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박근혜 탄핵 후 분열 악몽 기억…‘오세훈-이준석’ 연대 등 개혁신당 손잡고 역전 노려

쏟아지는 악재 속에서도 국민의힘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대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대북 유화정책·탈원전·부동산 세제 강화 등 여론을 외면한 일방통행식 정책 행보를 보이다 정권을 내준 사례를 국민의힘은 소환한다. 내란 청산 구호에만 몰두하는 지금의 민주당이 결국 자책골을 넣을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런 구도 속에서 민주당이 열혈 지지층인 ‘개딸’에 지나치게 의존, 중도까지 아우르는 대중 정치인을 키우지 못해 서울 등 지방선거 접전지에 내놓을 후보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국민의힘 내부 분석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이 인물에서도 밀릴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후보 경쟁만 해도 거론되는 후보들의 숫자만 많을 뿐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의견이 훨씬 더 많다. 전현희 박홍근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중진들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이들은 사법개혁 등 강성 지지층들이 선호하는 의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에 버금가는 인지도나 무게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속시원한 대답이 여당에서조차 나오질 않는다. 이런 연장선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거물급 차출론이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충남 아산 출신임에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우상호 정무수석이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쏟아진다.
이런 집권여당 안팎 상황들을 감안하며 국민의힘은 자신감을 한껏 내비친다. 지방선거 전략 수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사수에 총력전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어떤 형식이로든 손을 잡을 것이 유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선거에서 힘을 모으는 ‘오(세훈)·(이준)석’ 연대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9월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어떤 형태로든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공개적인 연대 언급을 했고,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서는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는 개혁신당과 힘을 합치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9월 5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나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 “당이 다르다 보니 제한적인 연대가 가능한 상황인데, 오 시장은 꾸준히 가교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며 “정치적으로 인적 교류도 많고 거의 한 팀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이) 제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공개 발언으로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은 같이 가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물론 거기에 악의는 전혀 없으니 저희가 선의는 존중한다”고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최근 들어 국민의힘과 한 팀이 돼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를 지켜본 정치권 인사들은 이 대표 소속이 개혁신당인지 국민의힘인지 착각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혼선을 빚은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 해임을 즉각 요구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저신용자 대출금리 인하’ 주문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했다.
강성으로 분류되면서 선명성을 추구하는 장동혁 대표 체제가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개혁신당에 대해 우호적으로 다가가며 연합 정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거부했던 이준석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당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자체 희석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9월 12일 국회에서 개최한 ‘야당 탄압 독재정치 규탄 대회’에서 대구·경북(TK)이 지역구인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은 전교조, 민노총과 똘똘 뭉쳐 우리를 겨냥하는데 이제 우리도 뺄셈 정치를 그만하자”며 “전광훈 목사가 극우라고, 전한길 강사가 더 나갔다고, 이준석이 결이 다르다고 뺄셈 정치하면 진다. 작은 차이는 극복해 뭉쳐서 싸우자”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서울에서 국민의힘이 확실히 우세하다는 판세를 만들어놔야 부산·경남이 전혀 흔들리지 않게 되고 충청에서 절반 정도를 가져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지면 대표 자리에서 내려 와야 하는 판에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변수가 아니라 이제 상수가 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2017년 5월 대선에서 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준 뒤 이듬해인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은 이때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151곳에서 승리하면서 지방선거 사상 최대 압승을 거뒀다. 재보선에서도 12곳 중 11곳을 휩쓸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께서 정부에 큰 힘을 주셨다. 지방선거로는 23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라니 보내주신 지지가 한층 무겁게 와 닿는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야권은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사실 놀랄 것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큰집 자유한국당을 나와 유승민 전 의원 주도로 딴살림을 차린 바른정당은 지방선거 직전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고 지방선거에서 독자적으로 뛰었다. 분열은 무서웠다. 자유한국당은 텃밭 중의 텃밭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만 차지했을 뿐(제주도는 원희룡 지사가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 지방권력을 송두리째 민주당에게 내줬다.
바른미래당은 더욱 참담한 성적표를 냈다. 바른미래당은 독자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나름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온 원내에서의 존재감이 무색하게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단 한 자리를 얻지 못했다. 기대를 걸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마저 3위로 내려앉으면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집을 부수기는 쉬워도 다시 짓기는 어려웠다. 싸우면서 분열했던 야권은 절치부심해 통합에 성공, 미래통합당이라는 새 간판을 내걸고 2020년 봄 총선에서 민주당에 도전장을 냈지만 또다시 참패였다. 민주당은 이때 위성정당 의석까지 합쳐 180석을 거머쥐면서 초거대 여당으로 등극, 2017년 대선부터 전국 단위 선거에서 3연승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 분열이 훨씬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수정당이 그때 확실히 깨우쳤다”며 “국민의힘이 2018년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부터 반드시 덧셈 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치권에선 보수 야권 대연대 성공의 열쇠는 ‘명분 쌓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복귀하기 위해서는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이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는 9월 5일 BBS 라디오에서 “개혁신당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내는 것이 지금 정치·사회적으로 훨씬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큰집·작은집이 합치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혁신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기적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획득하고 이후 야권 분열 비판에도 불구, 개혁신당 깃발 아래 대선까지 치른 이 대표로서는 흡수 통합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고 지지자들에 대한 설득 역시 어렵다는 게 다수 정치권 관계자들의 제언이다.
이 대표 역시 명분에 대해 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웬만한 현직 중진 의원보다 현실 정치 경험이 많은 이 대표이고, 향후 또다시 대권을 바라보는 위치인지라 반드시 명분을 갖고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비친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사법부까지 힘으로 눌러 3권 일체를 달성하려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의 폭거에 저항하는 비상 결집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장동혁 대표가 이 대표를 직접 설득하는 장면이 나오면 명분이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 강세지역인 대구·경북에서 이 대표가 원하는 젊은 공천이 일정 부분 이뤄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서로에게 좋은 윈윈 효과를 내게 된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master@ilyo.co.kr