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능 행안부 집중·대통령실 예산 개입 등 우려…방미통위 ‘이진숙 축출법’ 논란 불씨 남아

이재명 정부 정부조직법 개편안 핵심 중 하나는 검찰청 폐지다. 검찰의 공소제기 및 유지와 영장청구 기능은 신설될 공소청이 맡는다. 경찰은 범죄 전반과 고소·고발에 대한 1차 수사를 담당한다. 중수청은 내란 및 외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범죄 등 9대 중요범죄를 맡는다. 경찰과 중수청이 공소청에 사건을 넘기면 검사가 기소를 담당하게 된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법 공포일로부터 1년 뒤에 설치될 예정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에는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추진단이 신설돼 향후 1년 동안 조직 운영, 수사·기소 절차 등 형사사법체계 개편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명박 정부 때 설립된 기획재정부는 18년 만에 해체된다.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재경부는 경제정책 총괄·조정과 세제·국고(결산 포함) 기능을 담당한다. 재경부 장관은 경제부총리를 겸임한다. 산하에는 공공기관 지정과 경영 평가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설치된다. 기획예산처는 총리실 산하로 들어간다. 예산 편성과 재정 정책 등을 담당한다.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해체된다. 금융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는 부활한다. 금융정보분석원 등 국내금융 기능은 재경부로 이관된다. 금감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로 이원화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별도 조직으로 분리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기재위 개편 등은 2026년 1월 2일 시행된다.

AI(인공지능) 분야 관련 부처 개편도 이뤄졌다. 우선 과학기술부총리 직책이 새로 만들어졌다. 과학기술부총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겸임한다. 교육부 장관이 겸하던 사회부총리는 폐지됐다. 통계청과 특허청은 각각 총리실 소속 국가데이터처와 지식재산처로 승격된다. AI 시대를 대비해 각종 데이터 활용 기능과 지식재산권 창출 및 보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개편도 단행됐다. 산업부 2차관이 담당하던 에너지 정책 기능은 환경부로 이관됐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됐다. 화석 연료를 제외한 원전·재생에너지 산업 정책 같은 전력 산업 전반을 다룬다. 한국전력 등 산업부 산하 전력 공기업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밑으로 편입된다. 통상 관련 자원산업과 원자력발전소 수출 기능은 산업부에 남는다. 산업부는 산업통상부로 명칭이 변경된다.
존폐 위기에 내몰렸던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바뀐다. 여성정책국은 성평등정책실로 격상된다.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와 여가부에 나뉘어 있던 여성고용정책은 성평등가족부로 일원화된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조직개편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9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행안부 비대화 등 우려 쏟아져
개편 대상이 된 조직에선 반발이 쏟아진다.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각종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행안부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수사 기능이 행안부에 집중돼 있어, 1차 수사에 대한 보완이 어렵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중수청을 행안부가 아닌, 법무부에 둬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은 행안부 안을 밀어붙였고, 결국 중수청은 행안부 관할로 가게 됐다.
중수청장 인선 절차도 문제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먼저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에는 행안부 차관, 공수처장, 경찰청장, 국회 교섭단체 추천 4인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여당 성향 인사가 과반을 차지한다. 중수청장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중수청이 들어서면 반부패수사부 등 검찰청 안에 있는 수사 부서들이 이관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수청의 규모, 직제, 업무 범위 등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에 대한 거취 문제도 오리무중이다. 경찰,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권한 조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기재부 해체도 논란이다. 기획예산처가 총리실 산하로 편제됨에 따라 사실상 대통령실이 예산권을 가지게 된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그동안 여권은 기재부가 △기금 돌려막기 △정부의 예산 편성권 침해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 침해 △세수 결손 방치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은 5월 14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권을 빌미로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위에 군림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예산권 집중에 따른 효율성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오기형 민주당 의원 “기재부, 나라 거덜 내고도 책임 안 진다”).
국민의힘은 예산권까지 장악한 대통령실이 포퓰리즘성 정책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의 정책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책이 남발되면 GDP 대비 46%대인 국가 채무 비율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9월 5일 과방위 ‘방송미디어통신 거버넌스 개편 공청회’에서 국민의힘 추천 진술인인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인에 대한 해임권을 국회가 입법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국회의 입법권은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규율을 정립하는 권한이지 특정인을 징계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며 “이것은 행정권과 사법권의 고유 영역으로, 부칙은 헌법의 권력분립 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AI 산업 진흥에는 힘이 실릴 예정이다. 그동안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온실가스 배출 주요 원인인 에너지 분야를 산업부가 담당하고 있어서다. 이번 개편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탄생하면서 더 효율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이 5월 발간한 ‘산업정책 추진체계 및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따르면 기후와 에너지 통합 부서를 신설한 덴마크,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은 각각 4%→25%, 12%→15%, 2%→10%, 3%→20%의 탄소 감축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기후에너지부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미래 산업인 에너지 산업 성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 대부분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환경론자들은 기후에너지부가 에너지 산업 진흥에 집중하면, 부서 설립 취지인 기후위기 대응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AI 관련 부서가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AI 정책이 속도감 있게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 AI전략위원회는 확대 개편이 주목받고 있다. 이 위원회는 국가 비전·중장기 전략 수립, AI 정책·사업 부처 간 조정, AI 관련 정책·사업 이행점검·성과관리 등을 심의·의결한다.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여기에 13개 부처 장관급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기업, 학계에 몸담은 인사들이 위원으로 임명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 7일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여기저기 쪼개고 부수고 덧붙이는 정부조직개편안은 행정부와 헌정질서 대한 무절제한 생체실험”이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충분한 공론화를 당부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개혁을 주장했는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라며 “이제 여의도 대통령은 명실상부 정청래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개편안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내용 변경 없이 입법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행안부 비대화 논란 등은 유예 기간 동안 정부 주도로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