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후 연일 강경발언에 민주당 “자숙하라” 촉구…지방선거 앞두고 범여권 단일대오 무너질까 우려

8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조국 원장(전 조국혁신당 대표)이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 원장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8월 15일 조 원장이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그는 “오늘 저의 사면·복권과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의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저에 대한 비판과 반대·비방 모두 받아 안으며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죄 판결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같은 날 조 원장은 페이스북에 된장찌개 사진과 “가족 식사”라는 짧은 글을 올리며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재개했고, 8월 21일 조국혁신당에 복당했다. 하루 뒤인 22일엔 당 싱크탱크인 혁신정책연구원장 자리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사면 역풍을 맞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8월 15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59%로 집계됐다. 취임 이후 처음 지지율이 60% 아래로 내려왔다. 8월 22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6%로 나타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두 여론조사에서는 ‘특별사면’이 각각 22%와 21%로 부정 평가 1순위 요인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조 원장은 8월 18일 “제 사면은 (지지율 하락의) n분의 1 정도 영향”이라며 “(전문가의) 글이나 말을 들어보면 이번에 지지율 떨어진 게 제 사면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 외 여러 다른 사건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8월 22일 조 원장은 2030 남성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놨다. 조 원장은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2030세대 남성이 70대와 유사한 극우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8월 24일 부산민주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2030의) 일자리, 대학 등록금, 취업, 집 문제에 고통과 불만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인 임무”라면서도 “극우화된 부분을 용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8월 25일 “본인이 직접 저지른 표창장·인턴 경력 위조로 대한민국 청년을 배신했음에도 조 전 대표는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청년들을 극우로 몰아세우며 자신의 실패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조 전 대표는 예기치 않게 얻은 자유를 만끽하며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시 세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조 원장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8월 21일 강득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전 대표가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몇 개월이나 지난 것 같다”며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가장 앞장서서 조 원장 사면을 요청한 인물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8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조 전 대표의 ‘n분의 1’ 발언 등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같은 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 사면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했다.
#커지는 범여권 파열음
그럼에도 조 원장은 광폭 행보를 이어 나갔다. 8월 2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조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면·복권을 요청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로 창당에 나선 결기를 계속 이어 나가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26일부터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 투어를 시작했다. 조 원장은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다음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청 대주교를 예방했다. 옥 대주교는 조 원장 사면을 요청한 바 있다. 27일에는 정철원 담양군수를 만났다. 정 군수는 조국혁신당 ‘1호 단체장’이다. 이 자리에서 조 원장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훌륭한 일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호남 전체 발전을 위해 생산적 경쟁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조 원장의 경쟁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범여권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자칫 조국혁신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원장이 민주당과의 합당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호남 지역에서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경우 향후 합당 과정에서 이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민이 깊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2026년 6·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범여권 단일대오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이 이탈할 경우 격전지인 수도권과 호남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남 지역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조국혁신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호남 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사면되자마자 이럴 줄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염려는 된다. 민주당에서 공천을 못 받는 분들이 그쪽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전에는 민주당만 보다가 이제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옵션이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8월 24일 페이스북에 조 원장이 호남 투어에 나선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호남에서는 민주당 1당보다 (혁신당의) 견제와 (혁신당과의) 경쟁으로 민주당이 더 잘하길 바라는 열망이 있다”면서도 “만약 (조국혁신당이) 광역단체장까지 출마시킨다면 결과는 (민주당 승리가) 빤하고 언론은 (범여권) 분열로 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자숙 요구’에 대해 조 원장은 8월 26일 KBS 인터뷰에서 “자숙을 하는 게 정치인 조국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조 원장은 “조국이 국민의힘 좋은 일을 시키겠냐”며 “그런 걱정 염려하지 마시고 극우 정당 국민의힘을 심판하는 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