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료 사업 부문 경쟁 관계, 노루홀딩스 지분 7% 확보 ‘견제구’ 분석…KCC “투자목적 지분 매입”

KCC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하게 됐다”면서 노루홀딩스 경영에 참여 의사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루홀딩스가 페인트(도료) 산업에서 KCC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KCC의 입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KCC가 노루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했다고 해서 노루홀딩스의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흔들기는 어렵다. 노루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한영재 노루홀딩스 회장이 25.68%로 최대주주다. 이외 한영재 회장의 측근 지분까지 추가하면 한영재 회장 측 지분율은 44.35%로 확대된다.
노루홀딩스는 자사주도 22.89% 가지고 있다.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을 기준으로 보면 한영재 회장 측 지분율은 58.8%에 달한다. 7%의 지분율을 확보한 KCC가 노루홀딩스의 지배력을 흔들 정도는 아닌 셈이다. 노루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공시된 것 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KCC는 노루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밝혔다는 점이다.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지분보유 공시 의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보고자는 보유목적도 기재해야 한다.
경영참여 정도에 따라 단순투자-일반투자-경영참여로 나눠 공시한다. 경영참여 목적이 없는 순수 투자일 경우 단순투자로 공시한다. 경영참여 목적은 없지만 △배당정책 수립 △주주제안권 행사 △위법임원 해임 요구 등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전제로 지분을 매입할 경우 일반투자로 공시한다.
KCC가 3% 이상 지분을 모으면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도 상당하다.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 △주주제안권 △이사 해임 청구권 △위법행위 중지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KCC가 페인트 산업의 경쟁자인 노루홀딩스에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노루홀딩스는 자회사인 노루페인트, 노루오토코팅, 노루케미칼 등을 통해 페인트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CC가 업계 1위이긴 하지만 노루홀딩스가 업계 2위로 평가받으며 KCC가 차지한 시장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페인트 업계는 5~6개 업체가 과점 형식으로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1위는 점유율 35%를 기록한 KCC다. KCC의 강력한 경쟁력은 범현대가로부터 나오는 물량이다. KCC 측은 현대차와 HD현대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다만 안정적인 범현대가의 물량 공세에도 점유율 확대에는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2015년말 KCC의 페인트산업 부문 점유율이 38%였던 점을 감안하면 되레 3%포인트 하락했다.
KCC 입장에서는 점차 발주에 있어서 투명하게 공개입찰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페인트 시장에서 노루오토코팅의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루오토코팅은 지난해 391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동기 3792억 원 대비 3.27% 성장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350억 원을 기록해 전년 307억 원보다 13.9% 증가했다.

KCC건설의 경우 시공능력 평가액 2조 원 규모의 회사다. 건축 도료를 생산·판매하는 KCC 입장에서는 KCC건설을 대상으로 비교적 매출을 올리기가 수월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그룹의 경우 각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대적으로 같은 그룹 소속 계열사면 매출을 올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 KCC그룹이 계열 분리 수순을 밟으면서 각 계열사 간 거래가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KCC건설이 KCC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올린 지난해 매출은 471억 원으로 전년 1153억 원에 비해 59.0% 감소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KCC도 KCC글라스를 통해 올린 매출이 453억 원을 기록해 전년 523억 원보다 감소했으며, KCC글라스는 KCC그룹을 대상으로 올린 매출(제품 및 상품)이 290억 원을 기록해 전년 355억 원보다 1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그룹 승계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하더라도 서로 간 어느 정도 (기존에 얽혀있던 사업에 대해) 합의를 보기도 한다”면서 “KCC그룹 계열사 간 유관 사업이 많아 교통정리가 제대로 마무리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