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 가능성 거론…‘과징금 3%’ 특별법 엇갈린 반응, 공기 준수 압박 등 문제 지적도

국내 7위 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올해에만 5차례 이상의 근로자 사망사고를 내면서 강력한 규제 압박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법률상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건설면허 취소는 물론 공공입찰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말부터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전국 100여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를 반복적으로 일으킨 건설사에 대해 ‘삼진 아웃’ 시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을 살펴보면 안전관리 부재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건설사 업종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업종은 조경, 철근콘크리트, 토공, 포장공사 등 총 19개로 세분화 돼 매출액을 산정한 뒤 과징금을 산정한다. 2021년 발의 당시 총매출액의 5%로 제안됐으나 평균 영업이익률이 3% 안팎에 불과한 건설업계 반발에 조정을 거친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육길수 위원장은 “정부가 포스코이앤씨 등 사고 낸 건설사에 대해 강력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을 환영한다. 업계 전체에 산업안전 문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며 “그간 숱하게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한 사고가 반복돼 왔다.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사고를 방치한 업체에 업종별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은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발주처의 책임 강화 역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발주처가 ‘슈퍼 갑’이다. 기존에는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저가 낙찰을 유도하면서도 모든 안전관리 책임은 시공사에 전가하는 구조였다. 시공사는 정해진 공사기간·공사비를 줄여 이윤을 남기고자 불법·비전문 하도급 업체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중대재해로 이어졌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에는 발주자가 적정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제공할 법적 의무를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충분한 공사 기간을 줄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분리해, 더 이상 단가와 일정 압박에 안전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송주현 정책실장은 “민간공사의 최저가 낙찰제 관행을 완전히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공공은 금액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조항까지 살펴보는 종합심사제에 따라 발주를 주고 있지만 민간은 아니다. 중대재해 발생과 산재 사고 은폐 여부까지 감안해 입찰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공공은 한 층 올릴 때 소요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민간은 그렇지 않다. 민간 공사라고 해도 건축물은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망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충분히 안전조치를 했음에도 불가피하게 사고가 난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포스코이앤씨처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됐다면 건설업 면허 취소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제재가 포스코이앤씨에 집중되고 있는 점을 두고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그간 사망사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설사로 분류돼 왔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최근 5년간 10대 건설사 재해 사망자 수는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이 각 5명으로 가장 적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롯데건설 15명, 대우건설 14명, DL이앤씨 13명, 현대엔지니어링 9명,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각각 8명, SK에코플랜트가 7명 순이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사고가 많이 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2022년 파업·물류난·원자재난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서 3~5개월씩 공기를 까먹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돼 전국 900여 개 현장의 59%에서 레미콘 타설이 지연됐고, 시멘트 출고량은 평소 대비 90% 급감했다. 이어 경기 의왕시 오봉역 사고로 시멘트 운송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해 시멘트 원가 부담이 폭증한 점도 공기 지연과 비용 압박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앞서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주 문제도 걸려 있고 관공사는 지체상금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시공사는 건설공사기간을 무조건 준수해야 한다. 잃어버린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모든 회사들이 돌관공사(예정된 공사일정을 맞추거나 단축하기 위해 장비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시행하는 공사)를 해야 했다”며 “중대재해도 줄이기 어려웠다. 공기 준수 압박이 안전관리 소홀과 사고 위험을 높이는 구조적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대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당연히 동의하며, 이를 위해 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제조업의 경우 동일한 공장에서 같은 노동자가 동일한 공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재해 발생 시 사고 원인을 찾아내고 재발을 막기가 비교적 쉬운 반면, 건설업은 공사 현장마다 환경과 설계, 작업 내용과 근로자까지 다 바뀐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빠져나가고, 국내 인력은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숙련공이 줄어든 점도 안전관리의 고질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시행되고 2024년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현장 안전관리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인력난도 지속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숙련된 안전관리자 상당수가 처우가 좋은 제조업 중심의 대형 산업체로 이동하면서 건설업계가 숙련된 안전관리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관리비의 실질 증액과 인력 양성 없이 면허 취소와 과징금 강화 등 규제 중심으로 대응할 경우,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 경기 악화로 비용은 오르고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낮아지는데 건설안전특별법에서 3%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게 과도하게 느껴진다. 저희도 안전관리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사고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부담이 크다”며 “발주 단계에서 공사비와 기간을 현실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발주처의 비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공사 부담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은 아직 심의 단계가 아니어서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 “다만 건설업계에서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저희도 이러한 의견을 취합해 국회 법안 심의 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