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모회사에 이어 진행, 연말 인수금융 만기 도래 악재도…어피니티 “경쟁력 강화 집중”

락앤락이 지난 8월 둘째 주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통상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이번 락앤락 사례는 지난 4월 모회사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이어 진행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단순한 순환 검증이 아니라 특정 사안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형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국세청은 소문 듣고 가는 게 아니라 내사 단계에서 여러 제보와 서류상 증거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뒤 혐의가 확실할 때만 현장 조사에 나간다. 조사에 나가 성과가 없으면 국세청 직원들 평가에도 불이익이 돌아가고, 기업 입장에서도 아무 근거 없이 세무조사가 이뤄지면 영업방해나 갑질이 되기 때문”이라며 “탈세 규모 등을 특정해 추징금액을 정하기 위해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락앤락의 상장폐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락앤락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상장폐지 과정에서 잡음이 꽤 있었다. 예컨대 공개매수 직전에 거래량이 급등하면서 내부자가 사전에 정보를 이용해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런 자금의 출처나 세금 신고 문제 등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문제를 발견할 경우 추징금 및 가산세 부과, 형사 고발, 신용등급 하락까지 연쇄 파장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환 율제 대표세무사는 “단순히 신고를 누락한 경우라면 가산세가 나오고, 불법적 요소가 있으면 과태료 등 추가 제재가 뒤따른다. 고의적으로 신고해야 할 내역을 축소했다거나 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국세청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혐의를 발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세무조사 추징액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세통계연보 자료 등에 따르면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추징하는 세액은 2020년 5조 1309억 원에서 2023년 5조 8312억 원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 락앤락 관계자는 “현재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건 맞지만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어피니티는 2017년 12월 락앤락 창업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 63.6%를 약 6293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1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국내 생활소비재 시장에서 보기 드문 대형 M&A(인수합병)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인수 직후부터 중국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하던 중국 비중이 2023년 28.9%로 축소됐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홈쇼핑 채널 축소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락앤락이 플라스틱 소재 밀폐용기로 시장지배력을 가졌던 업체지만 이후 글라스락, 스텐락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내줬다. 이후 종합주방·식품용품 기업으로 성장하려 했으나 성과가 지지부진했다”며 “지난 10년간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거 들어오고 가정 내 요리 수요도 줄면서 굉장히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어피니가 락앤락 인수를 위해 조달한 수천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이 올 연말 만기 도래한다. 2017년 락앤락 지분을 6293억 원에 인수한 어피니티는 당시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5년 만기 3750억 원을 연 4.2% 금리로 끌어왔다.
이후 2022년 대주단 동의를 얻어 만기를 올해까지 3년 연장하는 과정에서 락앤락 배당금으로 일부를 상환하고 총 2800억 원 규모로 재구성했다. 같은 해 레고랜드 사태로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금리가 기존 4.2%에서 9%로 치솟아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납부한 누적 이자비용은 700억~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과정에서 락앤락은 2021년 아산공장을 매각했고 2022~2023년 중국법인 4곳 청산·매각했다. 이어 인도 법인을 청산하고 2024년에는 안성공장도 850억 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락앤락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3년 884억 원에서 24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유·무형 자산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 2022년 1799억 원이던 유형자산은 2023년 1541억 원, 2024년 499억 원으로, 무형자산은 2022년 161억 원, 2023년 137억 원, 2024년 8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어피니티가 연장 없이 대출 상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신규 투자 유치나 차환 대출(리파이낸싱)을 통한 상환 부담 완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대출 상환하느라 기업의 모든 이익체력을 끌어다 쓰기보다는 차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본시장이 경색됐을 때보다 금리를 훨씬 낮출 수 있다”며 “다만 대주단이 어떻게 볼지가 중요하다. 현재 대주단에서 그렇게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는 “어피니티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안은 매각을 통한 엑시트(자금 회수)지만, 지금 상장폐지하고 세무조사 들어오고 있는데 누가 사겠나. 주방용품 산업 전망도 밝지 않고, 락앤락은 제조·브랜드 기업이라 브랜드력과 시장 점유율 하락이 치명적이다”라며 “아직 현금성 자산이 남아 있고 만기 도래 채권은 차환을 시도하겠지만 대주단이 납득하지 않으면 차후 홈플러스처럼 회생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어피니티 관계자는 “인수금융과 관련해 구체적인 상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락앤락 엑시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어피니티와 락앤락은 더 나은 회사를 만드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신제품과 특화 상품 개발 등을 통해 기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