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민원 방치하다 업체에 입찰 기회 줘”…SH 강서센터 “임차인 권익향상 노력 중, 지켜봐 달라”

드러난 문제만 해도 공사·용역 계약서 6년간 미공개, 용역업체 계약 이행 여부 확인 미흡으로 인한 행정지도, 결산보고서 8년간 미공개, 주민체육시설 장비 분실, 임차인대표회의 활동 방해 등이다. 임차인들의 원성이 서울시의회까지 닿아 행정사무감사에서 개선을 지시받았을 정도다.
임차인대표회의와 임차인들은 주택관리업자 재계약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SH 강서센터에 해당 업체와의 재계약 반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SH는 2018년 자신들이 이 업체를 선정한 이후,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재계약을 체결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위원장 김태수, 국민의힘·성북구 제4선거구)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SH를 강하게 질책했다.


김태수 위원장 역시 “임차인들의 민원이 제기된 지 오래됐는데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이 나오니 이제 와서 상황을 알아보겠다는 건가? 대안을 준비해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SH의 안일한 대응을 강하게 꾸짖은 바 있다.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은 “최진혁 의원 말대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저희가 마곡엠밸리6단지처럼 공급면적이 2분의 1을 초과하는 단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도록 공문도 여러 번 내렸다. 이 방식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김헌동 전 사장도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치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 우리 힘으로 안 되면 시나 국토부에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해서 그것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주택관리업자 선정에 임차인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강서센터는 올해도 해당 업체와 또 재계약했다.

또한 입찰까지 기다릴 것 없이 위수탁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업체는 SH와 체결한 위수탁계약상 ‘계약의 해지’에 해당하는 귀책사유를 범한 사실이 있었기에 계약해지가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SH는 “우리도 그 업체와 재계약 할 의사가 없다. 이젠 끝이다. 경쟁입찰을 하면 99.9% 다른 업체가 된다. 안심해도 된다”고 임차인들을 설득했다. SH의 말을 믿고 임차인들은 더는 경쟁입찰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어 SH는 입찰을 진행했고 기존 업체는 아무 제약 없이 이 아파트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업체는 입찰에서 1순위로 낙찰돼 SH와 재계약에 성공한다.
낙찰 결과가 발표되자 임차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수십 차례의 민원과 관할 지자체의 행정지도, 서울시의회의 지적,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의 약속이 있었음에도 해당 업체가 1순위로 낙찰됐다는 걸 임차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임차인은 “우리 단지만 임차인이 우리 아파트 관리와 회계 관련한 서류나 장부를 볼 수 없다. 관리소장이 개인정보보호법 운운하면서 막는다. 그러면서 분양 측에는 공개한다. 그런데도 재계약이라고? 개인정보보호법은 임대세대에만 적용되는 법인가? 이걸 민원 넣어도 SH 담당자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게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약자와의 동행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불공정 의혹이 제기되자 SH는 “본 입찰은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한 입찰로 지정된 정보장치에서 예정가격이 자동으로 산출되므로 계약 담당자가 관여할 소지가 발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SH 강서센터는 “적격심사 평가 항목에는 계량, 비계량 항목이 있는데 계량 항목에는 신용평가등급, 행정처분 건수, 기술자 보유 여부 같이 내용이 고정돼 있다. 관할 지자체의 명확한 처분 없이 임차인 민원 같은 내용을 저희가 자의적으로 개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강서구청은 해당 주택관리업체에 대해 행정지도를 단행한 사실이 있었다.
SH 강서센터 측은 “해당 업체를 밀어주거나 한 건 결코 아니다. 저희도 임차인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찰은 본사 계약부서에서 진행했고 이번 입찰의 전체적인 과정은 주거복지본부에서 핸들링했다. 입찰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강서센터는 “이번 결과가 매우 난감하지만 임차인들이 바라는 관리의 투명화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 업체에서도 7월 1일부로 관리소장을 교체했다. 저희도 보다 적극적으로, 지속적으로 아파트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눈여겨볼 만한 변화도 없지는 않았다. SH는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된 혼합단지의 경우 임차인대표회의 의견에 따라 주택관리업자 선정 방법을 결정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섰다. 강서센터 역시 혼합단지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적격심사 평가위원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임대사업자, 외부 위원만 참여하고 있는 현행 기준을 임차인대표회의도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청한 상태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