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리어 업자와 갈등 빚다 3명 살해…피의자 가족 “본사 말 바꾸고 너무 받아가” vs 다른 점주들 “인터리어 업체 강요나 갑질 못 느껴”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0시 53분 관악구 조원동(옛 신림8동)의 한 피자가게에서 “4명이 칼에 찔려 쓰러져 있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게 내부에서 남성 A 씨(41) 등 총 4명의 남녀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A 씨를 제외한 3명은 모두 숨졌다.
A 씨는 영업 시작 전 가게를 찾은 B 씨 등 3명을 상대로 주방에 있던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병원 이송 중 A 씨는 “내가 칼로 찌른 게 맞다”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해당 피자가게의 사장이며 피해자들은 각각 본사 임원 B 씨(49), 인테리어 업체 대표 C 씨(60)와 C 씨의 딸 D 씨(32)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칼에 찔렸다. 빨리 와달라”며 직접 119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직후 A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중상을 입어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퇴원 뒤 A 씨의 신병을 확보해 자세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인테리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적인 범행동기로 거론되고 있다. A 씨는 수술을 받기 전 경찰에 “(피해자들과) 매장 인테리어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본사 측도 “인테리어 문제로 업자와 갈등이 커졌다”고 밝혔다.
A 씨 매장 내에서 누수와 타일 파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은 “(A 씨는) 그동안 사업에 몇 번 실패하고 이번 가게(피자가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면서 “2023년 10월에 개업한 뒤 매장에 누수와 타일 파손이 있었는데, 본사 측이 소개한 C 씨 업체가 ‘보증 기간이 지났다’며 무상 수리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A 씨 가족은 “본사에서 해결해주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고도 했다.
본사 측의 ‘갑질’ 의혹도 제기했다. A 씨 가족은 “(A 씨에게) 본사의 갑질이 심했다. 본사에서는 (가맹점 수익 등을) 너무 받아갔다”면서 “게다가 최근 1인 세트 메뉴를 새로 만들라고 본사에서 몇 번이나 찾아왔는데, 이걸 하게 되면 몸만 힘들고 남는 게 없어 (A 씨가) 고민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4일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본사 측은 “A 씨의 매장은 본사와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2년 가까이 운영되던 곳”이라면서 “A 씨가 직접 계약한 인테리어 업체와 (매장) 수리 관련 갈등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본사는 이를 적극 중재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A 씨와 C 씨 업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본사 측 B 씨가 동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본사 관계자는 “A 씨 매장에서 1년 전 타일이 망가져 인테리어 업체에서 무상으로 보수했는데, 올해 7월 다시 타일이 파손됐다고 한다”면서 “이번에도 무상으로 하자 보수를 원했지만 2년이 지났는데 어느 쪽 과실인지 애매하지 않나. 평소 점주와 사이가 좋았던 B 씨가 중재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 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인테리어 업체 선정을 강요한 적이 없다. 일체의 리베이트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본사 관계자는 갑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익은 적지만 매출은 크게 늘어나는 ‘1인 세트 메뉴’ 개발을 권유한 적이 있지만, 이를 선택한 매장은 100여 곳 매장 중 40곳밖에 없다”면서 “점주들 대부분이 소자본 창업인 데다 저희 같은 신생 브랜드가 어떻게 이를 강제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본사 측에 따르면 A 씨는 해당 메뉴 도입 하루 만에 본인의 의사로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가맹점주들 반응

서울에 있는 한 가맹점 업주는 “본사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강요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B 씨에게 인테리어 업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추천받은 C 씨 업체의 견적이 직접 수소문한 업체의 견적보다 저렴해 감사한 마음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 모두 아는데 좋은 사람들”이라면서 “특히 D 씨는 며느리 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질은커녕 B 씨는 ‘부처’같은 분”이라면서 “이번에 가맹점 열 때도 가맹비와 부가세 등을 많이 깎아줬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또 다른 가맹점 업주 역시 “인테리어 강요나 갑질을 받은 적 전혀 없다. 요새는 배달앱의 ‘한 그릇 배달’ 카테고리가 인기다. 여기에 등록할 1인 세트 메뉴 개발을 제안받아 도움이 되겠다 싶었고, 현재 운영 중”이라면서 “1인 세트 메뉴의 경우 제안이 왔을 때 하고 싶으면 수용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한 그릇 배달이란 1인분 주문 고객을 겨냥해 저렴한 메뉴 하나만 주문해도 배달이 가능하도록 만든 서비스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가맹점 업주는 “다른 업종에서 (피자가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본사 측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인테리어 시공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우리가 따로 본사 측에 의뢰해 추천받은 업체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갑질’이라고 하는데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심정은 이해하지만 제가 당한 부분은 전혀 없어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프랜차이즈 자체가 신생이라 가게 운영과 관련해 (점주들에게) 무언가를 강요를 하기보다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편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최근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 매장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A 씨의 매장은) 역세권 먹자골목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 상권이 불안정하고, 특히 불경기인 요즘 상황이 많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배달 전문이긴 하지만 주민들로 단골장사를 해야 먹고 사는데 가게 운영이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 부동산 플랫폼에 해당 피자가게가 매물로 올라왔다가 지금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배달수수료도 A 씨의 고민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A 씨 매장 담당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은 “A 씨가 배달 수수료 정책이 계속 본인에게 불리하게 바뀌니까 그에 대한 고민을 저희 직원에게 자주 털어놓곤 했다”고 밝혔다. A 씨 가족 역시 “(A 씨가) 배달 수수료 문제로도 고충을 토로해왔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해당 사건에서 가맹사업과 관련된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찰에서 (A 씨의) 범행동기나 과정에 대한 수사를 철저하게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서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