 전환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악성 미분양 상태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나 상업용 부동산에 특례를 부여, 주거용으로 변경해 임시 사용하면 일부 주택 공급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서울에서 성수나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빼면 재건축‧재개발이 더딘 지역이 많은데 그 이유와 상항 변화 가능성은?
“재건축‧재개발은 향후 신축 아파트가 됐을 때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생겨 자본적 이익이 발생해야 추진이 가능하다. 현재(구축) 상태와 신축일 때 가격이 비슷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강남권 같은 곳은 현재 구축 아파트의 가격이 비싸 사업성이 확보되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들은 앞으로 가격 상승 없이는 재건축‧재개발추진이 어려울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80~90년대 대거 지어진 서울시내 구축 아파트는 현시대의 소득이나 주거수준 욕구에 맞지 않아 재건축이 필요하다. ‘1기 신도시 특별법’처럼 용적률을 높이는 조치가 있으면 사업이 원활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공항주변 고도제한 국제기준을 개정함에 따라 김포국제공항 과 가까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에 비상등이 켜졌다. 다른 재건축 단지에선 데이케어센터 등 공공기여시설 설치 반대 갈등으로 서울시와 부딪히고 있다. 해결이 가능한 변수들인가.
“목동 아파트 고도제한에 따른 재건축 난항 문제는 국제 항공 안전의 문제여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 공공기여시설은 정부‧지자체 입장에서는 많을수록 좋지만 재건축‧재개발조합 등 사업자 입장에서는 적을수록 좋으므로 적정선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도한 수준의 공공기여 요구는 사업 진행을 막는다. 사회적 합의로 적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초고령화 시대이므로 실버시설 도입으로 노인의 생활 질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한 제언을 남긴다면.
“공공기여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주택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명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막는 경우도 있다.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나 ‘1가구 1주택’ 이주 수요자에 대해선 가계부채 부실을 막는 범위 내에서 선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신규 아파트 수분양자가 받아야 할 중도금·잔금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