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도로 금감위’ 효율성 저하·옥상옥 우려…“감독의 투명성·전문성 강화될 것” 기대

이번 개편안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재경부)로 분리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된다. 정부 예산편성과 재정정책·관리, 미래사회 변화 대응 등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경부는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기능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2008년 해체 이후 17년 만에 금융감독위원회가 부활하게 된다. 기존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 기능은 재경부로 이관된다. 금융감독 기능만 남아있게 된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될 예정이다. 금감위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
금융감독원 산하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분리·신설된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회사이며, 법률상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경영과 재정을 더욱 확실히 평가해 외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개편 대상 조직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무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조직 개편을 막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는 내부 입장문을 통해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만큼 유관기관과 함께 개편 취지에 부합하도록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세부 사항을 차분하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지난 9월 8일 성명서를 내고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이를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감독 기능 간 충돌, 감독·검사와 소비자보호 업무가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 붕괴, 검사·제재 중복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이찬진 금감원장은 내부 공지를 통해 “원장으로서 임직원 여러분들이 느끼는 우려와 불안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 논의 및 유관기관 협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임해 금감원-금소원의 기능과 역할 등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 기관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분담금부터 각종 검사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응해야 하는 경제부처가 많아져서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기관 간 갈등이 생기는 빈도가 잦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 정책에 혼선이 발생할 우려를 해소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4개 기관의 기조가 한 방향으로 같으면 다행이겠지만, 서로 간의 입장과 기준이 다른 식으로 금융사들에 전달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감독 기능을 기존 금감원에만 맡기면 되지만, 그 위에 금감위를 두는 것은 옥상옥인 셈”이라며 “금감위가 과거에 문제가 생겨서 금융위로 바꿨는데, 옛날처럼 금감위로 다시 회귀한 건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감사원은 ‘2002년 카드 사태’의 특별감사를 진행한 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규제개혁위원회 등 네 개 기관이 빚어낸 총체적 실패작”이라며 “금융 부실 발생 시 관계기관 간 협조 미흡으로 신속한 대응이 곤란했다”고 지적했다.
예산 편성권이 사라진 재경부가 여러 경제부처의 정책을 총괄·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표한 ‘경제부처 조직개편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체제에서는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정경제부의 정책 조정 기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특히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의 등장으로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정책 컨트롤타워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가 예산실하고 한 가족처럼 지내다가 분가한다고 가족이 아닌 것이 아니다. 조직 분리 자체가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경제관계장관회의, 금융협의체 등을 통해 소통하고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관별 명확한 분업 시스템과 협력 체계를 얼마나 갖췄는지가 이번 경제부처 조직 개편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초기에 부담이 있겠지만, 정부가 로드맵을 명확히 하고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면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면 오히려 감독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